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고 성실… 그런 사람이 책임감이 강하잖아요”
힘겨워했지만 “누군간 해야할 일” 묵묵히 일했던 그
故 윤준연 주무관 분향소엔 동료 추모행렬 이어져
“학원비 아까워 혼자 공시 준비한 착한 아들인데…”
시급한 악성민원 해소책…노조 순직인정 건의키로

지난 5일 서울시 강동구청 마당에 차려진 고 윤준연 주무관 분향소에 직원이 분향을 하고 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지난 5일 서울시 강동구청 마당에 차려진 고 윤준연 주무관 분향소에 직원이 분향을 하고 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착하고, 성실하고… 그런 사람이 책임감도 강하잖아요. 가뜩이나 민원이 많은 업무를 맡아서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서울 강동구청 마당 한쪽에 마련된 고 윤준연(35) 주무관 분향소에서 만난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 강동구지회 윤진두 부지회장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화창한 봄날 한쪽에서는 구청을 놀이마당 삼아 어린이들은 천진하게 뛰어놀고, 동료들은 꾸준히 분향소를 찾아와 그를 애도하고, 또 추모했다.

“그렇게 찾아도 안 나오더니 경북 구미에서 아버지가 약 타러 서울에 온 날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어요.”

그가 한강에 몸을 던진 것은 지난 1월 6일 오후 7시쯤이다. 그로부터 57일 만인 3월 3일 오후 2시 40분쯤 잠실 수중보 일대를 수색하던 119특수단 광나루 수난구조대에 의해 발견됐다.

윤씨는 구청에서 불법 주·정차 단속 과태료 부과 업무를 담당했다. 유독 민원이 많은 업무로 꼽힌다. 게다가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까지 어려우니 그 정도는 심했을 것이다.

한 언론사가 1년간 민원이 6000여 건 쏟아졌다고 보도했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민원이 많아 기피 부서 가운데 하나인 것은 틀림없다.

윤씨는 주변의 가족과 지인에게 과태료 부과 업무 과정의 고충을 여러 차례 호소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유서도 없이 공무원증을 목에 걸고 한강에 투신했다.

공무원노조는 5일 성명을 통해 “청년 공무원의 꿈과 희망을 앗아가는 공직사회 악성 민원 근절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마음이 여렸다고 한다. 1남1녀 가운데 둘째로 장가도 안 든 미혼이었다. 부모님은 구미에 거주한다. 효심을 다하고, 독립심도 강했다고 한다.

대학에 들어간 뒤에야 휴대전화를 개통할 정도였다. 공무원 시험도 학원비 아낀다며 혼자 공부했다고 한다. 동료에 따르면 애초에는 법원 쪽 공무원이었다가 서울시 공무원 시험을 치러 지난해 1월 임용된 만 1년 된 2년차 공무원이다.

힘든 일이지만, 누구든 해야 할 일이었고, 열심히 했다는 게 주변 동료들의 얘기이다.

가족들은 강동경찰서에 윤씨의 극단적 선택의 이유를 밝혀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공무원 노조는 업무 스트레스에 따른 순직 인정을 구청에 건의할 방침이다.

하지만, 절차가 남아 있다. 경찰의 수사를 통해 윤씨가 극닥적 선택을 한 배경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경찰과는 별개로 강동구청이 직원들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서 윤 주무관이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악성민원에 시달렸다는 점을 밝혀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동료들이 원하는 방안이다.

윤씨의 주검이 발견되던 날 혹시 아들이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저버리지 못했던 아버지는 지병 때문에 서울에 있는 병원에 약을 타러 왔다가 아들을 만났다.

“그렇게 꼭꼭 숨어 있더니 아버지 오신 날 얼굴을 내밀었어요.” 동료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윤씨는 7일 고향인 구미에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하지만, 진상규명까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그래야 재발방지책도 제대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현장에서 악성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이 한둘이 아니다.

강동구청이나 서울시, 정부부처에서는 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가능한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현장 공무원들의 외침이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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