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호 인사처장, 중앙부처 첫 ‘역으로 지도하기’ 참여
공직사회 곳곳에서 MZ세대 이해하고 배우기 열풍
30% 넘어선 MZ세대 공무원… 상호이해가 공존의 길
서로가 변하지 않으면 개인은 물론 조직에도 손해 

5일 김우호 인사혁신처장이 세종시 한 카페에서 90년대생 공무원들과 만나 주제별 대화를 나누며 밀레니얼 세대들의 생각을 배우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5일 김우호 인사혁신처장이 세종시 한 카페에서 90년대생 공무원들과 만나 주제별 대화를 나누며 밀레니얼 세대들의 생각을 배우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시대가 바뀌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국가공무원은 이미 30%를 넘어섰다고 한다.

공직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간부 중심으로 모이고·생각하고, 지시에는 무조건 “예” 먼저 하는 행태는 이제 사전 속 얘기로 변하고 있다.

직속 과장이 점심 약속이 없는 날 몇 차례 “같이 먹자”는 말에 “내가 왜 점심시간까지 과장에게 빼앗겨야 하느냐”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린 MZ세대 공무원도 있다.

점심시간을 왜 과장에게…

과장은 세상의 변화에 둔감했고, 직원은 자신의 사적인 시간을 과장이 침해한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공직사회가 MZ세대의 등장에 소용돌이치고 있다. 상사나 선배의 얘기나 지시를 무조건 ‘라떼’나 ‘갑질’로 치부하는가 하면 앞에서는 “그래 그래” 해놓고 돌아서서 “요즘 젊은 것들은…”하고 혀를 차는 선배 공무원들도 허다하다.

돌아보면 고려시대에도, 조선시대에도 젊은이들은 건방졌고, 윗사람들은 고리타분했다. 서양이라고 예외일 리는 없다.

하지만, 사회는 지금에 이르렀고, 건방진 젊은 애들 때문에, 고리타분한 윗사람들 때문에 망한 것도 큰 싸움이 난 것도 아니다.

조선시대에도 젊은이들은 건방졌다

세상은 이렇게 흘러가고, 역사도 그렇게 이어지지만, 문화와 문화의 충돌은 필연 개인의 희생을 낳는다.

끝내 이해하지 못해 사표를 던지기도 하고, 큰 싸움으로 변질돼 누군가 상처를 입기도 한다.
개인은 물론 조직도 손해다. 조직 내 갈등은 분열과 반목을 낳고 이는 비효율로 이어진다.

공직사회에서 세대 간 이해와 존중이 필요한 이유다.

인사혁신처는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위해 중앙부처 기관장으로는 처음으로 김우호 인사혁신처장이 ‘역으로 지도하기’(리버스 멘토링)에 참여했다고 5일 밝혔다.

세대간 갈등의 과중에 위기에 처하는 개인

1980~90년대생 공무원 3명과 함께 새천년(밀레니얼) 세대의 생각 및 가치관을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자리다.

‘역으로 지도하기’는 선배 직원이 후배 직원을 가르치는 일반적 경우와 반대로 후배 직원이 상담자(멘토)가 돼 선배 직원에게 조언하고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이 ‘역으로 지도하기’는 지난해 인사처가 중앙부처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했다. 기존에 국장급 간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것을 올해 인사처장과 국·과장급까지 참여의 폭을 넓혔다.

‘역으로 지도하기’는 국·과장급 간부 1명당 3명의 사무관·주무관급 상담자(멘토) 팀이 배정된다.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 일과 삶의 균형 등 월별로 다른 주제에 대해 신세대 직원들의 생각과 의견을 듣는다.

MZ세대 배우기 더 늘어나야

이날 인사처장과 공무원 3명은 소탈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공직생활에서 느끼는 고충, 공직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등에 대해 생각을 들어보고 공감해 갔다고 인사처는 자료에서 설명했다.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김우호 처장이야 장으로서 직원들의 얘기를 듣기 위해 간 자리이니 직원들의 얘기가 귀에 쏙쏙 들어왔을 것이다.

반대편은 어땠을까. 인사처는 이날 상담자로 참여한 오강석 사무관의 얘기를 전했다.

“처장님이 조직문화 개선 등과 관련해 젊은 직원들 생각을 많이 궁금해하고, 열린 마음으로 경청해줘 편안한 분위기 속에 생각과 경험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4050이해하기 프로그램 만드는 용기도 필요

모범답안이지만, 조직문화나 다른 세대의 사고와 행동방식이 한눈에 들어올 리도 없고, 또 가르치는 게 쉽지도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어서는 변하지 않는다. 절실함을 깨달아야 한다.

간부로서 선배로서 후배들을 직원들을 이끄는데 지금까지의 방식이 안 먹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진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해는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 간부와 선배만 변해서 되는 것일까. MZ세대도 변하고, 4050세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 갈등하고 있는 4050과 MZ세대라면 조금만 자신을 바꾸면 상황은 금세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안 하고 상대방이 바뀌기만 원한다면 싸움은 길어지고, 모두가 손해다.

그런 면에서 인사처나 행정안전부도 MZ세대에서 배우기 못지않게 ‘4050세대 이해하기’ 프로그램도 많이 만들었으면 한다. 이 프로그램이 혹시 갑질로 비쳐지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지만, 상호이해를 위한 통로는 분명 필요하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저작권자 © 공생공사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