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범위 2인 이상 사망으로 완화 …김용균법 무색
노동계, “중대재해면죄부법 전락, 입법취지 살려야”
고용부노조 “산업안전감독관에 가혹” 규정 삭제해야
국회 협의 과정에서 각계 의견 반영 법안 손질해야

정문에서 바라본 대한민국 국회. 서울신문DB
정문에서 바라본 대한민국 국회. 서울신문DB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정부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법사위에 제출됐지만,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김용균 재단(이사장 김미숙)을 포함한 노동계는 제출된 법안이 당초 안보다 크게 후퇴하면서 그물코가 늘어나 ‘중대재해면죄부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은 산업재해를 막겠다는 법안에 공무원의 책임을 묻는 조항이 들어가면서 공무원만 잡는 법이 됐다고 반발한다.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이 법안에 그대로 투영돼 있는 느낌이다.

중대재해로 인해 고 김용균 같은 억울한 죽음의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처한 입장, 몸담고 있는 일터에 따라 보는 시각은 조금씩 다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부분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 법은 처음에 국민동의 청원에 의해 시작됐다. 제2의 김용균을 막자는 취지에서 ‘김용균법’이라고도 불렸다.

하지만, 각계의 의견수렴을 하고, 경제계와 정치권의 입장 등을 수용하면서 협의를 통해 제출된 정부안은 당초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많이 달라졌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2일 입장문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정부안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위원회는 문제점으로 ▲적용범위를 1인 이상 사망에서 2인으로 상향 ▲50인 미만 사업장은 4년,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 2년 유예 ▲위험의 외주화 내용 삭제 ▲인과관계 추정 삭제 ▲공무원에 대한 처벌 강도 완화 등을 꼽았다.

천주교인권위는 “이는 당초 입법취지를 무색게 하는 것으로 반드시 원안대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아예 정부안을 폐지하고,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천주교인권위와 노동계는 그 근거도 제시한다.

지난해 중대재해 302건 중 2인 이상 다중 사망사건은 9건으로 3%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고 김용균과 같은 1인 사망사고다. 김용균으로 인해 시작된 법이 김용균은 빠진 법이 됐다는 주장을 하는 이유다.

또 1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2년 유예를 한 것과 관련해서도 우리나라 사업체의 99.5%가 100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노동안전보다는 기업만을 배려했다는 주장이다.

이와는 반대로 고용노동부공무원노조는 제출된 법안이 산업안전감독관에게는 가혹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500여 명에 불과한 산업안전감독관이 30만 개가 넘는 사업장을 감독해야 하는 상황에서 증원과 권한 강화, 제도적인 뒷받침 없이 처벌근거를 마련한 것에 분노한다”며 이 조항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대신 “부칙에 있는 기업 규모별 시행시기를 앞당겨 시행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주교인권위는 처벌규정이 특례로 규정돼 완화된 것에 대해 반발하는 것과는 다른 입장인 것이다.

노동계 등은 경영계만 배려했다고 하지만, 경영계도 불만이 없을 리 없다. 사회적 분위기와 입법에 미칠 악영향 등을 고려해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국회 상임위 등에서 논의 과정에서 다소 바뀔 여지도 없지 않다. 이 과정에서 각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모두가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최선의 안을 만들어내는 것은 국회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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