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업무평가에서 올A 받은 과기정통부 비결 들어보니
‘나 아니면 안 된다’ 대신 방향 제시하고 돕는 역할에 주력
높은 점수 부처는 민간·전문가와 협업 잘하는 개방성 지녀
전통적 부처 대부분 성적 저조…차관급에선 식약처만 올A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1년 정부업무평가에서 5개 항목과 종합평가에서 A를 받았다. 올해로 8년째 우수기관의 영예다. 과기정통부 홈화면 갈무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1년 정부업무평가에서 5개 항목과 종합평가에서 A를 받았다. 올해로 8년째 우수기관의 영예다. 과기정통부 홈화면 갈무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정부업무평가에서 5개 항목에서 모두 ‘A’ 등급을 받았다. 당연히 종합평가에서도 A는 떼놓은 당상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번까지 내리 8년째 정부업무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보고된 ‘2021년도 정부업무평가 결과’를 보면 과기정통부는 압권이다. 5개 항목에서 A를 받은 부처는 장관급 기관에서는 과기정통부 밖에 없었다. 차관급 기관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일했다.

비결이 궁금했다. 한 두 번 잘해서 A 등급을 받을 수는 있지만, 모든 평가항목에서 A 등급을 받고, 그것도 종합평가에서 8년 연속 A를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업무평가는 45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한다. △일자리·국정과제 △규제혁신 △정부혁신 △정책소통 등 4개 부문으로 나누어 평가하고 이를 기관별로 종합한다. 2021년 평가에서는 여기에 적극행정 항목이 추가돼 최종 점수 산정 때 이를 반영하고 있다.

평가에는 민간 전문가평가단(210명)이 참여하고 일반국민 2만 8761명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 결과 등을 활용하는 만큼 기교만으로는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나름의 DNA가 있을 법했다.

궁금하면 직접 물을 수밖에…. 대변인실을 거쳐서 기획조정실 담당 과장과 연결이 됐다. 막상 취재를 하면서도 어떤 대답이 나올지 궁금했다. 뾰족한 비결이 있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료:국무조정실
자료:국무조정실

“이전까지 7년 연속 종합평가 A였으니 이번에도 당연히 A가 돼야 정상인 상태였어요. 그런데 이게 평가 잘 받자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우리의 하던 일 잘하자는 것이었어요.”

마치 “학과공부만 열심히 했더니 수능 수석했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어진 그의 얘기를 좀 다르다.

“‘공무원이 잘하자’가 아니라 민간이나 학계에 계신 분들에 맞게 방향을 설정하고, 공무원들은 거기에 맞게 잘 진행될 수 있게 하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

전문성이 필요한 과기정통부의 업무 특성상 공무원이 다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업무 추진에 있어서 외부기관 전문가들에 초점을 맞춰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공무원과 외부 전문가가 협업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업무평가에서 A의 비결은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와의 적절한 역할분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백신 사전예약시스템을 단기에 정착시킨 점 등도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데 기여를 했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45개 정부기관 가운데 국민생활과 밀접하지 않은 기관이 평가에서 다소 불리할 수는 있지만, 과기정통부의 열린 자세는 분명 배울 점이 있어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민간이나 전문가들과 역할을 나누고, 길잡이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부처의 경우 이런 유연한 자세는 부족한 편이다. 못 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이번 평가에서도 이들 전통적인 부처의 성적표는 비교적 저조한 편이었다.

이번 평가에서 종합 A 등급에는 장관급 기관에서는 과기정통부와 농식품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6개 기관이 받았다.

차관급에서는 법제처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업진흥청, 조달청, 질별관리청, 해경청 등 6개 기관이 A 등급에 들었다.

이에 비해 C등급 단골 부처도 있다. 통일부는 지난해 3개 분야에서 C를 받은 데 이어 올해도 4개 분야에서 C를 맞았다. 법무부도 단골이다. 지난해 4개 분야에서 C를 받았고, 올해는 3개 분야에서 C를 받았지만, 종합평가는 역시 C였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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