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조 3단체 10만 입법청원 선포 기자회견
정치권·정부에 기대지 않고 “우리가 법 만든다”
조합원 37만명이지만, 농도 차 있어서 장담 못해
공무원 노동계 결속력 확인하는 바로미터될 듯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전국교직원노조가 12일 국회 앞에서 공무원과 교원 정치기본권 쟁취 10만 입법청원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제공

공무원 노동계가 이중삼중의 족쇄가 채워진 공무원 정치기본권 쟁취를 위해 입법청원(국민동의청원) 카드를 꺼내 들면서 그 배경과 성사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공무원 노동계는 공무원 정치기본권 확보를 위해 국회나 정부의 공무원노조법 등의 개정에 기대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1대 국회에 상정된 관련법 개정안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공무원 정치기본권을 보장하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더는 정치권과 정부에 기대할 게 없다고 판단한 공무원 노동계가 입법청원을 통해 “우리 법은 우리가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2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공무원·교원 정치기본권 쟁취 10만 입법청원 선포’ 기자회견을 가졌다.

현행법상 공무원은 후원회 가입은 물론 선거 때 후보자 선거관련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팔로워에게 선거운동 내용을 리트윗만 해도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돼 있다.

정치기본권 족쇄…관련법만 7개

공무원 정치기본권을 제약하는 법만 해도 국가·지방공무원법, 공직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공무원·교원노조법 등 7개가 넘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 8월에는 4·15총선을 두 달 앞두고 광주지역 공무원노조 교육수련회에서 공무원정치기본권 보장에 동의하는 정당을 소개하고, 설명을 했다는 이유로 공무원노조 간부 2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공무원 노동계가 입법청원을 시작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공무원노동계는 앞으로 30일간 일반 공무원과 교사, 노조원, 일반인을 대상으로 입법청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지난 1월 9일 국회가 전자청원제도 운영에 필요한 국회청원심사규칙 개정안을 의결해 30일간 10만명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해 관련 안건과 함께 심의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한 달 내 10만명 동의받을 수 있나

산술적으로는 청원이 가능하다. 전체 공무원이 108만명이다. 이 가운데 공노총 조합원이 17만명(자체 집계)과 공무원노조가 15만명(자체 집계)이다. 여기에 5만명 가까이 되는 전교조 조합원이 합류하면 10만명 청원은 금세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행정안전부
자료:행정안전부

하지만, 낙관만 할 수도 없다는 게 공무원 노동계 안팎의 전망이다. 이는 숫자일 뿐 실제로 이들 중 몇 명이 한 달 내 전자청원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같은 공무원 노조원이라도 의견이 다를 수 있고, 주어진 기간이 한 달이라는 점도 한계가 될 수 있다.

입법청원 1호는 텔레그램n번방 방지법

이와 관련, 한 노동계 간부는 공무원 노동계 조합원 수 가운데 허수도 적지 않고, 개인적으로 농담의 차이도 있어서 낙관해서는 안 된다”면서 “노동계가 똘똘 뭉쳐서 추진해야 만 청원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공무원 노동계가 한 달 내 10만명의 동의를 받아낸다면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를 하게 된다. 지난 3월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은 이런 절차를 밟아서 전자청원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입법에 성공한 바 있다.

10만 동의받아도 곳곳에 암초

만약 10만명 동의를 받아 상임위에 가면 여기서 현재 입법을 추진 중인 유사법안과 통합·논의를 하게 된다. 여기서 정부의 의견도 듣고, 여러 정당의 의견을 반영하게 된다.

정부야 당연히 반대할 것이고, 국민의힘 역시 반대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이 관건인데, 이 역시 간단치 않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전향적이기는 하지만, 아직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문제를 건드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국민정서가 관건

여당의 한 의원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문제는 국민의 정서가 중요하다”면서 “만약 공무원 노동계의 청원이 성사된다면 그래도 그동안 금기로 삼았던 영역이 어느 정도 풀리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은 없지 않다”고 말했다.

공무원 노조의 한 간부는 “지금은 청원 성사에 집중할 때다”면서 “동의를 받게 되면 정치권 반응은 물론 국민적 시각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사회에서는 이번 입법청원이 공무원 노동계의 결속력을 확인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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