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이끈 변화…재택근무 천국과 감옥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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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이끈 변화…재택근무 천국과 감옥 사이
  • 김성곤 선임기자
  • 승인 2020.03.19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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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S 주무관의 재택근무 일지
눈도장 못 찍으니 뭔가 해야 하는 강박감
사무실 근무보다 일 더 많이 하는 것 같아
답답하고, 인터넷할 땐 GVPN 꺼야해 불편
행정안전부 S 주무관이 19일 세종시 자신의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S 주무관 제공.
행정안전부 S 주무관이 19일 세종시 자신의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S 주무관 제공.

‘뚜~뚜르르르 뚜~우’ “여러분도 윤아처럼 좋은 하루를 시작해보세요.”

아침 7시 15분:

휴대전화 알람이 울린다. 평소보다 30분 늦게 일어났다. 하지만 잠잔 시간은 평소보다 40분가량 모자란다. 오늘이 재택 근무를 하는 날이라서 어제 텔레비전을 보다가 12시를 넘겨서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이다.

아침 8시:

모처럼 초등학교 4학년인 큰아들과 같이 밥을 먹는다. 평소에는 내가 밥 다 먹을 때쯤 눈 비비고 일어나곤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개학이 늦어져 밥상머리에 마주앉게 된 것이다. 물론 둘째는 엄마의 성화에도 여전히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아침 8시 30분:

아침을 먹고, 책상에 앉아서 노트북 컴퓨터를 켠다. 시간 여유가 있지만, 그래도 출근 체크는 빠른 게 좋다.

정부원격근무서비스(GVPN)에 접속한 뒤 e사람에 들어가 출근 체크를 한다. 다음은 ‘하모니’(행안부 업무포털)에서 접수된 문서와 메모 확인, 이메일 등을 확인한다.

정부클라우드저장소(G드라이브)에서 어제 옮겨놓았던 업무 자료를 내려받는다.

오늘은 내게 보고서 작성 업무가 떨어졌다. 팀원들의 메모가 올 때까지 시간이 조금 남는다. 막간을 이용해 다른 팀원들과 바로톡으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옆에 있으면 바로 말로 주고받을 수 있을 텐데 톡은 말보다는 느리다. 에라 전화기를 든다. “어 그 내용 넣어 주시고, 그리고 빨리 줘요~”

보고서 작성 끝나고 과장님과 팀장님에게 전화로 인사 겸 상의를 한다. 어느새 점심때다.

낮 12시:

뭘 먹을지 어디로 갈지 고민 안 해서 좋다. 마스크 안 써서 좋고, 음악도 듣고 아~편안하다. 점심은 된장찌개다.

오후 1시:

재빨리 자리에 앉는다. 사무실에서는 얼굴이 도장인데 이건 일단 자리에 앉아서 바로톡이든 뭐든 내가 책상에 있음을 알려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든다.

오후 2~3시:
 

둘째 아들의 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밖에서 놀다가 아빠가 일하는 방에 들어온다. 금세 엄마에게 소매춤이 잡혀서 끌려나가고, 거실에서는 둘째 뛰어노는 소리가 집안을 가득 메운다.

오후 4시:

애들 엄마가 마스크에 휴대용 손소독제로 무장을 한 채 등장한다. 장 보러 간단다. 같이 갔으면 하는 눈치지만, 안 될 일이다. 여기는 일터다.

오후 5시 30분:

오늘 한 일과 내일의 업무 계획을 정리해서 과장님께 보고한다. 이건 의무사항이다.

오후 6시:

퇴근 시간이다. 과일이니 뭐기 먹었는데도 집에 있으니 먹고 싶은 게 그리 많다. 그런데 애들 엄마는 이제야 장바구니를 들고 들어온다. “어 딸기네?”
 
에필로그

이렇게 3월 19일 나의 재택근무가 끝났다. 그런데 지난주 첫 번째 재택근무 때부터 느낀 일인데 이거 좀 뭔가 이상하다.

재택근무하면 편하고, 좋을 줄만 알았는데 뭔가 좀 부담스러운 게 있다.

상사들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강박관념 비슷한 게 생긴다. 눈도장을 찍을 수 없으니 결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뭔가 일을 찾아서 하려고 하는 나를 발견한다.

덕분에 사무실로 출근했을 땐 맘만 먹고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메모장에 남아 있던 업무 자료들을 하루 만에 정리해버렸다.

첫 번째는 답답하다는 것이다. 출근하면 옆 부서도 왔다갔다하고, 로비에 내려가서 커피도 한잔 사다 마시는 등 동선이 긴데 이건 거실과 공부방 사이만 오간다.

또 하나 불편한 것은 GVPN에 접속하게 되면 인터넷이 차단돼 인터넷 검색이나 통합 메일을 확인하려면 GVPN을 닫고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건 앞으로 담당부서에서 좀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열렬한 재택근무 찬성파다. 평소 제대로 보지 못했던 애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방학 때는 의무적으로 재택근무를 했으면 좋겠다. 커가는 애들을 보는 즐거움을 자주 느껴보고 싶다.
 
※이 기사는 행안부 S모 주무관과 기자의 재택근무 경험 및 취재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우리 사회 변화의 한 단면이다. 행안부는 지난 16일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지금도 676명이 3교대로 매일 재택근무를 한다. 아직 재택근무로 인한 업무 차질은 없다고 한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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