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문 두드리는 공직자들(상)

16일로 사퇴시한 지났지만, ‘태산명동서일필’
‘늘공’의 한계 저울질만하다 대부분 주저앉아

정문을 통해 바라다본 국회의사당. 서울신문DB
정문을 통해 바라다본 국회의사당. 서울신문DB

“선거 때마다 소리만 요란할 뿐 실제로 출마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네요.” 세종시 정부부처 한 간부 공무원의 얘기이다.

지난 16일로 공직사회 시한이 만료됐지만, 행정이나 경제 관료 가운데 자리를 박차고 나와 출사표를 던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

평소 정치 입문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돌거나 출마를 권유받았던 공직자들도 저울질만하다가 대부분 주저앉았다.

선거로 연쇄자리 이동을 기대했던 후배들도 적잖이 실망하는 눈치다. 한 자리만 비어도 연쇄이동이 있을 수 있기는 하지만, 그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직자라도 행정관료와 경제관료에서는 차이가 난다. 성공 여부를 떠나 행정관료의 출마 빈도가 경제관료보다는 많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행정관료 많고, 경제 관료들 빈약
 
행정관료들이 경제 관료에 비해 출마가 많은 것은 부단체장 등을 경험하면서 지역 상황을 파악한데다가 부단체장으로서 지명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출신으로 출마를 선언한 이상길 전 경북 행정부지사, 김장주 전 경북 행정부지사, 김승수 전 대구 행정부시장, 허언욱 전 행안부 안전정책실장(전 울산시 행정부시장), 한경호 전 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전 경남 부지사) 등도 모두 부단체장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연고가 있는 지역에서 부단체장을 역임했다. 재직기간 동안 지역 사정도 살펴보고, 음으로 양으로 출마 채비도 갖추는 이점을 누렸다.

경제 관료 중에서는 과감히 현직을 박차고 나간 경우는 드물다.

눈에 띄는 게 김용진 기획재정부 차관과 김경욱 전 국토교통부 차관 정도다. 행정관료들도 조심스럽지만, 더욱 조심스러운 게 경제 관료들이다.

‘늘공’은 불러주기만… ‘어공’은 과감
 
상대적으로 행정관료들의 출마가 많은 것뿐이지 출마를 선택하는 공직자보다는 포기하는 쪽이 훨씬 많다.

현직 부단체장이나 행안부 안에서도 많은 관료의 출마설이 돌았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긴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변성완 부산시 행정부시장이나 박성호 경남부지사의 경우 민주당 차출설이 있었지만, 끝내 출사표는 던지지 않았다.

변성완(55·행시 37회) 부시장은 출마 대신 행안부 본부 입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는 부산지역 판세가 여당에 녹록지 않은 데다가 다음 기회도 노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박성호 경남부지사(53·행시 35회)도 민주당 출마 후보군으로 분류됐지만, 총선에는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지방선거 때 고향인 김해시장 출마 의사가 있다고 한다.

오는 21일 선고 예정인 김경수 경남지사 재판 결과에 따라 거취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역시 행안부 리턴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인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도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대구 출마를 권유했지만, 고심 끝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승산이 거의 없는 대구에 출마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우린 그런 것 싫어요”
 
대체로 정통 관료들은 모험 회피 성향이 강하다. 가만히 앉아서 정당이 영입해 안전한 자리를 주기를 바라지만, 그런 행운은 쉽지 않다.

선거는 안전하다고 여겼던 자리가 무덤이 될 수도 있고, 험지가 엘도라도가 될 수도 있다.

위험이 크면 돌아오는 혜택도 큰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high risk-high return) 성향이 본질이지만, 관료 출신들은 여기에 익숙지 않다는 게 기성 정치인들의 얘기이다.

이에 비해 정무직 부단체장의 출마는 예정된 코스라고 할 수 있다. 목표가 명확하니 판단도 빠르다. 본래 지향점이 정치였던 탓에 단체장을 보좌하면서 경력관리를 하다가 기회가 엿보이면 미련없이 던진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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