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요구해온 경찰 실력 보여줄 때
좌고우면하면 오히려 기회 아닌 ‘독’될 수도
투명·공정한 자세 보여야만 국민신뢰 얻어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을 불러 부동산 투기 합동수사본부를 운영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제공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을 불러 부동산 투기 합동수사본부를 운영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제공

올 들어 발족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뜨거운 감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신도시 토지 의혹 수사의 주역이 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출범한 국수본으로서는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신도시 투기 수사가 수사능력과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호기가 될 수도 있지만, 자칫 ‘독배’가 될 수도 있다.

10여 명의 LH 직원들 수사야 그리 어려울 것은 없지만, 문제는 높아진 국민적 기대치이다. 이젠 LH 직원이 아니라 신도시 투기에 발을 담근 부처와 청와대 직원은 물론 정치인을 밝혀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로 불러 ‘부동산 투기 특별수사단 운영방안’을 보고받고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신도시 투기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반해 총리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 꾸려진 정부합동조사단은 수사 권한이 없어 불법행위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주중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가 끝나 수사의뢰를 하게 되면 국수본을 중심으로 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가 이를 맡게 될 전망이다.

국수본에 설치된 특별수사단이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로 확대 개편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공직자는 물론 위장전입이나 차명거래 등 모든 불법·탈법 투기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게 된다.

정 총리는 “국수본은 현재 고발된 사례와 함께 정부합동조사단이 수사 의뢰하는 사항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한 줌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국가가 가지고 있는 행정력과 수사력을 동원해 LH 의혹을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제 공은 국수본으로 넘어왔다. 합동수사본부라고 하지만, 결국 수사는 경찰이 하기 때문이다.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모두 경찰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느냐에 달렸다.

정 총리도 “민생경제 사건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의 핵심 수사 영역으로, 경찰 수사역량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한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고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다.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져 국민적 관심사가 된 마당에 수사를 무한정 이어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사는 생물이라고 한다. 뚜껑을 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속단할 수 없다. 여야는 물론이고, 검·경, 언론까지 고구마줄기처럼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지금은 야가 웃고, 여가 울상이지만,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그만큼 경찰의 수사는 주목을 받고 있고, 부담 또한 클 수밖에 없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이번 수사와 관련,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고 한다.

반면, 이번 수사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시험대에 오른 경찰의 수사능력을 보여줄 호기라는 목소리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경찰의 성역 없는 수사와 원칙이다. 경찰의 수사인력과 경험 등을 감안하면 이 정도 수사는 그리 난도가 높은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국세청에 금감원까지 가세했으니 금상첨화다.

수사에 임할 때 좌고우면하지 하지 않고 소신껏 수사를 해서 투명하고 공정한 수사결과를 내 국민의 신뢰를 쌓을 기회라는 것이다.

리스크를 수반하지 않는 기회는 없다. 이번에는 그동안 수사권 독립을 외쳐온 경찰이 국민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줄 때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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