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직은 자치구가, 기술직은 서울시가 인사
일부 구청장 “기술직 남의 식구” 행정직 선호
서울시, “기술직 역할 갈수록 커지는데…” 난색
지자제 출범부터 잉태한 문제, 협치로 풀어야

서울시 청사 앞에 서울시기와 서초구기가 태극기와 함께 나란히 걸려 있다. 서울시와 서초구는 지난해 4급 기술직 인사를 둘러싸고, 빚어졌던 인사교류 중단 사태를 이번 1월 인사를 통해 해소했다. 공생공사닷컴 자료사진
서울시 청사 앞에 서울시기와 서초구기가 태극기와 함께 나란히 걸려 있다. 서울시와 서초구는 지난해 4급 기술직 인사를 둘러싸고, 빚어졌던 인사교류 중단 사태를 이번 1월 인사를 통해 해소했다. 공생공사닷컴 자료사진

“자치구 인사인데 구청장이 기술직 줄이고, 행정직 늘리면 안 되나요.” “전문화 시대에 갈수록 기술직 수요는 늘어나는데 더 뽑지는 못할망정 줄이다니요.”

지난해 서울시와 서초구 간 갈등을 불러왔던 기술직 인사 교류가 정상화됐다.

7일 서울시와 서초구 등에 따르면 서울시가 1일 자로 시행한 상반기 4급 이상 간부 전보 인사에서 기술직 2명이 서초구로 발령났다. 이게 왜 뉴스가 될까.

문제는 지난 2018년 12월 서초구가 4급 기술직을 기존 2개에서 1개로 줄이고 대신 행정직을 늘리는 인사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서초구와 4급 기술직 정원을 두고 물밑에서 밀당을 해오던 서울시는 이 승진 인사 계획이 공개되자 합의 위반으로 판단하고, 서초구를 통합 인사에서 배제했다.

서초구는 협의 중인데 서울시가 인사 교류를 중단했다고 반발했지만, 서울시는 “인사 계획 발표로 합의가 깨졌다”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이 합의는 또 무엇일까.

이를 알려면 시계를 21년 전으로 되돌려 봐야 한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1999년부터 기술직 통합인사를 시행했다. ‘행정직은 자치구가 기술직은 서울시가 인사를 한다’는 원칙이 이때 수립된 것이다.

이는 인원수가 많은 행정직은 자치구 자체에서 인사를 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기술직의 경우는 그 수가 많지 않아 서울시가 통합·관리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면서 만약 4급 기술직을 두 자리에서 한 자리로 줄이고, 행정직을 늘리는 것은 서울시와 사전에 협의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게 깨진 것이다.

물론 서초구는 서울시에 기술직을 행정직으로 전환하겠다는 통보를 했고, 서울시는 불가를 통보했다. 그러자 서초구가 이를 발표해버린 것이다.

그때까지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기술직 4급이 2명인 곳은 서초구와 광진·성동·동대문·강남구 5곳뿐이었다. 나머지 20개 자치구는 기술직 4급이 한 명씩이다.

인구나 자치구 재정 상태 등을 기준으로 나눈 것은 아니지만, 오래된 관행이다. 서초구뿐 아니라 다른 구청도 이런 관행을 깨고 싶어했다.

1999년 이후 기술직을 서울시가 인사를 하면서 서울시 구청장들은 기술직은 자기 사람이라기보다는 서울시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심 한 자리는 행정직으로 바꾸고 싶어하지만, 서울시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서초구가 반기를 든 것이다.

서울시로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 공무원이 행정직으로만 채워지는 것도 아니다. 수적으로는 적지만, 기술직도 한 축이다. 20개 자치구가 4급 기술직이 한 자리라고 해서 나머지 5개 구도 같이 한 자리로 맞춘다면 지금까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던 인사 틀이 흐트러진다.

게다가 지금은 기술직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본청뿐 아니라 자치구에서도 각종 안전사고가 잦은데다가 도시계획이나 도시개발은 일반 행정의 영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시나 서초구나 이를 마냥 방치할 수도 없었다.

서초구는 인사 교류 중단으로 350여명의 기술직 인사가 발이 묶이면서 입장이 난처해졌다. 직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로서도 자치구와 인사교류 중단이 길어질 경우 광역단체로서 체면 손상은 불가피하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서초구가 미래비전기획단 단장 자리를 기술직 4급에 주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이번 1월 인사는 9월 타결의 산물인 셈이다.

하지만, 문제가 깔끔하게 매듭지어진 것은 아니다. 이번에 기술직 4급에 돌아간 자리가 한시적인 자리이다. 언젠가 미래비전기획단이 해체되면 기술직 자리를 두고, 갈등이 재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광역단체장과 자치구 간 인사권 갈등은 최근 부구청장 자체 승진으로 문제가 불거진 대전시와 대전 중구처럼 지방자치제가 안고 있는 난제 가운데 하나다.

광역과 자치구가 얽히고 섥혀 있는데 인사 문제를 칼로 무 베듯 깔끔하게 분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광역단체와 기초지자체가 협치를 통해 풀 수밖에 없다는 게 행정학자들의 중론이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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