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대법원 판결 4개월 만에 징계 취소 통보
사과 한마디 없이 실무자 12만원 받아가라 통보
“기관의 잘못…사과하고, 바로잡는 게 시대정신”

심평강 전 전북도 소방본부장이 지난 27일 공생공사닷컴과의 인터뷰에서 2012년 2월 공익제보 이후 해직과 소송 등 그동안의 못다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 공생공사닷컴 DB
공익제보로 해임된 지 9년 만인 지난 3월 17일 소방청으로부터 징계취소 결정 통보를 받은 심평강 전 전북도 소방안전본부장. 공생공사닷컴 DB

‘소방공무원 인사발령(징계 취소 등) 소방준감 심평강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직위해제 및 해임처분을 각각 취소함…’

공익제보 이후 직위해제와 해임 그리고 9년의 소송 끝에 심평강 전 전북 소방안전본부장이 손에 쥔 것은 달랑 징계를 취소한다는 종이 한 장뿐이었다.

지난 17일 심평강 전 본부장은 소방청으로부터 등기우편을 하나 받았다. 지난 2012년 11월 9일 직위해제와 그에 이은 12월 27일 자 해임처분을 취소한다는 인사발령 사항이었다.

대법원이 지난 2020년 11월 9일 “‘심 전 본부장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는 고등법원의 판결이 합당하다”는 결정을 한 지 4개월여 만이다.

그것도 소방청 내부에서는 징계 취소 결정이 열흘 전쯤 이뤄졌지만, 통보가 되지 않아 심 전 본부장이 소방청에 문의해 받아든 것이다.

심평강 전 전북 소방안전본부장에게전달된 소방청 징계 취소 통보서
심평강 전 전북 소방안전본부장에게 전달된
소방청의 징계 취소 통보서. 심 전 본부장 제공

달랑 한 장짜리 통보였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사과를 받겠다고 언론 등에 외쳐댔지만, 사과는 고사하고, 고생했다는 위로의 말 한마디 없었다.

대신, 실무 직원으로부터 징계가 취소됐으니 수당 등을 정산해야 하는데 그 금액이 12만원쯤 되니 절차를 밟으라는 지극히 실무적인 통보가 왔다.

그가 감사원에 직속상관인 당시 이기환 소방방재청장의 불공정 인사와 각종 비위 등을 공익제보한 게 2012년 12월이고, 징계를 받은 게 그의 계급정년이 임박한 그해 말이었다.

그러니 재판에서 징계 취소 처분을 받았지만, 그가 받을 급여는 없는 셈이다. 12만원 얘기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가 원한 것은 돈이 아니라 당시 기관이 공익제보자에게 행한 부당한 인사조치에 대한 기관의 사과였다.

“한 사람에게 어떤 고통을 줬는데… 종이 한 장으로 통보하다니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됩니다.”

사실 공직사회에서 상사에 관해 공익제보를 하는 것은 제도가 많이 보완된 지금도 쉬운 일도, 흔한 일도 아니다. 특히 위계질서가 분명한 소방청에서는 전무후무하다.

“시대정신이라는 게 있지요. 과거에 이뤄진 잘못은 분명히 기관 차원에서 공개 사과하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 전 본부장은 “공익제보자가 징계를 받고 그 징계가 취소됐는데도 마지못해 대법원 판결이 있어서 이행한다는 소극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조직을 위해서도 후배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아직 시간이 있으니 소방청의 대응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방청 안팎에서 공개사과 등의 얘기가 나오면서 심 전 본부장에 대한 면담 등 징계 취소 이후 절차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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