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 2023년 업무계획 뜯어보기〉
7·9급 문제 등 어려운 과제 테이블에 올린 것은 돋보여
성공하려면 부처 입직경로별 실·국·과장 현황 공개 필요
다자녀 공직문호 개방 말은 좋지만, 젊은층 반발 클 듯
“자녀 육아 맘편히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최선” 지적도

김승호(왼쪽) 인사혁신처장이 지난달 27일 대통령실 올해 업무계획 보고가 끝난 뒤 사후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바로 옆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인사처 제공
김승호(왼쪽) 인사혁신처장이 지난달 27일 대통령실 올해 업무계획 보고가 끝난 뒤 사후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바로 옆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인사처 제공

“계획은 좋은 데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고…”

인사혁신처가 올해 업무계획을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이번 업무보고는 양적으로 다소 빈약해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뜨거운 이슈들이 한둘이 아니다.

국민연금 개혁과 묶여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논외로 치더라도 △다자녀 우대정책 △입직경로 차별해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들 모두 해법도 마땅치 않은 쉽지 않은 과제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인사처가 이런 껄끄러운 과제들을 업무계획에 넣었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계획은 계획이고, 어떻게 실현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입직경로 차별 해소 문제는 ‘어떻게?’

지난해 말 인사처가 조직개편을 통해 균형인사과를 통합인사정책과로 명칭을 변경했다.

당시 눈길을 끈 것은 관장 업무다. 기존 남녀성비나 지역인재 문제 등을 다루던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저출산과 입직경로 문제까지 다룬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어젠다 가운데 하나지만, 입직경로를 인사정책의 공식 업무로 내세운 점은 다소 새롭다.

정부 내부에서 이 문제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행정안전부가 경찰대가 독식하다시피한 순경출신 총경 비율을 늘린 점은 다 아는 사실이고, 다른 부처에서도 장관을 중심으로 특정경로 고시(5급 공채) 출신들의 독식에 우려를 표한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이다. 인사처 업무계획에는 5급 공채 폐지는 물론이고, 인원의 축소 등 획기적인 방안은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입직경로나 성별 등에 구애됨이 없이 역량을 갖춘 누구나 관리자 직위로 진출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각 부처의 임용현황을 분석해 개선 권고하겠다”고 했다.

또 기관별 특성을 고려한 발탁인사도 활성화한다고 했다.

경찰대 독식은 보이고, 고시 독식은 안 보이나?

아직 시작 단계다. 그리고 연구·검토 단계라는 게 인사처 담당자의 얘기이다.

얘기가 나왔으니 각 부처의 입직경로별 국장, 실장 등 관리자 비율을 분석만 할 게 아니라 아예 공개하면 어떨까.

아마 쉽진 않을 것이다. 어떤 부처는 본부를 기준으로 하면 7·9급 관리자는 한자릿수일 것이다. 아예 없는 경우도 상당수일 것이다.

행시와 기술고시 출신들의 관리직 독점현상은 ‘독점’이라는 점에서 우리 공직사회의 환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감추기만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올해부터라도 각 부처의 입직경로별 관리자 비율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과장부터 할당제를 시행하면 어떨까.

때론 충격요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경찰대 출신도 이렇게 관리직을 독점하지는 않는다. 왜 경찰대 출신의 고위직 독점만 눈에 보이고, 중앙부처 고시 출신들의 자리 독식은 보이지 않는 것일까.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안 보려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볼 일이다.

다자녀 채용·승진 우대한다고?

인사처가 이번 업무보고에서 저출산 극복을 위해 3명 이상 다자녀 부모에게 공직 문호를 확대하고, 승진·전보 시 우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주 조심스럽다.

전보 우대는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겠지만, 승진 시 가점은 또 다른 문제다.

“승진하려고 밤낮없이 열심히 일했는데 실력이 아닌 애 많이 낳았다고 먼저 승진시키는 게 어디 있느냐”는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공무원이 애 낳는 기계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여기에다가 공채 시 가점을 부여한다면 반발은 더할 수도 있다.

공시·승진 다자녀 가점? 후폭풍 감당할 수 있나

경력채용이야 세자녀 이상이 있을 수 있으니 가점을 주는 것까지는 그래도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공채에 다자녀 가점을 주는 것은 젊은 층의 엄청난 반발을 살 수 있다.

연령대상 세자녀는 고사하고, 한 자녀 공시생도 찾기 어려운 판에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되레 화를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 충격요법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공무원 채용이나 승진에서 다자녀 가점을 주는 것은 다소 무리스러워보인다.

담당부서가 조심스러운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대신 애 낳으면 잘 키우고 많이 낳아도 직장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공무원으로 저출산 극복한다는 것은 언발에 오줌누기일 수 있다. 저출산 극복을 강조하다 보니 나온 것이겠지만, 세자녀 이상에 공직문호를 어떻게 개방할지 참으로 궁금하다.

인사혁신처 제공
인사혁신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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