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호소에도 성희롱 대신 갑질로 처리
심리·정서적 고통 피해자들 부산시에 진정
부산시, 2차 가해행위에 기관장 면직 요구

부산시청사. 부산시 제공
부산시청사. 부산시 제공

부산시 산하기관인 부산교통문화연수원이 직장내 성희롱이 발생한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 간 화해 자리를 주선하고, 1년 뒤에는 상사인 가해자를 피해자와 같은 부서로 발령내는 2차 가해를 한 것으로 드러나 기관장 면직 처분을 받았다.

성인지 감수성 유무를 넘어서 상식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어서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부산시는 시 산하 공직유관단체에서 발생한 직장 내 성희롱 사건과 관련 지난 8일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를 열어 징계 및 재발방지대책 수립 권고안을 심의·의결했다고 27일 밝혔다.

해당 산하기관은 부산교통문화연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희롱 사건이 난 시기는 2019년으로, 이 연수원에서 근무하는 상사 A씨가 계약직 직원 다수를 대상으로 언어적·신체적 성희롱을 지속해 성적 굴욕감과 모욕감을 느끼게 해 문제가 됐다.

피해자들은 연수원 측에 A씨의 갑질과 성희롱에 대해 알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주문했으나, 연수원은 미봉책으로 덮으려고만 했다.

성희롱 문제에 대한 정식 조사는 없었고, 성희롱 피해 또한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가해자 A씨에게 갑질에 대해서만 경고를 하고,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만 했다.

연수원은 이후에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A씨와 화해 자리를 주선하는 등 오히려 2차 가해행위를 저질렀다.

이후에도 피해자 보호조치를 해야 할 기관의 대응은 일방적이었다. 마음대로 화해자리를 만들고, 화해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는지 1년 뒤 가해자를 피해자들이 있는 부서로 발령낸 것이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성희롱 피해뿐 아니라 2차 피해 등 중첩된 피해로 인해 불안, 우울 등 심리·정서적 고통을 겪었고, 결국 부산시에 진정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사건을 접한 부산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는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기관이 오히려 2차 가해의 주체가 된 부분을 엄중하게 봤다.

경고와 함께 성인지 감수성 향상과 성희롱·성폭력 신고처리 절차의 개선을 위해 부산시와 이 기관에 기관장의 면직을 요구했다.

또 피신고인 징계의결 및 특별교육 실시,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절차에 대한 컨설팅, 기관장 및 고위직 간부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향상 특별교육, 사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부서 및 업무분리), 피해자에 대한 상담·의료·법률 지원 등의 보호대책 마련 등을 주문했다.

부산교통문화연수원은 지난 19일 기관 내 인사위원회 소관 안건을 제외한 권고사항을 모두 이행하겠다고 부산시에 회신했다.

한편, 부산시는 지난해 7월 1일부로 시장 직속 감사위원회 내에 성희롱·성폭력근절추진단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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