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지자체 조직 20% 확대 허용
500만 이상은 부시장 1명 추가
지자체 공무원 인사 숨통 기대
정무직 임명 시 갈등 커질 수도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에 지자체 조직확대 규정이 포함되면서 인사적체에 시달리는 광역시도의 인사적체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봄 맞이가 한창인 서울시청.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에 지자체 조직확대 규정이 포함되면서 인사적체에 시달리는 광역시도의 인사적체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봄 맞이가 한창인 서울시청.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정부가 30년 만에 지방자치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개정안은 지난달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뒤 대통령 재가를 거쳐서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내용은 여러 가지 점에서 파격적이다.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해 도시계획 등 제법 많은 권한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는 것은 물론 인구 500만명 이상의 광역시·도는 기존 부지사나 부시장 외에도 1명을 추가로 더 둘 수 있고, 모든 광역시·도는 20%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조직도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뿐 아니라 그동안 지자체의 경우 집행부와 의회는 각각 주민이 직접 뽑도록 이원화돼 있었으나 의회가 집행부를 선출할 수 있는 이른바 간선제 근거 조항도 들어 있다.

30년 만에 손질을 하는 만큼 큰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뜯어보면 공직사회나 지방자치제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조항들이 들어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공직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정부 안대로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돼 조직 확대가 가능해지고, 정무직이 늘어날 경우 그 혜택이 어디로 가느냐이다.

자치단체장과 일반 공무원들은 서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을 하며 달콤한 꿈을 꾸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마냥 좋아만 할 일도 아니다. 자리가 늘어나는 만큼 이 자리를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정무직 부단체장 자리를 놓고 곳곳에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마당이다. 운용의 묘를 살리면 늘어나는 정무직 자리를 통해 이런 갈등을 푸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끓는 물에 기름을 붓는 악몽으로 변할 수도 있다.

일반 공무원들은 늘어난 일자리를 정무직이 아닌 직업 공무원들로 채워서 꽉 막힌 인사 숨통을 터주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단체장이 늘어난 자리를 정무직으로 채우려 하면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종시에 자리잡고 있는 행정안전부 별관. 행안부는 최근 30년 만에 손질한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공생공사닷컴 DB
세종시에 자리잡고 있는 행정안전부 별관. 행안부는 최근 30년 만에 손질한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공생공사닷컴 DB

실제로 현재 부산시는 공무원 노조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오거돈 부산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정무직 확대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노조 위원장 후보들이 일제히 ‘정무직 확대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부산시 공무원노조는 예선을 통과한 차기 위원장 후보 2명을 놓고 다음달 2일부터 이틀간 결선투표를 벌인다. 이번 선거에는 3명이 출마했지만, 첫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상위 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 것이다.

결선투표에 오른 후보 2명은 주요 공약으로 정무직 공무원 문제를 들고 나왔다. 오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선거 캠프 출신이나 외부 전문가를 정무직과 개방직에 대거 받아들였고, 과거와 달리 그 수가 늘어나면서 시 내부에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이들이 시정 전반에 개입해 시정을 주무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에는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늘공’(늘 공무원) 간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었다.

이런 판에 조직 확대가 이뤄지면 자리에 여유가 생겨 일반직 공무원들의 승진 기회가 늘어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정무직을 늘리면 갈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정부의 지자체 조직확대를 가능하게 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지만, 동상이몽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인천시의 경우 법 개정이 이뤄지면 승진 인원은 1·2급 각 1명씩, 3~8급 각 3명씩 등 총 20명 내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 본청 2067명, 산하기관 포함 6534명 정원에 비해서는 미미하지만, 기존 승진 요소 이외의 것이어서 인사적체 해소에 보탬이 된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1급 부시장 자리를 내부에서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은 서울시 등 광역지자체는 행정부시장은 중앙공무원이, 정무부시장은 시장이 임명하는 정치인이 독식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1급이 한 명 늘면 내부승진도 가능하다는 기대감인 것이다. 그러나 단체장이 정무직으로 채우려 할 경우 재직자 입장에서는 떡좇던 개 하늘만 쳐다보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법 개정이 지자체 공무원에게 호재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바라는 대로 자신들이 자리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너지가 될지 아니면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성곤 선임기자 sunggon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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