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장 단독면담 추진 민노총 노조…공동 추진에 불참
참석키로 했다가 하루 전 SNS로 불참 일방 통보
소방청, “출범 축하하는 자리인데… 당혹스럽다”
다른 노조 “노노간 소통의 자리이기도 한데… 불쾌”

지난 7월 28일 소방청에서 열린 신열우(왼쪽) 청장과 노조 간부들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공노총 소방노조 제공
지난 7월 28일 소방청에서 열린 신열우(왼쪽 가운데) 청장과 노조 간부들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공노총 소방노조 제공

개정 공무원 노조법에 따라 지난 7월 6일 소방노조가 출범한 가운데 벌써 노조 간 기세싸움이 뜨겁다.

크고 작은 4개의 노조가 설립되면서 서로 세 확산과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치열히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0일 전주덕진소방서 야간 감찰 파문으로, 소방노조 전체에 대한 존재감은 충분히 과시한 상태다.

신열우 소방청장, “과잉감찰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

곧바로 소방노조들이 항의하고,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소방청이 문제점을 인지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들여다보면 노조와 소방청, 노조와 노조 사이에 미묘한 갈등도 엿보인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게 지난달 28일 있었던 신열우 소방청장과 소방노조와의 상견례다.

이 자리는 소방청이 노조 출범을 축하하고, 노조와의 교감을 위해 마련됐다. 아울러 덕진소방서 과잉감찰 파문으로 쌓인 앙금을 풀어보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실제로 간담회에서는 신열우 청장이 “최근 논란이 된 감찰은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으로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런데 이 자리에 4개 노조 가운데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산하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소방지부(소방노조)와 전국소방안전공무원노동조합,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 등 3개 노조만 참석하고,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민주노총 소방본부)는 불참했다.

민주노총 소방본부, 전날 카카오톡으로 불참 통보

당초 민주노총 소방노조도 참석키로 했던 자리인데 간담회가 열리기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했다고 한다.

“자체 회의 결과, 시점상 소방청과의 대화가 잘 이뤄질지 의문일 뿐 아니라 4개 노조가 참여하는 간담회가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불참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소방노조의 불참이 단순히 이런 배경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노총 소방본부가 먼저 소방청장 단독 면담을 신청했는데 소방청이 4개 노조를 한 자리에 모아 물타기를 한 것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회의결과 참석 의미없다 판단”

단독 면담으로 다른 노조와 차별화를 하고, 세 확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던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방본부의 불참에 소방청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쾌감도 표시하고 있다.

“소방노조 출범을 축하하는 간담회인데 따로따로 만나서 진행하기보다는 같이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소방청으로서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노조도 썩 유쾌하지는 않다는 반응이다.

한 노조의 간부는 “소방노조를 조직화하는 과정에서 경쟁이 심했던 측면이 있었던 만큼 이런 자리를 빌어 노노 간 소통의 기회를 삼고, 소방청에 대한 연대의 모양새를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민주노총 소방본부는) 이런 면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 노동계에서는 이를 초기 세 확산을 위한 경쟁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조직이 안정화되면 이런 갈등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 조합원 치열한 유치전

하지만, 지금은 서로 조합원을 한 명이라도 더 가입시키려고 혈안이다. 물론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다.

공노총 소방노조는 이미 정은애 위원장이 휴직계를 내고 고진영 사무총장과 함께 전임을 시작했다. 집행부 전임을 통해 조직을 다지고, 조합원 권익 향상에 뛰어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노총 소방본부는 전임자를 아직 두지 않고 있다. 조합비를 걷지 않으니 전임자를 둘 여력이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임자 유무, 조합비 등 차별화 진행중

전임자 민주노총 소방본부가 초기 조합비를 거두지 않는 것도 세 확산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한다. 노조 출범 초기인 만큼 한 달에 1만원대인 조합비 부담을 줄여 조합원들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소방노조 출범 한 달여가 돼 가면서 4개 소방노조의 성향이나 전략 등도 점차 차별화하고 있다. 다만,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소방노조 사이에 공통분모를 찾아서 연대할 것은 연대하고, 경쟁할 것은 경쟁하는 국면이 올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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