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 소방관, 1998년 대구 폭우 때 금호강서 동료 2명과 순직
평생 모은 재산 순직 유자녀·군경유족회 후손 등에 장학금 기탁 
팔순 부친, “자랑스러운 아들의 이름 영원히 기억 되었으면…”

12일 오전 대구 강북소방서에서 열린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금 기탁식행사에서 김조일 소방청 차장과 고 김기범 소방관의 부친 김경수씨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소방청 제공
12일 오전 대구 강북소방서에서 열린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금 기탁식행사에서 김조일 소방청 차장과 고 김기범 소방관의 부친 김경수씨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소방청 제공

“아들은 갔지만, 자랑스러운 아들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남기고 싶습니다.”

1998년 순직한 고(故)김기범 소방관의 아버지 김경수(83)님이 소방청장에 보낸 편지의 한 토막이다.

김기범 소방교는 1998년 10월 1일 폭우가 쏟아지던 날 대구 금호강에서 여중생 3명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인근을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같이 출동했던 고 김현철 소방교·이국희 소방위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동안 떠나보낸 외아들을 가슴에 묻은 그는 검소하게 살면서 모은 5억원을 아들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만들고 싶다며 소방청장에 편지를 썼다.

편지에는 국가유공자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적었다.

소방청은 이 돈으로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을 출범하고, 12일 오전 대구 강북소방서에서 기탁식을 개최했다.

12일 오전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금 기탁식행사 후 기념촬영하는 김조일 소방청 차장과 고 김기범 소방관의 부친 김경수씨가 동료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소방청 제공
12일 오전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금 기탁식행사 후 기념촬영하는 김조일 소방청 차장과 고 김기범 소방관의 부친 김경수씨가 동료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소방청 제공

기탁식에는 대한전몰군경유족회 군위군지회 회장 및 회원과 김기범 소방교와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 김기범 소방교와 같이 출동했던 이국희 소방위의 아들 이기웅 소방령이 함께했다.

김경수님은 “아들이 소방관 시험에 합격했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한평생을 그리워하며 살았고 아들이 영원히 기억되길 바랐는데, 이렇게 아들 이름의 장학금이 마련되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전했다.

대구소방본부는 김경수님의 훌륭한 뜻에 대한 보답으로 김경수님을 대구소방본부 명예소방관으로 위촉했다.

이날 기탁된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은 매년 순직 소방공무원 자녀와 군위군대한전몰군경유족회 후손들에게 김기범 소방관 장학금으로 지급된다.

김조일 소방청 차장은 “아픔에서 그치지 않고, 같은 아픔을 겪은 순직 소방공무원들의 유자녀들이 함께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내 주신 아버님의 숭고한 뜻에 감사드린다”며 “김기범 소방교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조직차원에서도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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