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짜리 입장문…직접 나서서 문제점 조목조목 지적
“2012년 이후 예타 노선 3분1 이상 변경은 양평이 처음
예타 끝난 노선을 용역업체가 55%나 변경? “비상식적”
“협의서 경기도 배제…서울-양양 연결 가능성도 짚어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3일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관련,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원안(양서면 종점)대로 가는 게 답이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 지사는 이날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3일 공개한 사업 관련 자료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입장문은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무려 10페이지에 달했고, 세세한 관련 자료 등도 첨부했다.

여기에 그동안의 관행과 사례 등을 담는 한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자신의 공직 경험을 토대로 국토부 주장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김 지사는 먼저 앞서 ‘예비타당성 조사 후 시·종점이 변경된 고속도로 사업이 14건이나 된다’는 국토부 해명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갑작스런 노선 변경이 경제성과 편의성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관련 입장을 발표한 후 취재진 질문에 화이트보드에 노선가지 그려가면서 답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관련 입장을 발표한 후 취재진 질문에 화이트보드에 노선가지 그려가면서 답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경기도 조사에 따르면 14건 중 2건은 아예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사업이고 12건 중 11건은 2012년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 관리지침’ 신설 이전의 사업”이라며 “지침은 ‘예비타당성 조사 후 노선의 3분의 1 이상이 변경될 경우 기재부와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이라고 밝혔다.

이 지침은 예타 이후 무분별한 노선 변경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 지침이 생긴 2012년 이후 종점이 변경된 사례는 계양-강화 고속도로 사업 단 한 건으로, 이마저도 노선은 5%만 바뀌었다는 것이다.

반면, 김 지사는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안은 예타안에 비해 55%나 변경됐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지침 이후 노선의 3분의 1 이상이 변경된 최초 사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이고 기재부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최적안‘으로 확정됐다”며 “국토부가 주장하는 노선변경 이유와 과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지나치게 비정상적이고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용역업체가 노선변경을 주도했다는 국토부 해명에 대해서도 비상식적이라고 밝혔다.

추진시점이나 변경내용을 볼 때 용역업체가 주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맡은 민간회사가 ’착수보고서‘에서 변경안을 제안했다는 것은 오랜 공직을 경험한 제 식견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용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착수보고서에서 국토부와 기재부가 2년 넘게 검토해 확정한 ’예타안‘에 대해 55%나 변경되는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제안하는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김 지사는 노선 변경이 정당한 절차도 거치지 않았고, 합당한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노선을 결정하면서 경기도를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2년 7월 1차 관계기관 협의에 경기도가 필수 협의 대상이었지만 배제됐다”며 “당시 협의에 참여한 하남시도 ‘경기도와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국토부에 제안했지만 묵살됐다”고 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 노선들이 송파-하남선 도시철도, 국지도 88호선, 지방도 324호선 등 경기도가 관리하는 도시철도나 도로를 연결·통과하거나 간섭해 경기도는 협의 대상에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는 게 김 지사의 설명이다.

올해 1월 2차 협의에서는 원안 언급 없이 변경안에 대한 의견만 요청해 ‘국지도 등 광역철도 관련이라 별도 협의’라는 회신을 했을 뿐이기에 국토부 주장대로 경기도가 동의한 것은 아니라고 김 지사는 강조했다.

김 지사는 “국토부는 서울-양양 고속도로 연결 가능성은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하지만, ‘대안 노선 검토보고서’ 상에 원안은 ‘장래 노선축 연장계획 고려’, 변경안은 ‘장래 노선축 연장계획 미고려’로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주장하는 민원과 관련해서도 원안노선은 1744세대 3651명이 거주하는 4개 마을을 지나는데 비해 대안 노선은 8570세대 1만 8130명이 거주하는 10개 마을을 지난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 지사는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불필요한 논쟁과 국론분열을 일으키는 의혹으로부터 자유롭고, 수도권 교통난 해소라는 애초의 목적에 부합하며, 당장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에 맞아야 한다”며 “기재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국토부 원안이 해법으로, 즉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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