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처는 예산 없다며 오르기 이전 출장비 적용
힘 있는 부처는 오른 출장비 지급… “빈익빈 부익부”
출장비 인상+코로나19 풀려 출장 급증 예상 못 해
다른 부처도 하반기엔 예산 고갈로 지급불능 우려
생색 다 내더니 “다른 예산 빼서 쓰라니” 볼멘소리
“빛 좋은 개살구… 범부처 대책 내놔야” 한 목소리

그래픽 픽사베이 태극문양 합성
그래픽 픽사베이 태극문양 합성

“아니 밥값과 일비가 어찌 그대로 2만원인가요. 출장여비가 오른 것 맞나요.”

정부가 출장여비를 17년 만에 올렸지만, 일부 부처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식비와 일비 등을 2만원만 지급하고 있어 일선 공무원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

반면,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 등은 힘 있는 부처는 오른 일비와 숙박비 등을 제때 지급하고 있어 출장여비도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8일 관련부처 및 일선 공무원 등에 따르면 출장여비는 이달부터 일비와 식비는 2만원에서 2만 5000원으로 5000원씩, 숙박비는 2만~3만원가량 올랐지만, 일부 부처는 돈이 없어 인상된 출장비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경우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출장 공무원의 일비와 식비를 2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오른 일비와 식비를 지급하는 부처도 언제 예산이 고갈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출장여비 인상 현황
출장여비 인상 현황

고용노동부의 경우 지금은 오른 출장비를 지급하고 있지만, 이 추세대로라면 가을쯤에는 예산 부족으로 지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른 부처나 지자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반기에 예산이 고갈돼 지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정부가 이달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출장비를 올렸지만, 예산은 코로나19로 출장이 줄었던 지난해를 기준으로 짜였기 때문이다.

올 들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린 것도 이런 상황에 한몫했다.

그동안 억제됐던 출장이 급증한데다가 인상된 일비와 식비, 숙박비가 적용되면서 속된 말로 지출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의 한 공무원은 “같은 출장인데 어느 부처는 오른 여비를 받고 우리는 인상 전 여비를 지급받는다”면서 “우리는 다른 나라 공무원이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교육부 한 공무원은 “여비는 인상한다고 생색은 낼 대로 내더니 출장을 줄여서 오른 여비를 충당하라고 한다”면서 “아랫돌 빼서 윗돌에 올리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국장들은 그래도 서울 등지로 출장은 다 간다”면서 “닦달의 대상은 매번 하위직 공무원들이다”고 덧붙였다.

출장여비 인상 등에 따른 증가분은 추경을 편성하거나 아니면 다른 예산을 전용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은 게 각 부처나 지자체의 사정이다.

‘지출을 최소화하라’는 지침에 따라 올해 빠듯하게 책정된 예산에서 이들 비용을 빼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못 받은 출장비를 나중에 지급할 수도 없다. 규정 때문에 한번 지나가면 그것으로 끝이다.

늘어난 출장과 여비 인상에 따른 예산은 부처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략 연간 5억~10억원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세종 관가의 한 공무원은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가 공무원을 상대로 여비 인상한다고 생색을 낸 뒤 뒤치다꺼리는 각 부처에 돌렸다”면서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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