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문 두드리는 공직자들(하)

선거 때마다 행정 경험 가진 전문가 집단 수혈
정치판 혼돈에 예상보다 출마 규모 적은 편
행안부·서울시 설 전후 후속 인사에 직원들 촉각

4.15총선을 90일여 앞두고 공직사퇴시한이 지나면서 공직자들의 출마 윤곽이 드러났지만, 과거에 비해 지원자가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4.15총선을 90일여 앞두고 공직사퇴시한이 지나면서 공직자들의 출마 윤곽이 드러났지만, 과거에 비해 지원자가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16일로 4·15총선 출마 공직자들의 사퇴 시한이 지나면서 출마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대체로 경제관료보다는 행정관료들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그동안 자천타천으로 출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졌던 인사 가운데 상당수는 출마 대신 현직 고수로 돌아서기도 했다.

선거철 고위 관료들의 출마는 재직자들에게는 기회다. 빈자리가 생기면 연쇄 이동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들어서는 공직에서 은퇴해도 갈 자리가 마땅치 않다. 이에 따라 위로 갈수록 병목현상이 심해진다.

이래저래 연초 불 수 있는 인사태풍은 이들에게는 훈풍이다. 행정고시 35회 안팎의 관료들은 숨죽여 주판알을 굴리고 있다.
 
행정 관료들 TK는 한국당, 울산·경남은 민주당

한경호 전 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
한경호 전 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

정통 행정관료들은 예로부터 여의도 문을 자주 두드렸다. 정치판에도 풍부한 행정경험을 가진 정통 관료들이 수혈돼야 전문성과 참신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행정안전부 등 행정관료들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이번 총선에는 한경호(57·기술고시 20회) 전 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이 지난 15일 사의를 표명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 영입 케이스다. 경남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행안부 지방분권지원단장과 2015년 세종시 행정부시장을 역임했다. 이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홍준표 전 경남지사 사퇴 이후 권한대행을 맡으며, ‘반홍’의 대명사로 이름을 올렸다. 진주을 출마예정이다. 하지만, 진주에는 전통적인 민주당 토박이 지지자들이 출마를 준비 중이어서 이를 넘어야 한다.

이상길 전 대구부시장
이상길 전 대구시 행정부시장

이상길(56·행시 35회) 대구시 부시장도 사표를 던지고 대구 북구갑 출마를 목표로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경북 고령 출신이지만, 대구에서 공직생활을 많이 해 대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평소 페이스북 등 SNS 활동이 왕성해 행정관료 가운데 출마 예상자로 일찌감치 분류됐었다.

김승수 전 행정부시장
김승수 전 대구시 행정부시장

김승수(55·행시 32회) 전 대구 부시장도 지난해 12월 대구 북구을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총선 준비를 하고 있다. 다행히 북구갑 출마로 가닥을 잡은 이상길 전 부시장과 선후배 대결은 피했다.

행정자치부 창조정부기획관과 이 부시장 직전인 2018년 8월까지 대구 부시장을 역임했다.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행안부 자치분권위원회 기획단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출사표를 던졌다.

김현기 전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
김현기 전 행안부 지방자치분권실장

김현기(55·행시 32회) 전 지방자치분권실장도 지난해 고향인 경북 고령·칠곡·성주를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만 해도 행정관료들이 마음을 있어도 구체적으로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있을 때였지만,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김장주 전 경북 행정부지사
김장주 전 경북 행정부지사

경북 영천이 고향인 김장주(57·행시 34회) 전 경북 행정부지사도 지난해 4월부터 영천·청도에서 표밭갈이를 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출마를 노리는 관료 출신들은 모두 자유한국당에 공천을 신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언욱 전 행안부 안전정책실장
허언욱 전 행안부 안전정책실장

다만, 허언욱(56·행시 30회) 행안부 전 안전정책실장은 예외다. 행정부시장을 했던 울산 출마를 저울질 중인 그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신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앙숙인 박맹우 의원(한국당)의 지역구인 울산 남구을이 될 전망이다. 최근 주변 만류로 망설임이 늘었다는 소문도 나돈다.
 
수도권 부단체장들은 여당 지향
 
수도권 부단체장들은 대부분 여당인 민주당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강태웅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
강태웅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

지난 15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강태웅(57·행시 33회) 서울시 전 행정부시장은 더불어민주당에 용산 출마 공천 신청을 할 계획이다. 전북 군산 출신이지만, 용산중·고등학교를 나와 용산 토박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출사표를 던진 권혁기 전 청와대 춘추관장과 경합이 예상된다. 전략공천지역으로 분류돼 당심이 누구를 택할지 관심사다.

윤준병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
윤준병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

윤준병(59·행시 26회) 서울시 전 행정부시장은 지난해 4월 15일 일찌감치 사표를 던지고 전북 정읍으로 달려가 표밭갈이를 하고 있다. 정읍 토박이인 유성엽(60·행시 27회) 대안신당 의원과 한판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원이(52) 서울시 전 정무부시장도 전남 목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사퇴했다. 이들은 민주당 내에 원군을 확보하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관료들 의외로 적어
 

육동한 전 강원연구원 이사장
육동한 전 강원연구원 이사장

경제관료로는 육동한(61·행시 24회)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이사장과 김경욱(54·행시 33회) 전 국토교통부 차관이 출사표를 던졌다.

육 전 이사장은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과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 등을 역임한 정통 경제 관료다. 민주당으로 춘천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욱 전 국토부 차관
김경욱 전 국토교통부 차관

김 전 차관은 국토부에서 잔뼈가 굵었다. 뚝심 있게 이미 지난달 민주당에 입당해 고향인 충북 충주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김용진(59·행시 30회) 전 기재부 차관도 지난해 11월 민주당에 입당해 경기 이천 출마를 선언했다. 강준석(58·기술고시 22회) 전 해양수산부 차관도 부산 출마가 점쳐진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
최종구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

최종구(64·행시 25회) 전 금융위원장은 강원도 강릉 출마를 민주당이 강하게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위원장 재임 때부터 정치 입문설이 나돌았고, 지난해 9월 사임할 때도 이번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게 정설로 굳어져 왔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지역구인 서울 광진 출마설이 나돌았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불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차관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차관

공직사회 인사 앞두고 촉각 곤두세워
 
행안부는 부지사 한 자리가 빈 데다가 행안부 몫으로 분류되는 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 자리를 지켜낼 경우 연쇄 인사가 2월 중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공기업평가원장 자리도 임기가 끝나는데다가 부이사관 승진 인사까지 겹치면 그 폭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태웅 부시장의 사퇴로 서울시는 신년 간부 인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연쇄 이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강태웅 부시장의 후임으로는 서정협 기획조정실장이 거론되며, 신임 기조실장 인사도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순 시장이 미국 순방일정을 마치고 16일 귀국한 만큼 행정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인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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