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비로 산 땅 큰돈 됐지만, 내 것 아니라 생각”
정부, 전종복·김순분 부부에 국민훈장 동백장 수여
기부·인명 구조… 묵묵히 나눔 실천한 46명 포상

30억원의 자산을 소외된 이웃에게 쓰라며 기부한 전종복·김순분씨 부부. 이미지 행안부 제공
30억원의 자산을 소외된 이웃에게 쓰라며 기부한 전종복·김순분씨 부부. 이미지 행안부 제공

“그 돈은 거저 생긴 돈이라 저희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노력하지 않고 생긴 부는 귀한 줄을 모르고 의미 없게 쓰게 된다고 생각해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죠.”

30억원을 바보재단에 기부한 뒤 전종복(81)·김순분(73)씨 부부가 한 얘기이다. “그래도 어떻게 그런 결정을… ” 주변의 감탄에 노부부는 쿨하게 답했다. “다 털어버리면 편하지 뭘 그래요.”

자식도 있고, 젊은 시절 어렵게 산 부부다. 그리 쉽게 던질 수 있는 작은 돈도 아닌데 그들은 오래전부터 주변에 이런 얘기를 해왔고, 이 약속을 실천했다.

젊은 시절 월급 2만원을 받으면 1만 8000원을 예금하고, 2000원으로 살았다고 한다. 그렇게 자린고비로 살다가 우연히 사둔 토지가 국가에 수용됐다. 이 돈으로 사둔 산이 제법 큰돈이 됐다.

부동산 재태크에 세상이 달아오른 지금. 그 땅을 팔아서 또 다른 땅을 사고, 집을 사서 불릴 수도 있지만, 이 재산은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쓰자는 것이었다. 평소 검소한 그들의 모습에 언론을 통해 이 소식이 전해졌을 때 성당의 교우들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평소 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알았지만, 이런 통 큰 기부를 할 만큼 자산을 가졌다고 상상도 못했단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도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한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저희를 본보기로 더 많은 분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부는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고, 희망을 전해 온 숨은 공로자 46명을 제10기 국민추천포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에게는 3일 수여식이 열린다.

국민훈장 6점, 국민포장 7점, 대통령표창 15점, 국무총리표창 18점이다.

부부에게는 수상자 가운데 최고등급인 국민훈장 동백장이 수여된다.

면면히 열을 가진 사람이 하나를 내놓은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내놓고, 자신이 평생 일군 것들을 내놓은 사람들이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 사람들도 있다.

전종복·김순분씨 부부에서부터 명동입구에서 구두수선공을 하면서 모은 전 재산 12억원을 대학교에 기부하고,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후원해온 김병양씨(국민훈장 목련장)도 있고, 50년간 과일을 팔아 모은 200억원의 재산을 대학교에 기부하고, 나머지 200억원 상당 부동산도 기부하기로 김영석·양영애 부부(국민훈장 목련장)도 있다.

11층 주상복합건물 화재를 목격하고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가 입주자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려 인명피해 없이 200여 명을 대피시킨 23살의 용감한 청년 구교돈씨 이날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다.

이번 국민추천 포상 심사는 국민이 추천하고, 심사위원 심사는 물론 올해는 국민 온라인 투표를 통한 직접 평가도 병행했다. 수여식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며, 정세균 국무총리가 참석해 훈·포장을 전수한다.

자료:행정안전부
자료:행정안전부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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