‘직장내 괴롭힘 의혹’ 경남 7급 공무원 극단선택 그후 석달

부서 직원 14명 적극적으로 당시 부서 상황 전해
“사람 죽었는데 정직 3개월이 과하다고 소청심사”
유가족 공상신청하려해도 징계 사유 안 밝혀 발동동

경남도청노동조합은 지난 21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7급직원 김모씨 죽음 관련, 자료 공개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경남도에 촉구했다.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제공
경남도청노동조합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7급 직원 김모씨 죽음과 관련, 자료 공개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경남도에 촉구했다. 경남도청노조 제공

지난 7월 21일 경남도청 7급 직원 김모(41)씨가 사망한 지 만 석 달하고도 하루가 지났다. 김씨가 창원시 성산구 한 오피스텔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일었다.

유서는 없었지만, 그와 친했던 경남 모 군청 공무원의 얘기를 통해 직장내 담배 심부름 얘기가 나오고, 직원들로부터 김씨가 평소 결재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등의 진술이 전해지면서 노조가 직장내 괴롭힘 의혹과 함께 가해자 처벌 등을 요구한 게 그달 26일이다.

급기야 사흘 뒤인 29일 김경수 경남도지사까지 나서서 “직원 죽음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한다. 9월 중순에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징계도 이뤄졌다.

직위해제된 담당 A 과장은 정직 3개월, 담당 계장은 경징계에 속하는 견책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소청심사 신청 기한(처분 이후 30일 이내)이 임박한 지난주 도에 소청심사를 요청했다.

‘태산명동서일필?’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던가. 경남도의 징계가 나온 이후 공무원노조 등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태산이 그리 울고 진동했는데 쥐새끼 한마리였느냐는 것이다.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신동근)은 지난 21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들은 가해자에게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처벌이 내려졌다는 소식에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을 한 번 더 겪었다”면서 “피해자 사망 원인에 대한 조사결과를 유가족에게 공개하고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징계,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책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그렇다면, 이 석 달 동안 경남도 안팎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고립무원에 빠진 유가족들
 
경남도는 김씨가 사망 이후 10여 일이 다 된 8월 1일자로 A 과장을 대기발령 조치를 했다. 직위해제도 이어졌다. 그에 앞서 26일 A 과장이 연가를 낸 상태였지만, 조사에 앞서 관련자를 직원들로부터 신속히 분리해야 했는데 너무 늦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남도가 조사를 시작하자 부서 직원들이 적극적이었다. 무려 14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과장과 계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부서 운영의 문제점을 털어놓았다. 노조는 “과장과 계장이 있는데도 너도나도 진술을 하는 것을 보면 그동안 부서의 운영실태가 어땠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당 관리자들은 괴롭힘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담배 심부름은 사실과 다르고, 업무 부분은 과장됐다”는 것이다.

경남도는 과장은 정직 3개월, 계장은 견책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그런 징계가 이뤄졌는지는 개인 신상 정보라며 공개를 거부한다. 경찰도 조사를 했지만, 고소·고발이 없었던 만큼 사망사고 처리수준의 조사만 했지 원인 규명에는 나서지 않았다.
 
가족들 공상처리하려해도 자료 없어 발동동
 
가족들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자식을 먼저 보낸 모친은 몸져누웠고, 홀로 남은 부인은 불면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김씨의 부인은 중국인으로 연애로 만났고, 한국에서 대학원도 나왔다. 그래서 지역에서 통·번역 일을 했다. 결혼 2년 된 둘 사이에는 2세가 없다. 친정어머니를 모셔오기로 했는데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어렵게 됐다. 고립무원이라고 한다.

그래도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공무상 재해 판정을 받기 위해 경남도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노조 유가족과 함께 수사의뢰 방침
 
노조는 김씨 사망사고 이후 닷새만인 7월 26일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성명을 낸 이후 유족과 접촉을 통해 지원책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노조가 너무 조용한 것 아니냐는 내부 지적도 없지 않았다.

물론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고, 노조 역시 조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김씨가 근무했던 부서의 관리자의 개인비리가 접수됐다. 제보자는 “자신의 처벌도 감수할 수 있다”며 “좀 더 일찍 나섰더라면 동료를 구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며 자탄했다고 한다.

징계가 이뤄졌지만, 유가족과 노조는 솜방망이 징계라고 비난한다. 경남도가 징계 이유를 밝히지 않으니 직장내 괴롭힘인지, 아니면 단순한 관리자 책임을 물어 징계를 한 것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한다.

“시간은 고인에게 적입니다”

유가족과 노조는 조만간 자료를 모아서 수사의뢰를 할 계획이다. 노조에서는 “해당 부서 관리자들은 소청 심사 절차를 밟고, 이것이 끝나면 행정소송을 통해 감경을 받으려고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간은 고인에게 적입니다. 이 상태라면 1년 뒤라고 나아질 것이 없을 것이고 잊히지 않겠어요. 김 지사가 명쾌하게 원인을 밝히고,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을 때입니다.” 직원들의 얘기이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저작권자 © 공생공사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