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부족으로 구동축 눌러붙지 않게 밀가루 투입
40대 중반 직원 손으로 작업하다가 복합골절상
노조, “생명과 안전에 비용의 잣대 들이대선 안돼”

소포분류기 앞에서 작업을 하다가 팔이 달려들어가 복합골절상을 입은 직원이 근무 중인 울산우편집중국. 우본공무원노조 제공
소포분류기 앞에서 작업을 하다가 팔이 달려들어가 복합골절상을 입은 직원이 근무 중인 울산우편집중국. 우본공무원노조 제공

지난 12일 오전 7시 울산우편집중국 소포분류 작업장. 담당자인 A씨(40대 중반)가 소포구분기 구동축에 밀가루를 뿌리다가 순간 오른팔이 빨려 들어간다. 비명이 터지고, 주변에서 동료가 달려들어 기계를 멈춰 세웠다.

하지만, A씨는 팔에 복합골절이라는 중상을 입었다. 담당의사는 “자칫하면 팔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며 “이만한 것이 다행이다”고 상태를 설명했다.

21세기 첨단 우편집중국에 웬 밀가루냐고?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소포구분기를 오래 돌리다 보면 구동축의 겉을 감싸고 있는 우레탄이 녹아서 눌어붙곤 한다. 이때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분말을 뿌려야 하는데 A씨는 예산부족으로 값싸고 구하기 쉬운 밀가루를 손으로 투척하다가 팔이 끼인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직원들은 올해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빚어진 사고라고 진단한다. 우본의 예산 삭감 정책에 따라 현장에 가용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소포분류기 모습. 우본공무원노조 제공
소포분류기 모습. 우본공무원노조 제공

이철수 우정사업본부공무원노조(우본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이번 사고가 우편집중국 근무자 개인의 부주의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우정사업본부의 총체적 문제점이 안전사고의 형태로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영수지 악화를 이유로 비용의 논리를 내세우면서 대대적인 예산의 통제와 비용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면서 나온 사고라는 것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이러한 사고는 1회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장 직원들의 얘기이다.

우본공무원노조는 “생명과 안전을 논하여야 할 곳에 비용의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면서 “직원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해서는 복잡한 문서와 매뉴얼이 아닌 실질적 활동이 가능한 예산과 안전보건 인력을 우선적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서 안전의 문제를 비용의 문제가 아닌 생명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 이번과 같은 사고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우정사업본부에 집배원 사망사고 외에도 행정·기술직 공무원 안전과 인권의 문제를 전국에 알리고 전 우정종사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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