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피해 추스르기도 전에 ‘무이파’ 북상 채비
행안부, 태풍 위기경보 대신 피해복구대책본부 가동
경찰, 소방, 군인, 보건·재난 공무원… 명절 단골 출근
“공무원 숙명이지만, 내년 급여 인상폭 생각하면 한숨”

추석 연휴가 시작됐지만, 일 때문에 귀성 대열에 끼지 못하는 공무원들도 적지 않다. 모처럼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되지 않은 추석이지만,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추석을 앞둔 8일 서울 서초구 잠원IC 부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모습. 연합뉴스
추석 연휴가 시작됐지만, 일 때문에 귀성 대열에 끼지 못하는 공무원들도 적지 않다. 모처럼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되지 않은 추석이지만,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추석을 앞둔 8일 서울 서초구 잠원IC 부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모습. 연합뉴스

“‘힌남노’가 추석 전에 마무리됐지만, 피해 복구에다가 12호 태풍 ‘무이파’ 때문에 맘 편히 쉴 수 있는 처지는 아니네요.”(한 시군구 재난 담당 공무원)

“9일 귀성했다가 11일 올라와서 비상대기해야 합니다. 출근은 안 하지만,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투입될 수 있게 대기해야 합니다.”(행정안전부 재난담당 공무원)

코로나19 이후 첫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되지 않은 첫 추석이지만, 맘 편히 쉬지 못하고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우리 사회 숨은 일꾼들이 있다.

보건의료 담당 공무원도 추석에 근무하는 단골들이다. 이달 초 서울 동대문구청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의료 담당 공무원도 추석에 근무하는 단골들이다. 이달 초 서울 동대문구청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응급실의 의료진, 가족과 떨어져 철책근무를 하는 전방의 군인, 고속도로의 원활한 소통에 쉴 틈이 없는 도로공사 직원도 있다.

태풍 힌남노에 쓰러진 배추를 세우는 일을 도와주고 있는 해양경찰. 연합뉴스. 해안군청 제공
태풍 힌남노에 쓰러진 배추를 세우는 일을 도와주고 있는 해양경찰. 연합뉴스. 해안군청 제공

공무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경찰과 소방공무원, 보건의료, 재난, 환경 등을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명절에 출근하는 단골손님들이다.

올해는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뒤여서 다른 해보다 유난히 공무원의 할 일이 많다.

소방관들은 추석 연휴 특별비상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2명이 구조되고 7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된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부에서 소방 대원들이 구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소방관들은 추석 연휴 특별비상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2명이 구조되고 7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된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부에서 소방 대원들이 구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조기에 소멸돼 민족의 명철 추석을 망치지 않아 다행이지만, 피해 복구가 끝나기도 전에 다른 태풍 이 북상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8일 오전 9시 부로 제11호 태풍 힌남노 대처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관심’ 단계로 하향했지만, 곧바로 힌남노 피해 복구대책지원본부를 가동했다.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을 중심으로 복구지원총괄반과 재난자원지원반, 재난구호·심리지원반 등 3개 반 36명으로 운영한다.

 

이들뿐 아니라 유관 부서 등도 준비상태세를 유지하게 된다. 유사시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당번 체제를 갖추는가 하면 세종시 거주자를 중심으로 긴급 투입태세를 갖추도록 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세종시를 떠나지 않은 채 복구상황과 무이파 동향 등에 대비키로 했다.

소방청은 현재 특별경계근무 중이다. 이흥교 소장청장은 세종시에 머물고 있고, 간부들도 대부분 관내에 대기토록 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1시간 내에 업무에 착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만약 이 거리를 벗어나 타지역으로 이동하게 되면 신고를 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3시간을 넘겨서는 안 된다.

대변인실 등 지원부서도 비상이다. 가까운 거리에 근무하는 직원이 비상시 투입될 수 있도록 비공식적인 비상근무 태세를 유지 중이다.

이들은 대부분 정식 비상근무 지시를 받진 않았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직장 근처에서 대기한다. 세종시에 거주하거나 근무지와 가까운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시·군·구는 대부분 당직과 숙직이 따로 있지만, 건설이나 경제, 산림 등 안전 관련 부서는 별도로 하루에 한 명씩 출근하도록 하고 있다.

충남의 한 군청의 재난 관련부서 3년차 공무원은 “추석 연휴 중 하루를 나와서 대기해야 한다”면서 “맘 편한 추석을 보낼 수는 없지만, 공무원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광역지자체 공무원은 “재난 앞에서 국민 모두가 희생하고, 고생하지만, 공무원들은 최일선에서 재난과 맞선다”면서 “제대접은 못하더라도 급여를 삭감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도 공무원 봉급 인상폭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말 2023년도 공무원 급여를 5급 이하는 1.7% 인상하고, 4급 이상은 동결키로 한 바 있다.

어떻든 이들로 인해 일반 국민은 그래도 한결 나은 명절을 보낼 수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공무원이다. 우리는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며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한다….”

공무원 헌장의 한토막이다. 명절 비상근무 공무원 여러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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