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변호사 “반성하며 살겠다”며 사의… 대통령실 임명 취소
“소송까지 간 사안 걸러내지 못 하다니… ”… 문책론도 부상
일각선 “사람 정해 놓고 들러리 검증한 것 아니냐” 비판도
후임은 여론 등 감안해 공모 없이 경찰 내부에서 임명 전망

25일 입장문을 통해 취임 하루 전에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 정순신 변호사. 연합뉴스
25일 입장문을 통해 취임 하루 전에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 정순신 변호사. 연합뉴스

정순신(57) 국가수사본부장이 부임 하루 전인 25일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은 사의 표명 이후 정 본부장의 임명을 취소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7시 30분쯤 서면 브리핑을 통해 “ 윤석열 대통령이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의 임명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김 홍보수석은 “임기 시작이 25일인 만큼 사표 수리를 하는 의원면직이 아닌 발령 취소를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순신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면서 “피해자와 그 부모님께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 가족 모두 두고두고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반발 속에 임명이 이뤄졌지만, 아들의 학폭 문제로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자 속전속결로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후폭풍은 거세다.

먼저 경찰과 대통령실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공모 절차를 진행하면서 검증 시스템은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연루 사실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

이미 대법원까지 소송이 진행된 사안인데 이를 검증에서 몰랐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대통령실이 25일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의 임명을 철회하면서 수장 공백 사태를 맞은 국가수사본부.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25일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의 임명을 철회하면서 수장 공백 사태를 맞은 국가수사본부. 연합뉴스

경찰 내부에서 “사람을 정해놓고 검증을 들러리로 하다 보니 빚어진 참사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청은 검증과정에서 군 면제 논란과 검사시절 두 번의 징계 등에 대해서는 검증을 거쳐서 결격사유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정작 휘발성이 큰 학폭 논란은 밝혀내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이 역시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을 내렸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도 임명 과정에서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문제를 여과해내지 못했다.

주요 직책 인사에 앞서 과거 이력은 물론 세평까지 오랜 기간 스크린을 거치는데 이를 알지 못했다는 것은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검찰 출신을 국가수사본부의 수장에 앉히면서 3만 수사경찰은 물론 전체 경찰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부실검증으로 임명권자에게 부담을 안겼다는 점에서 윤희근 경찰청장 등 인사검증 관련자에 대한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차제에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 것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차기 국가수사본부장은 보다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쳐서 국민과 경찰의 불신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후임 국가수사본부장은 검찰 출신보다는 경찰 내부에서 물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 출신인 정 변호사의 임명으로 실망한 경찰 내부의 분위기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변호사의 낙마로 후임 국가수사본부장 공백이 초래된 만큼 이번에는 공모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접 임명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국수본부장 외부 공모는 ‘필요가 있을 때’에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굳이 공모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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