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무원의 사는 이야기 ‘충주농업기술센터 이상명 지도사’

시인이자 작가이자 농촌지도사… 20년째 기부와 야학 이어와
“야학서 만난 할머니 임종때 ‘배워서 좋았어’” 한마디에 봉사의 길
“봉사 비웃는 사람들도 있지만…다른 분들께 더 힘 받아요”

충주시농업기술센터 이상명 지도사. 충주시 제공.
충주시농업기술센터 이상명 지도사. 충주시 제공.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가장 하고 싶은 봉사가 야학봉사였어요. 부모님이 두 분 다 문맹이셨거든요. 야학봉사를 하다가 한 할머니께 한글을 가르쳐 드렸는데 이분이 임종 때 제 손을 잡으시고는 ‘글을 배우고 가는 게 좋았다’고 말씀하셨어요.”

충북 충주시농업기술센터 이상명 지도사는 계속 봉사활동 등을 이어오는 계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잘살건 못살건 봉사하고 살아야겠다 싶었죠”라고 했다.

이상명 지도사는 지난달 22일 작가로 활동하며 받은 인세와 방송출연료 등 약 100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했다. 충주시는 이 내용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배포했다.

보도자료 배포는 이상명 지도사가 원했던 것은 아니다. 쑥쓰럽기도 하고, 그리 자랑할 만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서 극구 사양했다.

하지만, 작가인 한 후배가 “요즘 공직사회 이미지도 안 좋은데 형님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도 홍보해야 한다”며 배포를 권고했다고 한다.

이 지도사는 귀농 컨설턴트이자 도시농업관리사다. 기업체와 공공기관, 대학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전에는 특용작물이나 화훼 컨설팅 업무를 맡았었다.

그에게 공직이 처음은 아니다. “예전에 공직에 잠깐 몸담은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그만두고 시나 에세이도 쓰고 자영업도 하고 했었죠.”

작가를 하면서 시집 ‘너도 누군가의 그리움이다’ 등도 펴냈고 소설 ‘인간의 계절(봄)’도 펴냈다. 일과 관련해서는 귀농귀촌 전문서적 ‘이상명의 행복한 귀농귀촌을 위하여’나 도시농업 가이드북 ‘이상명의 나는 도시농부다’ 등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지도사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9년에도 인세와 방송출연료 등 120만원을 기부했고, 같은 해 전국노래자랑에 나와 장려상과 함께 받은 시상금 70만원도 기부했다.

그동안 펴낸 책 등을 받아서 강원도 영월 등 산간벽지 등에 보내기도 했다.

기부보다 더 값진 것은 20여 년간 공무원 시험 무료 과외와 야학봉사다.

“무료 과외는 가정이 어렵거나 학원에 다닐 형편이 안되는 친구들을 위해 공무원 시험 과외를 해줬어요. 제가 행정학과를 나와서 법 공부를 하기도 했고 고시 공부도 했었거든요. 저도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신림동 한번 못 가고 공부했었습니다.”

이 지도사의 과외를 받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학생은 21명 정도. 9급은 물론 7급이나 기능직에 합격한 학생도 있었다.

야학봉사도 꾸준히 해왔다. 이 지도사의 부모님도 문맹이셨지만 이 지도사가 대학에 들어간 뒤 이 지도사에게 한글을 배워 읽을 수 있게 됐다.

“지금이야 저도 나이를 먹어서 계속하기는 힘들지만, 야학봉사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 같아요.”

이 지도사의 기부와 봉사의 배경에는 그가 살아온 힘겨운 인생이 깔려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들어가기 직전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자신과 미래에 대한 심적인 갈등도 컸다. 선배와 선생님, 부모님과 얘기를 나누고, 답을 구했지만, 어렵고 답답했다.

그래서 찾은 게 법정스님이다. “그때가 가정이 가장 힘들 때였어요. 승려가 될 생각도 했었어요.”

물어물어 충북 충주에서 법정스님이 있는 전남 순천 송광사 불일암까지 찾아갔다. 법정스님으로부터 ‘자기 발로 찾아온 사람 중에서는 가장 어리다’는 말을 들었다.

“법정스님께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투정처럼 말했어요. 그러자 법정스님께서 ‘네 마음에 하는 게 정답이 어딨겠냐’며 ‘네 마음에 스스로 자랑스럽게 혹은 사랑스럽게 살면 된다’고 하셨어요. 그땐 어려서 말의 의미를 잘 몰랐는데….”

“그러면서 슬기롭게 살라는 의미로 ‘혜천’이라는 아호를 지어 주셨어요. 슬기로울 혜(慧)에 샘 천(泉) 자지요. 제가 지금까지 만난 분 중에서는 가장 멘토 같은 분이세요. 나이를 먹고 느낀 것이, 멘토 같은 분들께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 싶었죠.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생각이 많이 나요.”

이렇게 기부와 봉사를 하면 마음으로 칭찬과 격려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비웃는 사람들도 조금 있다고 한다.

“그래도 저는 신경 안 써요. 봉사하면서 다른 분들께 더 힘을 받거든요”

송민규 기자 song@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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