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부부처 코로나19에 왜 취약할까
보안엔 강하지만, 감염병엔 취약한 구조
코로나19 대응 취약점 적나라하게 노출
근무 시스템, 방역 등 재확립 기회 삼아야

세종시에 들어서 있는 정부부처 청사들. 집적효과는 있지만, 감염병에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대책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공생공사닷컴DB
세종시에 들어서 있는 정부부처 청사들. 집적효과는 있지만, 감염병에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대책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공생공사닷컴DB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정부부처가 집단감염의 발원지가 됐다.

13일 세종시와 각 부처에 따르면 이날 해수부에서 7명의 감염자가 추가로 나왔다. 해수부 확진자만 25명이 됐다.

이로써 지난달 28일 인사혁신처에서 첫 감염자가 나온 이후 세종시 소재 정부부처의 총 감염자는 30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최종이 아니고,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세종청사 5동 해수부 청사 5층에서 시작된 확진자는 기획재정부가 있는 4동에 사무실을 둔 해수부 감사관실로 옮겨갔다.

집단감염 발원지 오명 뒤집어쓴 정부부처

방역대책을 수립하는 보건복지부에서 감염자가 나오더니 자칫 추가경정예산안을 짜고, 경제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는 기재부까지 위협하면서 방역당국은 초비상 상태다.

최신 방호시설에다가 개인위생도 비교적 철저하다는 평가를 받는 정부부처가 어쩌다가 집단감염의 발원지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됐을까.

하지만, 정부청사는 일반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전염병 감염 등에서는 일반 기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외부로부터의 침입에 대해서는 철저히 대비가 돼 있지만, 전염병에 대한 대비는 일반 회사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게 전·현직 관료들의 얘기이다.

특히 세종시의 경우는 오히려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료주의의 산물 회의문화도 한몫

세종시 소재 정부부처에서 국장으로 퇴직한 A씨는 “관료사회 특유의 회의문화도 코로나19 확산에 한몫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 장관과 차관 회의가 있고, 또 주기적으로 실·국장회의가 있고, 거기 참석한 과장은 다시 내려와서 직원들과 회의를 하는 시스템이 굳어져 있어 대면 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대면 회의가 줄고, 영상회의나 온라인 결재가 늘었지만, 아직도 이 시스템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처 내 회의뿐만이 아니다. 정책협의도 마찬가지이다. 서울과 세종 간 협의는 화상회의 등이 늘어났지만, 세종 부처끼리는 수시로 만난다.

예산 관련 회의는 직접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인사혁신처와 인사협의,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과의 재난·안전 협의도 있다.

이번 추경을 놓고도 기재부와 해수부 역시 머리를 맞댔다고 한다. 기재부 공무원들이 긴장하는 이유다. 이러니 한 사람의 확진자가 다른 부처로 전파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감염증에 대한 안이한 인식도 한몫
 
세종시에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것은 지난달 22일이다. 신천지 신도인 32세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은 날이다. 이후 이 남성은 천안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동안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지 않자 세종 공직사회에는 ‘세종시가 코로나19 청정도시’라고 자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공무원과 공무원 가족들로 이뤄진 도시여서 비교적 개인위생도 철저해 코로나19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안이한 인식이 없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개인위생에 대한 경각심이 풀어진 경우도 없지 않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건물 간 유기적인 연결이 오히려 독
 
우선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설계되면서 20개 정부부처와 15개 관계 기관 등이 집중 배치됐다. 정부부처에서만 1만 5000명이 근무하는 행정 집합도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각 부처는 옥상정원으로 연결되고, 지하도로 이어진다. 몇몇 부처는 지하식당도 같이 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해수부와 기재부, 국토교통부 등은 구내식당을 같이 쓰곤 했다.

한 부처에서 다른 부처로 감염이 확산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종심 짧고, 집적도 높은 세종시 특성도 약점
 
세종시는 아직도 도시가 형성 중이다. 이에 따라 지 나성동 아름동, 중앙타운 등 공무원들이 회식이나 모임을 하는 장소가 국한돼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반경 1㎞ 이내에 1만 5000명이 근무한다. 이들은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면적은 넓지만, 모일 곳은 많지 않다. 확산이 일어나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아직도 세종에는 이사를 하지 않고, 혼자 거주하거나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거주하는 공무원들은 저녁을 같이 먹는 경우가 흔하다. 출퇴근 공무원에게는 통근버스도 있다. 이들은 지금은 격자로 좌석을 배치해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세종정부청사가 보안은 강력할지 모르지만, 방역에서는 오히려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근무방식·방역 등 대전환 계기 삼아야
 
코로나19가 정부부처에서 확산하자 인사처는 교대 재택근무 의무화, 유연근무 확대, 부서별 보건관리자 지정 등 새로운 복무지침을 각 부처에 보냈다.

정부부처 공무원들은 “10년 넘게 노력했지만, 지지부진하던 재택근무와 유연근무, 대면회의 축소 등 스마트 정부 시책이 코로나19 때문에 한 방에 해결됐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하지만, 새로운 근무시스템은 어느 정도 병행은 가능하지만, 국민의 봉사자라는 점에서 대세로 정착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부처의 한 고위관료는 “감염병 관련, 정부 부처의 취약성이 노출됐다”면서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잡히면 정부부처의 방역이나 근무시스템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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