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열심히 일했지만, 결과는 특수본 강도 높은 조사”
현장 공무원 “ 진짜 책임자 가려내게 힘 보태달라” 호소

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가 9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과 검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무원노조 홈화면 갈무리
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가 9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과 검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무원노조 홈화면 갈무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본부장 박성열·공무원노조 서울본부)는 9일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하위직에만 책임을 묻는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와 검찰의 수사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성열 공무원노조 서울본부장은 “특수본은 강제수사한 지 2개월 만에 현장 실무 공무원들만 구속하고 기소 처분한 채 책임과 권한이 있는 윗선의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행안부 장관과 서울시장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라고 면죄부성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박 본부장은 “이는 참사의 책임을 정부와 대통령실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엽적 책임을 내세우며 말단 공무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윤석열 정부의 책임회피라고 여겨진다”며 “진짜 책임자가 처벌될 수 있도록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익명으로 현장 발언에 나선 용산구청 공무원은 “사고 당일 동료 직원의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출동해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부상자 지원과 사망자 이송, 사고 수습을 위해 정신없이 현장을 돌아다녀야 했다”면서 “이후에는 두 달간 밤낮 없이 일했지만, 수많은 민원과 자료 요구, 특수본 압수수색과 수차례의 강도 높은 조사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게 2주쯤 지났을 때 처음 자살을 떠올렸다”면서 “난생처음 정신의학과를 찾아 상담을 받고 약물치료를 이어오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법과 제도를 실행하는 건 결국 일선 현장공무원이다”면서 “진짜 책임자를 가려내고, 제도를 정비하여, 다시는 이런 참사로 유가족과 국민과 일선 하위직 공무원들이 두 번 다시 울음 속에 긴 세월을 보내지 않도록 힘을 보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박중배 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특수본은 재난안전법에 따라 행안부 등에 대한 구체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나, 이는 이미 정해놓은 결과에 짜맞춘 각본에 따른 수사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경찰 특수본의 수사결과를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식 셀프수사로 규정하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파면하고 전면 재수사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정을균 공무원노조 용산지부장은 “이제 막 청춘의 꿈을 키우고 있는 MZ세대(새천년세대) 공무원들이 관련 행정업무와 10·29참사 당일 구청 근무자라는 이유로 참사의 책임자로 내몰리며, 특수본 조사에 이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참사의 핵심을 흐리기 위한 ‘꼬리 자르기’ 수사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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