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무원의 사는 이야기

20년간 119회 헌혈 부산 중구소방서 이성훈 소방교
휴가지에서 아내 마트 쇼핑하는 막간에 헌혈하기도
2세 위해 임신준비할 때 빼곤 1년에 6회 꼴 헌혈
지난 2017년에는 백혈병 환자에 조혈모세포 기증

이성훈 부산 중부소방서 소방교. 그는 지난 20년간 무려 119회의 헌혈을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이성훈 부산 중부소방서 소방교. 그는 지난 20년간 무려 119회의 헌혈을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이성훈(36) 소방교는 부산 중부소방서 구급대원이다. 그가 하는 일이 사람을 구하고, 이송하는 것이지만, 그에게는 사람을 돕는 또 다른 방식이 있다.

다름 아닌 헌혈이다. 그는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나 주변 동료에게는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다. 헌혈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교시절 친구 동생 위해 헌혈한 게 지금까지 이어져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모두 119회의 헌혈을 했다. 이 소방교는 지난달 17일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부산나음소아암센터’를 방문해 이렇게 받아든 헌혈증 119장과 창선119안전센터 동료들이 마련한 소아용 마스크 1000장을 전달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이렇게 많은 헌혈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격무인데 건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등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연휴가 끝나고 멀리 부산에 있는 이 소방교를 공생공사닷컴이 전화로 만났다.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에서 헌혈을 하고 있는 이성훈 소방교. 소방청 제공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에서 헌혈을 하고 있는 이성훈 소방교. 소방청 제공

이 소방교는 2015년 소방에 발을 디딘 7년차 구급대원이다. 하지만, 그의 헌혈과의 인연은 한참 뒤로 거슬러 올라간다.

“헌혈과 처음 접한 것은 2001년쯤인 것 같아요. 고등학교 다닐 때 백혈병을 앓고 있던 친구의 동생을 위해 처음으로 헌혈을 했는데 그게 인연이 돼 오늘에 이르게 됐네요.”

그는 군에 입대한 뒤에도 헌혈을 멈추지 않았고, 이렇게 119회가 됐다. 첫 헌혈 이후 만 20년이 지났으니 1년에 여섯 번(5.95회)쯤 헌혈을 한 셈이다.

헌혈 자주 하지만 건강에는 전혀 지장 없어

이 과정에서 2007년에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 등록을 했다. 이후 2017년에는 유전인자가 일치하는 백혈병 환자를 만나서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기도 했다.

20년 동안 헌혈을 하고도 구급대원으로 열성적으로 근무를 잘하고 있으니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건강에는 영향이 없냐”고 물었다.

“건강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과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2세를 갖기 위해 임신 준비할 때는 안 했습니다. 그 외에는 기회가 되면 헌혈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부인과의 사이에 24개월짜리 딸이 있다. 부인의 입장이 궁금했다. 가장이 시도때도없이 헌혈을 해대니 걱정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내는 든든한 응원군

“‘좋은 일이니까’라며 반대를 안 하고요. 오히려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도 가끔 황당해할 때는 있긴 하지만요….”

다름 아닌 지난 7월 여름휴가 때의 일 때문이다. 경남 진주로 가족휴가를 갔다가 대형마트에서 부인이 쇼핑하는 사이 나가서 헌혈을 하고 온 것이다.

평소 자주 헌혈을 하니까 그러려니 하던 부인도 그때는 좀 황당해했다고 한다.

“헌혈에는 대략 30분 남짓 걸리니 일상에 큰 지장은 없지만, 그래도 남들 보이게는 좀 과하게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합니다.”

동료들 반응을 묻자 “저처럼 자주 헌혈하는 동료는 없고. 가끔 기회 닿으면 권하기도 하고, 시간이 맞으면 같이 한다”고 말했다.

그의 헌혈나눔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기회가 닿으면 조혈모세포 기증도 하고 싶다고 했다.

“헌혈은 건강한 사람의 특권이자 의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헌혈을 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200회도 되고, 300회도 되겠지요.”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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