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처, 4년 실적 자료 배포… 반성 없이 성과만 나열
공무원노조법 개정·전공노 합법화 등 이전 정부와 차별화
적극행정은 아직 성공 평가하기엔 일러…내재화 서둘러야
공직개방성 언발에 오줌누기… 고시순혈주의 타파는 요원
AI·코로나19로 사회 급변…시대상황에 맞는 조직개편 시급

코로나19의 재확산 조짐에 따라 공무원 회식이 금지되는 등 복무지침이 강화됐다. 서울신문DB
문재인 정부 4년 공직 개혁은 공과 과가 상존한다. 정문 밖에서 들여다본 정부서울청사 모습. 서울신문DB

5월 10일로 문재인 정부 출범 4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공직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사실 이전 정권과 비교해 문재인 정부에서 공직사회에는 적잖은 변화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바람직한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적지 않다.
인사혁신처는 9일 지난 4년간의 인사혁신 성과를 정리해서 보도자료로 뿌렸다. 전반적인 상황보다는 인사혁신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면서 그 성과로 적극행정과 여성 관리자 비율 증가, 개방형 공무원 채용제도의 활성화 등을 꼽았다.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도 첨부했다.
첫해인 2019년 적극행정 지원제도 활용 실적이 42건에서 2020년 486건으로 11배 이상 늘었고, 적극행정 우수공무원 선발 규모도 2019년 294명에서 지난해 934명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여성관리자가 증가한 것도 내세웠다.
여성 관리자 임용확대 5개년 계획을 수립한 2017년 이후 중앙부처 본부 고위 공무원 여성 비율은 2018년 6.7%에서 2019년 7.9%, 2020년 8.5%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본부 과장급 여성 비율로 2018년 17.5%, 2019년 20.8%, 2020년 22.8%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를 바탕으로 여성 관리자 임용목표를 2022년까지 고위공무원 10%, 본부 과장급 25%로 상향조정했다.
‘개방형 직위 제도’ 활성화도 성과로 내세웠다.
부처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연봉책정 범위를 확대하고, 성과를 낸 직원은 승진과 보수상향, 장기근무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우수인재 유치를 위해 개방형 직위 제도를 지속 개선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개방형 직위에 임용된 사람 중 민간인 비율은 지난 2014년 14.9%에서 2020년에 44.3%까지 늘었다.
그렇다면, 다 잘한 것인가. 거꾸로 박하게 한번 평가해보자. 적극행정은 잘 잡은 테마다. 주어진 일만 하고, 일벌이면 나만 손해다는 풍조가 공직사회에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오죽하면 ‘공무원 스타일’ ‘네가 공무원이냐’는 말이 칭찬보다 질책으로 받아들여졌을까.
공무원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적극행정이다. 문재인 정권 이전에도 적극행정에 대한 독려는 있었다. 다만, 이름을 달리했을 뿐이다.
하지만, 적극행정은 그동안 요원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것을 제도화하고자 했다. 인사처는 이를 데이터로 뒷받침하는 등 포장을 해서 내놨지만, 적극행정은 1, 2년 정도의 성과로 평가할 사안은 아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적극행정이 공적으로 살아남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거나 세월이 지나면 적극행정이 되레 배임 등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별 사례들을 들여다보면 적극행정인지, 아니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공무원시험과 자격증 시험이 겹쳐 대혼란이 일어났는데, 이후 범부처 협의체를 구성해서 이런 혼란을 없애기로 한 것을 적극행정 사례로 꼽았다.
하지만, 이는 적극행정 성공사례가 아니라 실패사례로 꼽아야 할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전에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인데 사건이 터진 후 수습책을 마련한 것을 적극행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신속히 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혼란이 생겨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글이 오르고, 그다음에 한 것은 적극행정 모범사례라고 하기에는 멋쩍은 감이 없지 않다.
개방형 제도의 확대는 정부가 내세우는 성과 중의 하나다. 하지만, 그렇게 뽑는 공무원이 도대체 얼마나 되나.
언발에 오줌 누기다. 고작 1년에 500명도 되지 않는 인원을 뽑으면서 공직사회의 개방성 어쩌고 하는 것은 견강부회다. 그것도 절반 이상이 기존 공무원 중에서 충원된다.
좀 더 속도를 내고, 폭도 확대해야 한다.
시야를 넓혀보면 문재인 정부의 성과는 다른 데서 찾을 수 있다. 공무원노조에 대한 유연성이다.
법외노조로 있던 전공노가 2018년 합법화됐고, 공무원노조법의 개정으로 소방공무원도 오는 7월 6일부터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과 관련이 있다고는 하지만,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점에서는 평가할 만 한다.
이명박 정부 이후 끊겨 있던 단체교섭을 재개한 것도 성과로 볼 수 있다. 다만, 외형적인 성과에 비해 내실은 빈약한 것이 맞다.
보수위원회를 구성해놓고, 거기서 결정된 사항들을 기획재정부가 무시해버리는 것은 공무원 노동계에 불신을 키우고 있다.
또 하나는 공무원 증원이다. 민생과 직결된 소방공무원 등의 증원이야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5년간 17만 4000명의 증원 목표에 따라 계속 늘이고 있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공무원을 뽑는 것이야 뭐라 할 필요는 없지만, 국민부담의 증가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정규직보다 노인 등 복지제도에 맞는 계약직을 더 뽑는다고 한다. 고령화 등 사회구조는 일본과 우리가 비슷한데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많이 뽑는 게 능사는 아니다.
또 공무원연금 등 국민이, 우리 젊은이들이 져야 할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방형과 공직사회 혁신과 직결된 것 가운데 하나가 공직사회 순혈주의다.
구직난이 심각해지면서 고시 출신과 7급, 9급의 실력 차도 줄고 있다. 어차피 9급 시험과 7급시험도 고시나 진배없다.
하지만, 비고시 출신들의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예전에는 비고시 출신들도 배려를 해서 인재를 키웠는데 요즘은 그런 아량(?)도 사라져가고 있다.
고시 출신 자리는 그대로 두고, 비고시 출신들 자리마저 고시 출신에게 넘어간다는 게 공직사회의 추세다. 그러면서 개방형은 늘리니 비고시 출신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람은 키우지 않고, 사람이 없다고만 한다. 일부러 그런지 아니면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공직사회의 개방성은 내부에서부터 찾아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 남은 1년 공직사회의 혁신을 위해서는 많은 것을 벌이기보다는 이제는 핵심 과제를 추슬러서 내실을 다져야 할 때다.
적극행정은 제도와 내재화하고, 공직사회 내부의 개혁도 시도해야 한다. 시대상황에 맞게 조직도 바꿔야 한다. 인공지능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세상은 바뀌었는데 정부부처와 지자체에서는 위원회와 새로운 조직은 날로 늘어만 간다.
하지만, 어느 부서가 폐지되고, 조직을 슬림화한다는 얘기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진정한 국가 장래를 위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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