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장 부활 3실 체제·수석 5명 전원 교체로 ‘쇄신 드라이브’
보좌진 총선 출마에다 엑스포 실패에 개편 카드 빨리 꺼내 들어
집권 반환점 앞두고 국민 피부에 와닿는 민생경제로 ‘승부수’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대통령실에 정책실장직을 신설하고, 5명의 수석을 모두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한오섭 정무수석. 아랫줄 왼쪽부터 박춘섭 경제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대통령실에 정책실장직을 신설하고, 5명의 수석을 모두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한오섭 정무수석. 아랫줄 왼쪽부터 박춘섭 경제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정책실장을 부활하고 수석 모두를 교체하는 대대적인 대통령실 개편을 단행했다.

정책실장을 부활하면서 대통령실은 기존 2실 체제에서 비서실장과 안보실장 3실장 체제로 전환했다.

대통령실 개편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지만, 그 폭은 예상보다 크고 시기도 조금 앞당겨졌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엑스포 유치 실패에다가 이전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에서부터 누적된 인사 요인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참모들의 총선 출마에 따라 예견됐던 대통령실 개편이라는 ‘패’의 사용 시기를 지금으로 잡은 셈이다.

기기를 떠나 개편 내용을 들여다보면 윤 대통령이 향후 국정을 이끌어갈지 읽힌다.

먼저 민생 현안의 대응과 대안 마련까지 정책 기능을 총괄할 정책실을 신설한 게 눈길을 끈다.

정책실장은 지난해 정부 출범 때는 ‘작은 대통령실’을 실현하겠다며 없앴던 조직이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정책기획수석실 신설에 이어 이번에 정책실을 부활하면서 참모진을 두텁게 했다.

장악력도 높이고, 정책실을 통해 집권 후반기 민생경제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읽힌다.

그동안 정책 전반을 다뤘던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을 승진 임명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실 인사 개편안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실 인사 개편안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정책실장 산하에 경제·사회수석실과 향후 신설될 과기수석실을 두는 등 힘도 실어줬다.

대신 비서실장은 산하에 정무·시민사회·홍보수석실을, 안보실장은 안보실 1차장·2차장실을 둔다. 비서실장이 모든 수석비서관실을 관장하던 기존 틀을 깬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연내 과학기술수석실 신설 등 추가 개편과 인선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관섭(62) 정책실장은 행시 27회 출신으로 상공부에서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이후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정책관을 필두로,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제1차관, 대통령실 정책기획수석 등을 역임했다.

경제기획원이나 재무부 등 기획보다는 산업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대통령 신임도 두텁고, 실물경제에 밝아 물가 등 민생경제 회복과 안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무수석과 홍보수석, 경제수석, 사회수석, 시민사회수석도 모두 바뀌었다.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으로 있다가 승진 기용된 한오섭(57) 신임 정무수석비서관은 ‘전략통’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가 깊다는 평이다.

운동권 출신이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보수로 전환해 뉴라이트전국연합 정책실장과 기획실장을 지낼 만큼 이론적 깊이가 있다는 평이다.

‘이명박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다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실 전문위원을 거쳐 청와대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역임했다.

자료 제공 대통령실. 그래픽 연합뉴스
자료 제공 대통령실. 그래픽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에는 주로 메시지 조율에 관여했다. 정무수석으로서는 드물게 의정활동 경험이 없는 ‘0선’ 수석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이도운 신임 홍보수석은 서울 출생으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서울신문에 입사해 2017년까지 몸담았던 정통 언론인이다.

워싱턴 특파원을 지내는 등 외교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외교 전문 기자로 평가받았다. 국제부장과 정치부장, 논설위원 주요 보직도 지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검토할 때 서울신문에서 대변인으로 옮겼으나,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이후 문화일보 논설위원으로 있었다.

깔끔한 매너에 날카로운 분석력을 갖췄다. 여기에 진정성을 기반으로 기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대변인을 맡은 이후 신뢰관계를 쌓아온 점이 이번 수석 승진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며 윤 대통령의 신뢰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황상무(59) 신임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KBS 9시 뉴스 앵커를 지낸 언론계 출신 정치인이다.

강원도 평창 태생으로, 춘천고등학교와 서울대 신문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KBS 기자로 입사했다.

사회부·통일부·정치부와 뉴욕 특파원, 사회1부 부장 등을 거쳐 2015년부터 KBS 1TV 평일 ‘뉴스9’ 메인 앵커를 맡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4월 새 경영진이 들어서면서 앵커 자리를 떠났다.

이후 2021년 12월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지난 대선 기간에는 당 대통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언론전략기획단장으로서 윤석열 대통령의 TV 토론 대응 전략 등을 조언하고 보좌했다.

그에게는 시민단체와 소통은 물론 개혁이라는 무거운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인선과정에서 물망에 올랐던 몇몇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시민단체 개혁에) 자신 없다”며 고사했던 자리다. 황 신임 수석이 어떻게 이를 돌파할지 관심을 모은다.

박춘섭(63) 신임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정통 예산라인 경제관료다.

충북 단양에서 태어나 대전고·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맨체스터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행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재정부 예산총괄과장, 국무총리실 재정금융정책관,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에 이어 2015년 10월 나라 살림을 총괄하는 예산실장을 맡았다.

이후 조달청장,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지낸 뒤 지난 4월부터 금융통화위원으로 일했다.

예산통 답게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면서도, 온화한 성품을 가졌다는 게 후배들의 평이다.

사회수석에 발탁된 장상윤(53) 교육부 차관은 국무조정실과 교육부에서 사회 분야 이슈를 다뤄 온 정통 행정관료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성남고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국무조정실 심사평가조정관실 서기관, 농수산건설심의관실 과장, 대통령 혁신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거쳐 국무조정실 기획총괄과장, 사회규제관리관, 사회복지정책관, 기획총괄정책관, 사회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국무조정실에서 사회 분야를 총괄하면서 코로나19 시기에는 이와 관련된 실무를 진두지휘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코로나비상대응특위 정책지원단장을 맡았다.

지난해 5월 사회부총리 부처인 교육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겨 각종 교육 현안과 사회정책 조정 기능을 맡아 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김인철 전 부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낙마한 데 이어, 박순애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조정’ 논란으로 취임 한 달여 만에 사퇴하면서 지난해 11월 이주호 현 부총리 임명 전까지 사실상 교육부를 이끌었다.

각 부처 업무를 조율하는 국무조정실과 사회부총리 부처인 교육부에서 여러 경험을 쌓은 것이 이번 수석비서관 인선의 배경이 됐다는 후문이다.

저작권자 © 공생공사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