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통경비 5% 일괄삭감 지침 각 부처에 전달
“늘려야 할 판에 출장여비 포함된 공통경비 삭감”
“내년에도 다른 예산 돌려막기 해야 할 판” 한숨
“한쪽은 생색, 기재부는 삭감… 짜고치는 고스톱”

그래픽 픽사베이 태극문양 합성
그래픽 픽사베이 태극문양 합성

내년에도 공무원들 출장여비 타내기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3월 정부가 출장일비와 식비를 인상하는 ‘공무원여비규정’을 개정하면서 생색은 다 냈지만, 부처마다 출장비 타내기는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같은 정부지만, 인사혁신처나 행정안전부는 생색을 내고, 기획재정부는 기관 내에서 다른 예산을 전용, 자체 해결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여유가 있는 부처나 지방자치단체는 출장비 지급에 큰 문제가 없지만, 일부 기관은 관련 규정 개정 이후에도 오르지 않은 출장비를 지급하거나 아니면 못 주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후 해결은 됐지만, 미봉책일 뿐이다.

연말에 가면 돌려막기 예산도 고갈돼 상당수 기관에서는 출장비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출장비 대란’도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은 내년 예산에는 출장비를 반영, 좀 여유있게 짜여질 것으로 기대해왔다.

공무원여비규정 중 출장여비 인상 현황
공무원여비규정 중 출장여비 인상 현황

그런데 최근 날벼락이 떨어졌다.

25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기재부가예산협의 과정에서 내년도 예산을 편성할 때 공통경비 5%를 일괄 삭감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출장경비는 공통경비에 들어간다. 기재부는 지난해에도 긴축재정을 이유로 공통경비 5% 삭감 지침을 전달한 바 있다.

그런데 같은 5% 삭감이라도 올해 지침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올해 오른 출장경비 때문이다.

각 부처나 공직사회는 올해 오른 출장경비를 내년도 예산 중 공통경비에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기재부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5% 삭감이라는 지침을 내렸다.

결국, 내년에도 출장비를 지급하려면 올해처럼 다른 예산을 줄이거나 돌려막기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각 부처 예산 담당자들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출장비 때문에 곤욕을 치러야 할 것 같다”면서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정문. 정부청사관리본부 제공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정문. 정부청사관리본부 제공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세종청사 한 부처의 주무관은 “같은 정부인데 한쪽에선 생색내고, 한쪽에선 틀어막고 짜고 치는 고스톱도 아니고 너무한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또 다른 부처의 사무관은 “올해도 연말쯤 가면 출장비 제대로 못 주는 부처가 생길 텐데 기재부가 이를 알면서도 공통경비 삭감 지침을 냈다”면서 “추후 협의 과정에서 열악한 각 부처의 현실이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공무원여비규정’ 개정을 통해 지난 2006년 이후 한 번도 인상하지 않았던 출장 일비와 식비를 각각 2만원에서 2만 5000원으로, 2015년 이후 5만원(일반지역)~7만원(특별시)으로 묶여 있던 숙박비는 7만원(일반지역)~10만원(특별시)으로 인상, 3월부터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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