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감사결과 발표…정답에 ‘0’점 주기도
인력공단 기관경고·업무소홀 직원 6명 징계
채점위원 출제·채점 배제 외 제재수단 없어
“난이도 고의 조작·사전 유출 등은 없었다”

지난해 치러진 세무사시험 2차 난이도와 관련,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 관계자 등이 세무공무원 출신 수험생에게 제도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지난 1월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전달하고 있다. 2022. 04.4 연합뉴스
지난해 치러진 세무사시험 2차 난이도와 관련,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 관계자 등이 세무공무원 출신 수험생에게 제도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지난 1월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전달하고 있다. 2022. 04.4 연합뉴스

지난해 세무사 2차 시험 난이도와 일부 문항의 채점에 문제가 있었지만, 세무공무원을 위해 난이도를 고의로 조작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는 고용노동부 감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일부 문항에 대한 오채점이 있었고, 시험문항 유출이나 고의성은 없지만, 난이도 책정 등에서 일부 문제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일부 문항은 재채점하고, 산업인력관리공단에는 ‘기관경고’를, 관련자 6명에게는 업무소홀로 징계할 것을 의뢰했다.

하지만,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세시연) 등은 일부 문항만 재채점할 것이 아니라 ‘세법학 1부’에 대한 전면 재채점과 합격자 재선정을 주장하는 반발하고 있다.

노동부는 4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실시한 2021년도 제58회 세무사 자격시험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채점 일관성 없었다

감사결과 ‘세법학 1부 문제 4번의 물음 3’ 채점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은 사실로 드러났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법정 결정 기한을 설명하시오’라는 4점짜리 문제인데 정답은 ‘상속세 과세표준 신고기한부터 9개월 이내’였다.

하지만, 이렇게 정답을 쓰거나 절반만 맞췄는데도 ‘0’점 처리된 경우도 있었고, 정답과 다른 표현을 쓰고도 만점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오채점은 채점위원 순간적인 판단 실수

채점위원은 “순간적인 판단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이들은 공무원이나 산업인력관리공단 직원과 달리 처벌이 쉽지 않다. 공단이 채점이나 출제위원에서 배제하는 선에서 불이익이 그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오채점 문제와 관련, ‘물음 3’ 재채점 등 후속 조처를 권고했다. 권고사항은 원칙적으로 2개월 내 이행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재채점으로 합격자가 바뀔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산업인력공단이 할 수 있는 일은 재채점까지이고 채점 결과를 받아 최종합격자를 정하는 것은 국세청 몫이기 때문이다.

시험계획에 출제·시행·채점 계획 포함 안돼… 위촉 순위도 안 지켜 

감사에서 시험 시행계획에 출제·시행·채점 방법이 포함되지 않은 점과 출제위원 선정 시 전산시스템이 부여한 위촉순위를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담당자는 “다른 자격시험을 함께 진행하면서 업무부담이 컸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2차 시험과목 예상 난이도와 실제 난이도 달라

2차 시험과목 세법학 1·2부와 회계학 1·2부 전체 16개 문항 가운데 10개 문항 난이도가 예상 난이도와 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과목당 문제가 4개로 난도 ‘상’과 ‘하’가 각각 1개, ‘중’ 문제가 2개로 잡았으나, 세법학 1부의 경우 수험생이 상과 중이 각각 2개씩 출제됐다고 느낄 정도로 어려웠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고의 난이도 조절은 사실무근

노동부는 감사결과 일부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세무공무원 출신 수험생에게 유리하도록, 일반수험생이 치르는 ‘세법학’을 어렵게 출제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확실히 했다.

이유는 “출제위원들이 외부 영향 없이 문제를 내고 난이도를 설정했으며 출제위원이 단독으로 난이도를 조작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는 것이다.

국세청 출신 출제위원 개입 확인 불가

국세청 출신 출제위원이 세법학 출제에 개입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출제위원 간 출제 청탁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못박았다.

노동부는 세법학 1부 문제 4번이 세무사들이 이용하는 유료회원제 사이트에 게재된 사례를 숫자만 바꿔서 인용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출제위원이 해당 사이트를 알지 못하며 출제위원이나 산업인력공단 관계자가 접속한 사실도 없다”라고 밝혔다.

유료회원제 사이트에서 사례 인용 역시 사실무근

나아가 이 문제가 ‘부담부증여’가 아닌 ‘양도’에 관한 내용이어서 문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전문가에게 자문한 결과 문제에 오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세법학 1부 문제 4번을 채점할 때 회계학 시험에서 과락할 점수를 받은 수험생에게 점수를 많이 줬다는 의혹엔 “구조상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국세공무원교육원 문제와 회계학 1부 1번 문제와 같다는 주장도 ‘NO’

회계학 1부 ‘문제 1번’ 일부가 지난해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실시한 회계실무 능력 검정시험 2급 시험 문제와 같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노동부는 “문제 형태와 묻는 바는 유사하나 제시된 표의 수치(금액)가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유형의 문제는 2015년과 2019년에도 출제됐으며 일반적인 수험서에도 (같은 유형의) 문제가 실려 있다”라고 덧붙였다.

채점위원들이 사흘 만에 채점을 마치고 채점위원이 아닌 사람이 채점했다는 의혹과 채점담당자가 감사를 회피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세시연 “납득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세시연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실망했다”라면서 “모든 수험생에게 권리를 구제받을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세법학 1부 시험에서 배점이 제일 낮은 일부 물음의 채점만 수정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법학 1부 전면 재채점과 합격자 재선정을 요구했다. 피해보상과 함께 세무공무원 출신 수험생에게 1차 시험과 2차 시험 세법학 1·2부 과목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특혜’를 철폐하라고도 주장했다.

한편, 2021년도 제58회 세무사 자격시험과 관련, 수험생들은 세법학 1부 시험이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됐다면서 이 시험을 면제받는 세무공무원 출신 수험생이 유리하도록 난이도가 ‘조작’됐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해 세법학 1부 과락률은 82.1%로 재작년(30.6%)보다 51.5%포인트 높았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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