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인의 좌충우돌 사회적응기(25)

이서인 시인(여자 정훈장교 1기)
이서인 시인(여자 정훈장교 1기)

지난달 말 아들에게서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은행 대출금리가 엄청나게 올랐다면서 보낸 대출금리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보다 대출이자가 무려 20여만원이나 올랐고 1년 전에 비하면 무려 40여만원이 올라 매달 100여만 원의 이자를 감당하게 된 셈이다.

아들이 대출을 낸 상품은 ‘청년 안심 전세대출’로 정부에서 권장하여 전세금의 90%를 대출해 주는 것이었다. 조건은 만 34세 이하, 3억원 이하 주택에 연봉 5000만원 이하 청년에게 빌려주는 것이었다. 작년에 갑자기 서울로 직장을 옮기게 된 아들이 오피스텔을 구하기 위해 선택한 주택자금 대출은 과연 청년들에게 안심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정책이었을까? 

청년의 삶을 위협하는 금리 정책 

지난 10월 28일 뉴스에 나온 내용이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연 7.499%까지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도 연 7.431%까지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도 5.9∼7.3%로 뛰었다. 서민 대출 상품인 전세자금대출 최고 금리도 7.35%로 상승했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 7%대로 올라선 것은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1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대출은 금리 상승기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6월 현재 전체 대출자의 18%가량이 월소득의 40% 이상을 빚 갚는 데 쓰는 취약 차주로 분류된다. 특히 ‘미친 집값’ 때문에 ‘영끌’ 투자로 빚내 집 산 20대 주택담보 대출자의 경우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현재 21%인 취약 차주 비율이 33%로 급증한다고 금융연구원이 분석했다. 젊은 세대는 중장년층보다 월평균 소득이 적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더욱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뉴스가 바로 아들의 삶과 연계되면서 지난 정부가 펼친 청년 정책에 대해 다시 한번 되짚어 보게 되었다. 까다로운 조건을 겨우 충족시켜서 빌린 청년 안심 전세대출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니 2년으로 한정된 대출 기간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일반 전세도 임대 기간을 2년+2년으로 연장할 수 있는데 왜 청년들에게는 선택의 여지도 없이 2년 후 계약을 반드시 갱신하도록 했을까?

다음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들에게 고정금리가 아니라 왜 6개월 변동금리로 했을까? 하는 점이다. 은행 금리 변동은 6개월이지만 기준금리가 오를 때마다 득달같이 같이 오르다 보니 일 년 전 60여만원이던 이자가 100여만원이 돼버린 것이다. 미취업 청년이나 실업 청년에게도 정부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취업을 한 청년의 삶도 중요하다. 월 100만원은 청년에게 엄청나게 소중한 희망 자산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노후를 위협하는 청년의 삶 

내 경우 평생을 군인으로 살다가 퇴직 후 연금으로 노후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현직에 있을 때 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연금 액수는 한 달을 살아내기에 풍족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3년간 계속된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자영업자나 일일 노동자의 고충에 비하면 생활하기에 어려운 것은 아니라 감사한 마음으로 씀씀이를 줄여가며 알뜰하게 살아왔다.

한편으로 내심 기대하는 부분도 있었다. 지난 5년간 부어온 개인형퇴직연금(IRP)이 다음 달에 마감되기 때문이다. 퇴직 1년 전에 공무원들에게 개방된 퇴직연금은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돌려준다고 하기에 덜컥 들었는데 퇴직하고 보니 월 60만원의 액수가 만만치 않았다. 이제야 한숨 돌리나 했는데 그 돈은 다시 아들의 은행 이자로 들어가야 할 판이다.

아들이 나에게 은행 금리 이자를 보낸 이유는 분명하다. 본인의 능력으로 해결하기에는 이자 규모가 너무 커진 것이다. 청년의 삶은 부모에게도 연결된다. 자식이 감당하기 힘든 정도의 정책이 시행되면 부모 입장에서 마냥 외면만 할 수 없다. 자신의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자식의 경제생활에 버팀목이 되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후 삶의 질을 좌우하는 세금

고정된 연금에서 빠져나가는 액수가 많아질수록 노후 삶의 질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올해 재산세가 또 늘었다. 공시가격을 급격히 높이면 세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집을 팔아 이익이 남은 것도 아닌데 자가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에 월세를 내고 사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평생 성실하게 일해서 겨우 자가 한 채 장만했는데,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삶의 질 저하는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건강보험료 부담액이 5만원이 늘었다. 깜짝 놀라 건강보험공단에서 원인을 알아보니 연금수급자의 경우 기존 30% 기준 보험료 수가가 50%로 늘어나서 그렇다고 했다. 소득에 비례해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는 통상적인 정책 홍보는 그야말로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이었다. 연금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세금은 20%나 올려 적용했다는 사실을 국민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세금의 부과는 현재 받는 급여에 비례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더 이상 급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닌데 노후 연금생활자에게 부과되는 각종 세금의 증가는 삶의 질을 점점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다. 오늘도 지인에게 여러 건의 결혼식 초대장과 부고를 받고 ‘어떻게 해야 할까’ 순간 머리가 복잡해진다. 안정된 노후생활이 아닌 각종 세금이 오른 만큼 경조사 비용과 참석을 고민해야 하는 것도 서글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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