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노총, 인사처 국가공무원 차출에 성명… 즉각 중단 촉구
사전예고 없이 이메일로 “새만금으로 출발한다” 일방통보
“코로나 때도 차출 하더니 공무원이 뒤처리 전담반인가”
“언제나 일방통보 파견 결정… 사과하고 노조와 협의” 요구

이철수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왼쪽 두 번째) 등 공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7일 인사혁신처를 방문해 일방적인 국가공무원 잼버리 투입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공노총 제공
이철수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왼쪽 두 번째) 등 공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7일 인사혁신처를 방문해 일방적인 국가공무원 잼버리 투입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공노총 제공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 이하 공노총)은 8일 성명을 통해 인사혁신처가 최근 사전 협의와 명확한 계획도 없이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현장에 국가공무원들을 파견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사전 공지는 물론 장소도 특정하지 않고 공문도 아닌 이메일로 새만금으로 출발한다는 이메일을 공무원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조는 이번에도 정부가 공무원을 뒤처리에 투입하는 그동안의 행태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앞서 인사처는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중앙부처에 ‘영어회화 가능한 인원 10명의 명단을 제출하라고 협조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부처는 이 공문에 따라 직원들을 선별, 이메일로 차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노총은 지난 7일 인사처를 항의방문한 데 이어 이날은 성명을 통해 정부에 사과를 요구했다.

8일 오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의 철수를 위해 짐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의 철수를 위해 짐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노총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와 관련해 참가자들이 8일 오전부터 수도권으로 이동할 전망인 가운데 인사처가 7일 오후 느닷없이 ‘국가공무원 동원’을 지시하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예비군 훈련 통지도 7일 전까지 본인에게 알려주는 마당에, 공무원 노동자에게는 뜬금없이 내일 당장 가라면서 공문도 아닌 부서 이메일로 통보를 했다”고 주장했다.

공노총에 따르면 인사처가 보낸 이메일에는 ‘내일 아침 집결해 새만금으로 출발’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어디에, 어떤 업무로 차출되는지 단 한 줄의 언급조차 없었다고 한다.

노조는 “지난주 전북지역 공무원 노동자를 재래식 화장실 청소에 강제 동원하려던 일이 아직 채 수습되지도 않았는데, 이제 국가공무원 노동자까지 정부의 ‘뒤처리 전담반’으로 활용하려는가”라고 물었다.

공노총은 “정부가 잼버리 현장 화장실과 샤워실 청소를 하면 일급 20만원을 준다는 민간 아르바이트 공고를 급히 올리고 있다는데, 공교롭게도 아르바이트 공고를 올린 시점에 공무원 노동자가 또 동원됐다”면서 “이번에도 공무원 노동자를 공짜로 부려 먹을 속셈이냐”고 재차 물었다.

이어, “코로나 위기 당시 보건소 인력이 모자라자 5급 이하 국가직 공무원 3000명을 강제 차출해 전국 258개 보건소로 파견한 바 있으며, 각종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불시로 예고 없이 강제 동원됐다”면서 “파견 가야 할 공무원 노동자와는 단 한 번 상의도 없이 언제나 ‘일방통보’ 파견 결정이었다”라고 지적했다.

공노총은 “잼버리 현장 변기 뚜껑 열어 변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식사 서빙이, 텐트 철거가 공무원 본연의 업무인가”라며 “각 부처 각자의 위치에서 고유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 노동자를 강제로 데려가면, 빈 업무 공백은 누가 메운단 말이냐”고 강조했다.

실제로 잼버리에 동원된 전북도 공무원들은 변기청소는 물론 막힌 변기를 손으로 뚫는 등 온갖 뒤치다꺼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노총도 전북도 공무원들의 말을 빌어 조직위 책임자를 만나기도 어렵고, 시키기로 한 업무와 다른 일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지시받았다고 한다.

또 휴게공간도 없고 가장 기본적인 식사마저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실정에 물품 수령차 40여 분 이상을 걷었지만, 근무자가 마실 물조차 없어 직접 사서 마셔야 했다고 전했다.

공노총은 “별다른 대책도 없이 주먹구구식 파견을 결정하고 공직사회 혼란만 초래하는 정부의 인력 운영을 보고 있노라면, 새만큼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왜 우왕좌왕 대책 없이 파행을 맞이했는지가 훤히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한 “범국가적 사안에 공무원이 투입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공무원 노동자는 부르면 달려가는 ‘머슴’이 아니다. 이번에도 역시 ‘자발적 지원’을 가장한 ‘기관별 강제 할당’이었으며 협의는커녕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강제동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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