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 577돌 한글날 맞아 한글학회에 전달
전통기법과 디지털기술로 복원,… 전시 등에 활용
전통한지 사용… 누런 얼룩·능화문도 그대로 재현
‘맞춤형 복원·복제 지원 서비스’로 기록물 복제 지원

주시경 선생의 국어문법 육필원고 표지 원본(왼쪽)과 복원본. 국가기록원 제공
주시경 선생의 국어문법 육필원고 표지 원본(왼쪽)과 복원본. 국가기록원 제공

한글학자인 주시경의 대표저작인 ‘국어문법’ 육필원고가 전통기법과 디지털 기술 등의 융합을 통해 복제됐다.

원본은 보존되고, 원본과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높게 복원된 복제본은 전시 등에 활용돼 원본 보존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훈민정음(訓民正音) 반포 577돌(10월 9일)을 맞아 주시경의 ‘국어문법’ 육필원고를 복제해 소장처인 한글학회에 전달한다고 5일 밝혔다.

겉표지 능화문을 재현하는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겉표지 능화문을 재현하는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국어문법’은 현대문법의 종합적인 체계를 개척해 오늘날 정서법(正書法·전통적인 표기법의 일종으로 맞춤법·정자법이라고도 함)의 기틀이 되는 ‘한글맞춤법통일안’의 기본이론이 됐다.

국어문법 연구 최초로 순수한 우리말을 사용하기 위해 모음을 ‘읏듬소리(으뜸소리)’로 고친 흔적과 문법용어의 순 한글 표기 시도 등 개화기 국어학 연구를 집대성한 자료이다.

육필원고는 국어문법 출간 한 해 전인 1909년 7월에 완성됐으며, 2012년 12월 24일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하지만, ‘국어문법’ 육필원고는 유일한 희귀본임에도 기획 전시 등에 원본이 그대로 활용돼 왔다.

국가기록원은 ‘국어문법’ 원본의 훼손을 방지하고 전시 또는 열람과 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맞춤형 복원·복제 서비스’를 지원했다.

국어문법 복제 과정. 국가기록원 제공
국어문법 복제 과정. 국가기록원 제공

복제는 우선 원본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원본과 가장 유사한 전통한지를 구해 이미지 스캔과 편집, 색맞춤, 디지털 인쇄와 외형 재현 과정(첨지, 책끈, 표지 재현, 장정 등)을 거쳐 이뤄졌다.

원본과 가장 유사한 이미지 재현을 위해 고해상도로 스캔한 이미지는 세밀하게 편집한 뒤 디지털 인쇄를 했다.

표지는 전통 방식으로 밀랍을 칠한 후 능화판에 밀돌로 밀어 능화문(마름모꼴 꽃무늬가 이어져 있는 기하학적 문양)를 재현하는 등 원본과 똑같이 얼룩의 위치와 색상까지 맞췄다.

책을 묶는 책끈은 꼭두서니 등 전통 염료를 끓여 염색한 후 사용했다.

국가기록원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국가기록물의 보존 수명을 연장하고 후대에 전달될 수 있도록 지난 2008년부터 ‘맞춤형 복원‧복제 지원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민간과 공공 67곳의 235건(약 8200매)을 복원했다.

김주원 한글학회 회장은 “우리 말글 역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주시경 선생의 ‘국어문법’ 육필원고를 더욱 안전하게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복제해 주신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감사드리며, 앞으로 복제된 기록물은 전시 등을 통해 많은 국민이 관람하고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병필 행안부 국가기록원 원장은 “이번 ‘국어문법’ 육필원고의 복제로 우리나라 국어학 연구에 기여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앞으로도 국가적으로 소중한 기록유산들이 훼손되지 않고 안전하게 영구히 보존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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