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인의 좌충우돌 사회적응기’(27)

푸르른 삼월에

(중략)

아버지

그 위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푸르른 스물 청춘 

잠시 호흡 가다듬고

나라 위해 목숨 바칠

마음 준비한다

삼월에는

저마다 푸르른 희망 꿈꾼다

나무도

보리도

청춘도

그리고 곰삭은 나까지 

이서인 시인(여자 정훈장교 1기)
이서인 시인(여자 정훈장교 1기)

지난달 오만촉광에 빛나는 소위 계급장을 달고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을 다짐한 신임 장교들에게 바치는 헌시(獻詩)의 일부다.

대(代)를 이은 군인의 길  

지난달 말에서 3월 초 2023년 신임 장교 임관식이 거행되었다. 올해 장교 임관식에 눈길이 간 것은 지인의 아들이 학군장교로 임관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와는 1999년에 육군대학에서 만난 이래 어느덧 23년째 꾸준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난해까지 그의 집안이 3대째 군인의 길을 걸어온 ‘병역 명문가’라는 사실을 몰랐다.

내 아들도 학군장교로 복무했고 지인의 아들도 ROTC(학군장교후보생)의 길을 걷고 있는지라 아들의 근황을 묻다 보니 이런저런 가족의 얘기도 나누게 되었다. 본인의 겸손 때문이었는지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그의 명예로운 가족사는 아들의 임관식 보도기사와 함께 언론을 통해 비로소 세상에 공개되었다.

“2023년 학군장교 통합임관식이 28일 이종섭 국방부장관 주관으로 충북 괴산에 있는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렸다. 이번 통합임관식에서는 육·해·공군과 해병대 학군사관후보생 3400여 명이 대한민국 소위로 임관했다.(중략)

이번에 임관한 신임장교 중에는 화제의 인물도 많았다. 정현교(중앙대·23) 육군 소위의 조부(故 정찬화)는 갑종장교로 1952년 소대장으로 수도고지전투에 참전했으며 화랑무공훈장을 2회 받은 전쟁영웅이다. 부친(정연창·58)도 육군 대령(육사 43기)으로 전역한 ‘3대 군인가족’이기도 하다.”

“정대령! 그동안 몰라봐서 미안하고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네.”

누구나 삶의 질이 중요하다 

위국헌신의 굳은 마음으로 군 생활의 첫 발자국을 뗀 간부들에게 지난 3월 초 무거운 소식이 보도되었다. 한 육군 초급 간부가 곰팡이가 슬고 난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숙소에 살고 있다며 SNS에 열악한 환경을 폭로한 것이다.

“당장 4월부터 협조받은 숙소가 리모델링이 끝날 때까지 거주할 장소가 없다. 전역이 백여 일 남은 상황에서 거주지가 불투명해진 것도 당황스럽지만 초급간부 주거 지원이 열악하다는 사실도 알리고 싶다”며 A 씨가 공개한 사진에는 열악한 숙소 환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부엌 싱크대는 내려앉았으며 벽은 곰팡이로 뒤덮여 있다. 바닥 타일도 깨진 상태였다.

2014년, 아들이 임관 후 처음 보직을 받은 곳은 전방 GOP부대였다. 필요한 짐을 싣고 부대 숙소에 가보니 기존에 군인 가족들이 살던 영외 관사였다. 방이 세 개라 아들은 제일 작은 방을 배정받았는데 보일러실이 바로 옆이라 기름 냄새는 풀풀 나고 침대는 물론 아무런 비품이 없었다. 당장 조치될 것 같지 않아서 시내로 나가 100여 만원을 들여 비품을 구매해 주고 집으로 오는 길에 씁쓸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A 씨는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겠다는 젊은 청년들을 어떻게 해서라도 군에 남게 만들어야 한다”며 “스스로 군을 떠나게 해서는 앞으로 우리나라 군에 미래가 어두워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병사들만 MZ세대가 아니라 초급 간부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열악한 생활환경을 견뎌내고 있는 초급 간부의 생활상을 보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해 준 것이라 생각한다.

창끝부대의 힘

ROTC는 군 초급장교의 70%를 차지하는 육군의 핵심 전력이다. 최근 모언론에는 ROTC에 지원했다가 포기하고 병사 군 복무로 선회하는 인원이 계속 늘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ROTC 후보생으로 입단했다가 포기하는 인원은 2017년 99명으로 100명을 밑돌았지만 2020년엔 253명까지 늘었다. 이러한 추세대로 간다면 전방지역은 물론 군 하부 조직의 지휘자를 맡고 있는 소대장이 부족한 사태가 곧 도래할 것이다.

병사와 더불어 초급 간부의 봉급 인상과 생활환경 개선에 관심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더 이상 그들의 헌신과 충성심에만 기대해서는 안 된다. MZ세대론에 맞춘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창끝부대에서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청춘들에게 그에 맞는 대우를 할 수 있을 때 국가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강군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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