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보수위 인상률은 권고 사항… 결정권 기재부에
낯 붉히고 싸워서 결정해도 기재부가 싹둑 자르면 그만
“행정적 낭비이자 공무원 자존감 무너뜨리는 대표 사례”
보수위에 기재부 참여시키고 총리실 격상도 논의할 때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정문. 행안부 제공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정문. 행안부 제공

“최선을 다했지만, 불가항력이었습니다.”

공무원보수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노동자위원의 얘기이다.

2024년 공무원 봉급을 논의하는 공무원보수위원회가 한 달여 논의 끝에 25일 ‘5급 이상 2.3%, 6급 이하 3.1% 인상’을 결정했다.

결론은 이렇게 났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보수위 통과안 기재부가면 누더기?

정부와 노동계, 전문가 위원이 세 차례에 걸쳐 수정안을 냈지만, 견해차가 커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었다.

다만, 5급을 기준으로 ‘하후상박’의 차등원칙을 적용한다는 데에는 합의했다.

결국, 전문가위원들이 5급 이상 2.3%, 6급 이하 3.1% 인상이라는 안을 제시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해 표결에서 통과됐다.

노조위원 5명 전원이 반대했지만, 수적 열세(투표 참가 12명 중 찬성 7명)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애초 월 37만 7000원이라는 정액인상을 들고나왔던 노동계로서는 허탈한 표정이다.

차등인상 공론화 이끌어냈지만, 허탈한 노동계

그래도 공무원보수위원회에서 차등인상을 공론화하고, 이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성과다.

하지만,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게 공무원 봉급 인상률 결정구조 때문이다.

공무원보수위가 결정된 안을 기획재정부에 권고하면 기재부는 예산상황 등을 고려해 인상률을 결정한다.

이렇게 보면 공무원 봉급 결정구조는 부인할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공노총과 공무원노조는 26일 용산 대통령실 근처에서 하위직 공무원 생존권 외면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공주석 시군구연맹 위원장, 이철수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진영민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안정섭 공노총 수석부위원장. 공노총 제공
공노총과 공무원노조는 26일 용산 대통령실 근처에서 하위직 공무원 생존권 외면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공주석 시군구연맹 위원장, 이철수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진영민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안정섭 공노총 수석부위원장. 공노총 제공

공무원보수위원회 결정안이 권고안일 뿐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노조위원과 정부위원이 한 달여 간 낯 붉혀가며 싸워 결정한 인상안도 기재부의 ‘긴축기조’ ‘고통분담’이라는 잣대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행동권 없어 기재부 앞에서 소리지르는 게 전부

그렇다고, 단체행동권이 없는 공무원으로서는 기재부 앞에서 기자회견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물론 정부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나라의 곳간이 비면서 씀씀이를 줄이고 세수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다 안다.

공무원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고임금 노동자도 있고, 반대로 몇 년 째 월급이 묶여 있거나 체임 근로자도 있다.

봉급 인상률은 상대적이다. 그러니 이것을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문제는 그 결정구조다.

기재부는 공무원보수위원회에 들어오지 않는다. 인사처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등 정부 측 위원에 기재부는 들어 있지 않다.

6, 7월이면 내년도 예산추계도 나왔을 테니 기재부도 들어와서 같이 논의하고, 이해를 구하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을텐데 나중에 결정권을 행사한다.

공무원보수위는 정부의 이중안전장치

정부로서는 이중의 안전장치를 갖춘 셈이다.

하지만, 인력과 시간의 낭비요. 공무원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전형적인 예다.

이런 이유로 공무원 사회에서는 공무원보수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로 격상하든지 아니면 보수위 결정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3년째 이런 주장이 나오지만, 전 정부는 물론이요 현 정부도 못 들은 척 한다.

공공부문 질적저하 걱정할 때

오늘도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공무원노조) 등 공무원 노동계는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내년도 공무원 인상률에 대한 불만과 정부의 불성실한 교섭태도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7일에는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공무원 임금·선거사무수당 인상 촉구 및 공공예산 축소 기획재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굳이 열역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압력이 차면 터지게 돼 있다. 그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공공부문의 질적 저하다.

정부도 연례행사처럼 그러려니 할 것이 아니라 공무원 노동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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