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엔 같은 날 치렀는데 올핸 국가직·소방 분리”
“난도 높은 9급 준비생들 모의고사장 전락 우려”
소방청, “코로나로 시험 분산…규정상 문제 없어”
“필기시험 합격자 배수 확대 등 대책 마련 중”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소방공무원 시험일정을 국가직과 동일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지난해 12월 31일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이다. 이 청원 5일 오전 8시 50분 현재 6895명으로 조만간 7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내용은 이렇다. 그동안 국가공무원시험과 같이 치러지던 소방공무원 채용 시험을 올해 다른 날 치르기로 하면서 일반행정 등을 공부해온 타직렬 수험생들이 국가직 공무원 시험 전에 한번 치러보는 모의고사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방공무원이 되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온 수험생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청원자의 주장이다.

일반행정 등은 소방공무원시험에 비해 난도가 높은 데 이들이 와서 합격하고, 체력시험 등에 오지 않을 경우 미달사태가 나고, 이들 때문에 시험에 떨어진 소방공무원 준비생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필기 중복응시 가능했던 2013년 체력시험 대거 미달사태

청원자는 “대규모 미달사태가 발생해 소방관을 꿈꾸는 소방수험생들의 선의의 경쟁이 아닌 타직렬 유입으로 기회조차 얻기 힘든 더 힘든 싸움을 이어가게 될지도 모른다”며 중복응시가 가능했던 2013년 발생했던 체력시험 대규모 미달사태를 예로 들었다.

소방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일인 20일 시험실 입실에 앞서 응시생의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소방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일인 2020년 6월 20일 시험실 입실에 앞서 응시생의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지난달 31일 소방청이 공고한 ‘2021년 전국 소방공무원 신규채용시험 일정’을 보면 올해 시험은 2월 26일부터 3월 4일까지 접수를 받아 4월 3일 필기시험을 치르게 돼 있다.

반면, 국가공무원 9급 공채는 2주 뒤인 4월 17일 치러진다.

지난해에도 국가공무원 9급 시험은 7월 11일, 소방공무원은 7월 20일 치러졌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때문에 필기시험일자를 분산했을 뿐 접수일은 같았다.

지난해엔 접수는 같은 날 필기는 분산해 치러

접수 당시에 이미 국가공무원이든 소방공무원이든 선택을 해 지원한 만큼 중복시험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올해는 아예 접수일도 다르고, 시험일도 달라 중복시험이 가능해진 것이다. 청원이 시작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방청은 왜 소방공무원 채용시험을 국가공무원 9급 시험일과 달리했을까.

소방청은 그 이유로 코로나19를 꼽는다. 4월이면 코로나19가 진정된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시험일을 달리해 혼잡을 피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접수일은 왜 달리했을까. 굳이 국가공무원시험과 같은 날 접수를 받으라는 규정은 없다고 소방청은 얘기한다.

경찰이나 해양경찰은 이미 국가공무원과 다른 날 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소방공무원이라고 굳이 같은 날 치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경찰, 해경도 다른 날 치르난데 왜 소방만 문제인가”

순경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수험생들의 반발 또한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어서 소방청도 대안을 찾느라 고심 중이다.

그렇다고 한번 공고한 시험일 다시 바꿀 수도 없다. 이에 따라 1차 필기 합격자 배수를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1차 합격자를 지난해보다 늘리면 소방공무원과 국가공무원 9급 시험에 동시 합격자가 빠져나가더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소방청 중심의 대안이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배수를 늘리면 중복합격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면접일을 국가공무원 9급과 같은 날로 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 역시 국가공무원과 소방공무원 중복합격을 막는 근본 처방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어떻든 필기시험은 중복응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년부턴 전공과목만 시험 치러 중복응시 불가능할 전망

소방청 관계자는 “규정상 문제는 없다. 순경시험은 3월, 해경은 5월에 치른다”면서 “배수 조정 외에 별도의 방안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중복응시도 내년부터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2022년부터 소방공무원이나 순경 시험 등에서 한국사와 영어가 검정제로 바뀌고, 선택과목이 없어지면서 소방이나 순경 전공 필수과목만으로 시험을 치르기 때문이다.

일반행정 공부했던 수험생이 소방공무원 등 전문 분야에 응시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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