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공무원 10명 중 9명은 ‘직장 내에 꼰대 있다’ 답변
시너어는 10명 가운데 1.5명만 스스로를 꼰대라고 인정해
공직사회 일하는 방식 비효율적…보고방식이 가장 큰 문제
“세대차이 극복하려면 ‘꼰대’, ‘젋은것들’ 고정관념 버려야”
행안부, 설문·인터뷰 통해 ‘90년대 공무원이 왔다’ 책자 발간

2020년 공무원 기준소득월액이 539만원으로 관보에 게재됐다. 정문에서 내다본 정부청사. 서울신문DB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바라본 청사내 공무원들. 서울신문DB

1980년대 이후에 출생한 공무원 10명 중 8명은 직장 내에 ‘꼰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1970년대 이전에 태어난 시니어 공무원들 중 단지 15%만 스스로를 꼰대라고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공무원은 우리 회사에 ‘꼰대’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고참들은 한사코 나는 꼰대가 아니라고 부인하는 것이다.

세대차이로 속앓이를 하는 우리 공직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다.

이 통계는 행정안전부가 18일 발간하는 ‘90년생 공무원이 왔다’에서 발췌한 것들이다.

행안부는 ‘새천년 세대 공무원’(2000년 이후 공직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공무원)이 바라본 공직사회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개선방안을 담았다.

90년대 공무원이 왔다 책 겉면
90년대 공무원이 왔다 책 겉면

이를 위해 지난 8월 13일부터 21일까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중 1960~1970년대 생 ‘시니어’ 1196명과 1980년~2000년대에 출생한 ‘주니어’ 1910명 등 모두 3006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특히 주니어 공무원 가운데 1990년대생 공무원 12명을 심층면접했다. 이 책에는 그들의 직간접 경험들이 재구성을 통해 녹아 있는 것이다.

책자는 ‘정부혁신 어벤저스’를 구성하는 43개 기관 57명의 공무원이 참여했다.

설문 결과는 우리가 그러려니 했던 것들이 적나라하게 반영됐다. 모두가 알면서도 주니어나 시니어끼리 따도 따로 모였을 때만 털어놓았던 얘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중앙부처의 한 시니어 공무원은 “어차피 같이 살아가야 하는 세대라면 알아야 하는데 이들의 얘기를 제대로 담아낸 책으로 개인적으로는 참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자는 18일부터 중앙부처와 지자체 등 417개 기관에 배포되며 행안부 홈페이지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26일에는 정부혁신 박람회 행사의 하나로 책자 내용을 소개하는 ‘전지적 90년대생 시점’ 토크쇼도 열린다.

눈여겨볼 것은 설문조사 결과다. 우선 주니어 공무원을 대상으로 ‘우리 회사에 꼰대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89.2%가 그렇다고 답했다. 10명 중 9명이 꼰대가 있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시니어에게 ‘스스로를 꼰대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답은 ‘매우 그렇다’가 1.4%, ‘그렇다’가 14.4%였다. 합쳐서 15.8%만 스스로를 꼰대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자료:행안부
자료:행안부

나머지는 ‘보통이다’가 44.5%, ‘전혀 그렇지 않다’ 13.9%, ‘그렇지 않다’ 25.9%였다. 결과적으로 꼰대라고 인정한 시니어는 10명 중 1.5명에 불과했다.

주니어가 가장 싫어하는 꼰대의 유형은 ‘갑질 오너형’이 32%로 가장 많았고, ‘군대 조교형’ 28.2%, 라때는 말이야형 24.7% 순이었다.

꼰대에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적당한 거리두기’가 28.3%로 가장 많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는 무시형이 26.2%로 절반을 웃돌았다.

주니어는 또 공직사회 일하는 방식 중 가장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42.8%가 보고 방식을 꼽았다.

이들은 보고방식 중에서는 ‘보고서 양식 꾸미기 치중’(46.0%)과 ‘지나친 대면보고 선호’(21.3%)를, 회의방식 가운데에는 ‘과도한 회의자료 작성’(51.6%)과 ‘부서장 주도의 일방적 회의’(18.4%)가 가장 개선이 시급하다고 봤다.

반면 시니어들은 90년대생 직원들 특징으로 53%가 ‘회사보다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꼽았다.

공직사회에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역시 보고방식을 꼽았지만, 시니어는 그 비율이 33.4%에 불과했다.

자료:행안부
자료:행안부

시니어들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노력(복수응답)으로 ‘상대방의 사생활에 참견하지 않고 프라이버시 존중’(55.9%), ‘내 가치관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강요하지 않음’(55.3%), ‘말수를 줄이고 상대방 이야기를 경청’(49.9%) 등을 꼽았다.

공직사회 일하는 방식으로 두고도 주니어와 시니어는 생각이 크게 달랐다.

‘공직사회의 일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주니어 공무원은 56.9%가 ‘그렇지 않다’거나 ‘매우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보통이다’는 34.3%였고 ‘그렇다’ 등 긍정적 응답은 8.7%에 불과했다.

시니어 공무원들은 ‘보통’(48.4%)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비효율적이라고 보는 응답 비율은 33.1%였다. 긍정적이라는 의견은 18.5%에 달했다.

자료:행안부
자료:행안부

추구하는 직장생활 키워드(복수응답)는 주니어·시니어 공무원 모두 ‘일과 가정의 양립’을 1순위로 꼽았다. 주니어는 67.1%, 시니어는 60.5%였다.

하지만, 주니어 공무원은 일한 만큼의 보상(44.6%), 성취감(39.4%), 자유로움(35.0%), 자아성장(34.4%) 등의 순인 데 비해 시니어는 성취감(44.0%), 소속감(35.1%), 일한 만큼의 보상(34.9%), 자아성장(27.4%) 등의 순이었다.

직장내 세대차익 극복을 위해서는 주니어 공무원들의 49.6%가 꼰대나 젊은 것들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답변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저작권자 © 공생공사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