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감사결과 발표… 22명 징계 요구·기관엔 경고
실기 응시자 답안지 일부 분실… 본인 통보도 않고 처리
조직 비대화·매너리즘 만연… 공단 혁신 TF 운영키로

답안지 파쇄와 관련, 당시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왼쪽)과 임직원들이 지난 5월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사과문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답안지 파쇄와 관련, 당시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왼쪽)과 임직원들이 지난 5월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사과문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이하 공단)의 국가자격시험 답안지 파쇄사고 이전에도 유사한 사고가 수차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공단은 반복되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가 사고를 친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는 산하 공공기관인 공단에 대해 지난 5월 22일부터 7월 19일까지 특정 감사를 벌여 파쇄 사고에 책임이 있는 총 22명에게 중·경징계 및 경고·주의 조치하도록 공단에 요구했다고 12일 밝혔다.

공단에 대해서는 기관 경고 조치했다.

앞서 지난 4월 23일 서울 은평구에 있는 연서중학교에서 치러진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필답형 답안지가 채점 전 직원의 실수로 파쇄됐다.

시험이 끝난 뒤 연서중 답안지 609장은 포대에 담겨 공단 서울서부지사로 간 뒤 채점 전 시험지가 보관되는 금고가 아닌 창고로 옮겨진 뒤 파쇄됐다.

이런 사실은 시험 이후 한 달여 뒤 본격적인 채점이 시작된 5월 20일에야 드러났다.

이 사고로 공단 어수봉 이사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공단은 613명에게 1인당 1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피해자 147명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공단을 상대로 1인당 500만원씩 총 7억 3500만원을 배상하라는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감사 결과, 단계별 답안 수량 확인·인수인계서 서명 미실시, 파쇄 전 보존기록물 포함 여부 미확인, 파쇄 과정에서 점검 직원 미상주 등 공단이 가진 문제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특히 지난 2020년 이후 공단에서 최소 7차례 답안 인수인계 누락 사고가 있었지만, 제대로 대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는 지난 4월처럼 파쇄되기 전에 답안지를 발견해 문제가 쉽게 수습되고 외부로 사건이 알려지지 않은 것도 한 몫 했다.

이 중에는 기사 작업형 실기시험 응시자 답안지 6장 가운데 1장이 채점 전 사라지는 사고도 있었다.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로고. 연합뉴스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로고. 연합뉴스

분실된 시험지가 있었더라도 합격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당사자에게는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어물쩍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답안지 파쇄 외에도 지난해 7월에는 공단이 주관하는 세무사 자격시험이 부실하게 채점됐다는 감사원 공익감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공정하고 사고 없이 시험이 치러질 수 있도록 전문기관인 공단을 만들어 공단에 각종 시험을 전담시켰는데 조직이 비대해지고,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사고를 미연에 막지 못한 것이다.

공단은 총 497개의 국가기술자격 검정형 종목(연평균 응시인원 399만명), 37개의 국가전문자격시험(53만명) 시행을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공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사과와 함께 “자체 ‘국가자격 운영혁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이달 말까지 더욱 정밀하고 촘촘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면서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국가자격시험 전문기관으로서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공생공사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