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편성 예산 벗어났더라도 지급 마땅”
서울 등 광역 지자체 전·현직 소방관 승소
퇴직자들 지급 소송 이어질 가능성도

대법원 청사에 나부끼는 법원기. 서울신문 자료 사진
대법원 청사에 나부끼는 법원기. 서울신문 자료 사진

초과근무를 했음에도 예산이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면 지급지 않도록 한 규정은 적합하지 않고, 예산이 없든 있든 일한 만큼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재판 소송 당사자에는 현직뿐 아니라 전직도 포함돼 있어서 앞으로 유사 소송이 줄을 이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전·현직 소방공무원 23명이 서울특별시와 경기도 등 6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2010년부터 진행된 소송이 9년 만에 마무리된 것이다.

소송을 낸 소방공무원들은 화재·재난 등 위급한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업무 성격상 야간이나 휴일에도 근무해야 했다. 이에 따라 일반직 공무원 월평균 근무시간이 약 173시간인데 비해 이들 외근소방공무원은 2교대제 360시간, 3교대제 240시간 일했다.

그런데 지자체들은 행정안전부장관이 제정한 옛 ‘지방공무원 보수업무 등 처리지침’을 근거로 ‘편성된 예산의 범위 안에서만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면 된다’고 해석해 소방공무원에게 실제 초과근무 시간에 못 미치는 수당을 지급해왔다.

이를테면 초과근무시간의 상한을 정하고, 이에 맞게 예산을 전한 뒤 소방공무원들이 이 범위를 벗어나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소방공무원들은 이것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수원지법에 민사소송을 내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원고 피고 모두 만족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일부 원고 및 피고 항소로 서울고법 민사부에 배당됐던 이 사건은 2013년 3월 행정부로 재배당됐다.

2심은 “초과근무수당 청구권은 해당 근무 자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지 예산 책정 행위에 의해 정해지는 게 아니므로, 실제 초과근무시간에 해당하는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자체들은 야간대기 중 식사·수면시간은 총 근무시간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는 “실질적으로 상급자 지휘·감독 아래 놓여 있는 시간이라 근무시간에 포함된다”고 봤다.

소방공무원들이 식사·수면 중에도 불이 나면 5~10분 안에 화재현장에 도착하고 있고, 2000년 12월 ‘소방공무원 근무규정’이 개정돼 공식적·제도적으로 식사·수면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점을 들어서다.

비번일 근무에 대해서는 출장신청서를 제외하고 출장명령부와 초과근무계획 공문, 근무일지, 출장관리대장에 기재된 것은 근무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지자체는 초과근무수당이 예산에 계상된 이상 실제로 책정·계상된 예산의 범위와 상관없이 원고들이 실제 초과근무한 시간에 해당하는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소방공무원들은 실제 초과근무한 시간만큼의 수당을 각 소속 지자체로부터 받게 됐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소방공무원 중에는 이미 퇴직자도 포함돼 있어서 이들 외에 이미 퇴직한 다른 퇴직 소방공무원들의 소송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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