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인의 좌충우돌 사회적응기(24)

이서인 시인(여자 정훈장교 1기)
이서인 시인(여자 정훈장교 1기)

코로나19에 확진 되었다가 회복된 지 어느덧 한 달이 되었다. 나의 경우 이전의 삶과 가장 달라진 점은 바로 한 달간 미각과 후각의 상실이었다. 이것이 얼마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지 두 번 다시 걸리고 싶지 않은 질병이다. 확진자로 판정이 되고 다시 일상을 되찾기까지 한 달을 되돌아보며 이게 과연 온전히 개인이 감당해야 할 일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골든 타임’을 놓치면 벌어지는 일 

불과 한 달 전까지 친구들을 만나면 나는 인간관계가 아주 안 좋은 사람에 속했다. “얼마나 사람들과 교류가 없으면 아직도 코로나19에 안 걸렸느냐”는 농담을 들을 만큼 건강에 이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백신도 꼬박꼬박 3차까지 맞았는데 이후 4차 백신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접종자 중 후유증이 생기는 사람이 많다는 뉴스를 여러 차례 접하게 되었다. ‘그럼 나도 나이가 있으니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조금 기다려볼까’ 하던 참에 덜컥 코로나19에 걸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초기부터 내가 확진자로 판정된 것이 아니다. 처음 이틀은 목이 조금 칼칼한 증세가 있어서 미리 준비해둔 간이 검사키트로 측정을 했더니 음성으로 희미하게 한 줄만 나왔다. 주말이라 마을에 있는 병원도 대부분 문을 닫았기에 혹시나 해서 비상약으로 챙겨둔 해열제와 감기약을 먹고 외출도 자제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가 더 지나자 싸한 느낌과 함께 고열과 인후통이 시작되었다. 깜짝 놀라 다시 키트로 검사해 보니 양성인 두 줄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다행히 집 앞에 임시선별검사소가 있어서 아침 일찍부터 미리 검사한 키트를 챙겨서 갔다. 안내문에는 신속항원검사도 한다고 했는데, 안 하고 PCR 검사 결과는 하루가 더 지나야 나온다고 했다.

마음이 초조해진 나는 인터넷을 검색했고 지정된 병원에서도 검사를 해준다길래 가까운 이비인후과로 찾아갔다. 검사한 지 10분 만에 바로 확진 결과가 나왔다. 아니 국가가 지정한 임시선별검사소 검사 결과는 하루를 기다려야 하는데 민간 병원은 바로 결과도 나오고 보건소에도 자동으로 통보가 된다니 허무개그도 아니고 이게 뭐지?

내가 PCR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사람을 접촉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검사 결과가 통보되기 전에 확진자가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되면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어쩌면 내가 감염된 원인 중 하나가 이렇게 확진 환자 통보라는 ‘골든 타임’을 놓쳤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감염도 줄을 잘 서야

9월 24일 기준, 코로나19 통계를 살펴보니 누적 확진자가 2459만 4336명이고 사망자는 2만 3140명이다. 백신 예방 접종자는 1차 87.9%, 2차 87.1%, 3차 65.5%, 4차 14. 4%이다. 나는 3차 백신 접종 후에 코로나19에 확진 되었으니 엄청 뒤에 줄을 선 셈이다.

아무튼, 나는 코로나19 확진자로서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대상에 들어선 것이다. 약처방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니 인후통과 함께 근육통 증세까지 더해졌다. 저녁 무렵이 되니 관할 보건소에서 문자가 날아왔다. 첫 번째는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통지 및 확진자 조사 안내’로 조사서를 작성하라는 것이었다. ‘확진자에 대한 혜택을 위해 조사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성심성의껏 작성했다. 두 번째는 ‘재택치료 안내문자’였다.

그러나 나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격리 기간 중 코로나19 환자 상태에 대한 문의는 한마디도 없었다. 결국, 안내 문자의 핵심은 ‘격리 기간 중 무단이탈 시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와 함께 ‘격리 기간 중 진료 및 처방이 필요한 경우 가능하나 법정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는 내용이었다. 2022년 7월 1일 이후 코로나19 확진자는 국가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심지어는 검사비와 약값도 본인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질병으로 인한 국가적인 비상사태와 개인의 고통은 변함이 없는데 왜 보상과 혜택은 줄을 빨리 선 사람들에게만 주는 것일까. 현직에 있을 때보다 두 배 이상 내고 있는 내 건강보험료는 과연 언제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이웃사촌과 친구가 없다면

코로나19 확진 후 먹거리도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데 가족들도 멀리 있어서 난감했다. 이때 도움의 손길이 도착했다. 갈매지구로 이사 와서 새롭게 인연을 맺은 호랑이띠 동갑내기 ‘호호회(虎好會)’ 친구들이 약이며 음식, 필요한 물건을 우리 집 문고리에 걸어놓고 갔다. 여고 동창은 쉽게 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 음식을 택배로 보내왔다. 그리고 나머지 며칠은 동네 마트에서 먹거리를 비대면으로 배달해서 해결했다.

미각과 후각이 마비되어 맛을 몰랐지만, 질병을 이겨내야 한다는 강한 의지로 독한 처방약과 음식을 정성스럽게 챙겨 먹으며 격리 기간이 지나갔다. 다행히 가까운 주변에 좋은 이웃과 친구를 둔 덕에 나는 이렇게 코로나19를 극복했다.

코로나19 확진 이후 한 달이 지난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내가 만일 독거노인이었다면? 일일 노동자나 저소득 생활자였다면? 신체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이었다면? 인터넷과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세대였다면? 나는 온전히 지금의 삶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을까? 국민의 생존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국가적 신뢰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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