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개에서 300여개로 압축… 껄끄러운 의제 많아
단체행동권 없어 노조 무시… 노동계 정서도 한몫
이명박 정권 때 생긴 낡은 제도 폐지가 주요 쟁점
정부, “열린 자세로 노조의 제도개선 등 협의할 것”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 단체교섭 상견례에서 김우호 인사혁신처장과 노조 간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노총 제공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 단체교섭 상견례에서 김우호 인사혁신처장과 노조 간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노총 제공

지난 21일 단체교섭을 위한 상견례를 시작으로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 본격적인 밀당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교섭은 2008년 시작된 단체교섭이 2019년 1월 마무리된 이후 그때 체결된 단체협약을 바꾸기 위한 것이다.

시한은 지난해 말까지였지만, 아직 새로운 협약이 체결되지 않아 현재는 2019년 것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명칭이 ‘2020년 정부교섭’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올해 단체교섭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먼저 규모가 커졌다. 노조 쪽에서 모두 97개 단체가 참여했다. 최대 규모이다. 그동안 단체교섭은 2006년 39개 단체, 2008년에는 74개 단체가 참여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그만큼 공무원 노동운동이 활성화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요구사항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공무원노동계는 모두 420여 개 의제를 이번에 제시했다. 협의 과정에서 이를 300여 개로 압축했지만, 요구사항 하나하나가 쉬운 과제가 아니다.

여기에다가 지난 2년간 정부의 일방통행 등에 대해 공무원노동계에 쌓인 앙금이 적지 않다. 이번 단체교섭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대표적인 것이 공무원보수위원회다. 어렵게 위원들이 협의해서 인상안을 도출해도 기획재정부가 ‘NO’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번에 보수위원회를 국무총리실 소관으로 격상하자는 안이 교섭의제에 포함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 하나 정부로서는 난감한 의제 가운데 하나가 임기제공무원 제도의 폐지다.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 때 만들어진 제도를 폐지한다는 큰 틀의 원칙에 들어 있다.

임기제 공무원 채용으로 정규 공무원의 승진기회 등이 날아가고, 이들이 공무원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대신 공무원 직위의 전문관 제도를 도입하고, 현재 임기제 공무원은 일반공무원으로 전환하자고 요구했다.

또 하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정책에 공무원이 집단이나 연명으로 반대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의 폐지도 의제에 포함시켰다.

복종의 의무도 구닥다리 규정으로 꼽는다. 군대도 아니고, 복종의 의무는 너무 포괄적이라는 것이다. 대신 상하관계 질서유지의 의무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단순한 복종이 아니라 복무준수의 의무로 바꾸자는 것이다.

노동조합 가입범위 제한 폐지와 직장내 괴롭힘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고 요구했다. 아니면 공무원행동강령에 규정하든지 특별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조합원의 노동조건과 관련한 관련 규정의 제·개정 시 노조와 사전 협의 요구사항도 들어 있다.

300여 개 의제를 들여다보면 이미 반영했어야 하는 의제도 있고,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렵겠구나!” 하는 의제도 적지않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번에는 그동안 노정된 많은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단체행동권이 없다고 정부가 단체교섭의 모양만 갖추고, 협상에서는 공무원노조를 너무 우습게 본다”는 게 공무원 노동계의 일반적인 정서다.

게다가 초과근무수당 문제 등 지난 2019년 합의된 내용도 깔끔히 처리되지 않은 게 한둘이 아니어서 이들의 전투의지는 남다르다.

정부 역시 보수 등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넓은 것은 아니다. 단체교섭에 참가하는 정부부처의 한 간부는 “열린 자세로 노조의 제도 개선 등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 “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비합리적인 제도는 협의를 통해 개선점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무원노동계의 대정부 단체교섭은 교섭운영위원회가 4차까지 진행된 상태로, 다음 달 중 교섭운영위원회를 마치고, 6월부터는 의제를 분리해 7개 분과위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할 전망이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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