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 과기정통부 우본공무원노조 위원장 인터뷰
‘래디컬’한 그는 왜 회사와 머리를 맞대겠다고 했나

“종이 우편물 소멸·포스트 코로나…우본 절체절명의 위기”
“돌파구 찾기 위해서라면 노와 사가 따로 있을 수 있나”
“폐국 등 내부에서 답 찾는 근시행정으론 위기 극복 못해”
“우본의 사회적 역할 재정립, 독립외청으로 활로 찾아야”

이철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공무원노조 위원장
이철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공무원노조 위원장

“소멸이라고 할 정도로 우편물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위기를 맞은 우정사업본부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데 노와 사가 있을 수 있습니까.”

우정사업본부장의 얘기가 아니다. 이철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공무원노동조합(우본공무원노조) 위원장의 얘기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면 우정사업본부(우본)와 머리도 맞댈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서대문형무소에서 한반도 통일을 소망하는 남북 우표전시회를 열고, 우체국 폐국에 맞서 천막농성을 하는 등 공무원노동계에서는 ‘래디컬’한 쪽에 속하는 그다.

그런 그가 왜 경영자를 떠올리게 하는 말을 쏟아냈을까.

지난달 30일 우정사업본부(우본) 출범 20주년을 맞아 “지금은 비상한 시기…노조가 협조할 테니 변화하자”는 성명을 내 화제가 됐던 이철수 위원장을 지난 20일 서울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5월 28일 집행부 선거에서 우본공무원 출범 14년 만에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늦게나마 소감을 물었다.

현장 조합원들의 얘기 심층적으로 듣는 중

“주어진 일에 쫓겨 다니다 보니 선거가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아득합니다. 지금은 성과나 이슈에 조급해하지 않고 선거 때 현장에서 접했던 조합원들의 의견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마음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쁘다. 우본노조 업무에다가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아 공무원노조법 국회 통과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철수(왼쪽) 우본공무원노조 위원장과 김황현 사무총장은 8기 집행부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우존공무원노조 제공
이철수(왼쪽) 우본공무원노조 위원장과 김황현 사무총장은 지난 5월 8기 집행부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우존공무원노조 제공

“지난번 20주년 맞아 낸 성명은 참신했다”고 얘기를 건넸다.

“정부든 민간기업이든 20년이 되면 조직의 전망을 밝히는 성명서나 로드맵을 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지금 우정사업을 둘러싼 환경은 종이 대신 디지털 모바일 고지서가 대세로 자리 잡고, ‘언택트’(Untact·비대면)로 대표되는 ‘포스트 코로나’까지 몰아쳐 시시각각 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본은 2012년 우편적자 발생 이후 조직의 미래에 대해 노와 사, 노와 노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1년 단위 경영평가 중심의 눈앞의 업무에만 급급하고 있습니다.”

이 위원장은 표정에 변화가 없는 스타일이다. 항상 차분하다. 그런 그의 목소리 톤이 조금 높아졌다.

“우본공무원노조가 비록 우본의 7000여 행정·기술직 공무원 노동자들만 대표하고 있지만, 과기정통부와 단체교섭을 추진하는 유일한 노조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소멸에 가까운 우편물 감소 대책과 우정청 승격 및 일반회계 전환, 직렬 간 갈등 해소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한 것입니다. 우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지금 사람이 중심이 되고 나아가 우체국 전반의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찾기 위해서라면 함께 머리를 맞대겠다는 것입니다.”

과기정통부와 단체교섭하는 유일한 노조…사명감 있어

우본공무원노조는 노조활동하기에 입지가 좋은 편은 아니다. 일반적인 노동조합처럼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고 있지만,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된 외근하는 집배원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산업안전 측면이나 노동 강도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행정·기술직, 마케팅 직원들의 권익옹호를 위한 목소리는 묻히는 편이다.

그래도 그 틈바구니에서 역할과 존재감을 키워온 것은 이 위원장을 비롯한 전·현직 노조 집행부와 노조원들의 노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이를 위해서라면 과기정통부 내 7개 노조가 정기적으로 회동하지는 못할지라도 간헐적인 소통의 틀을 제안하고 여기에서 의제가 도출된다면 그 의제를 일정 정도 현실화하기 위해 보폭을 맞출 생각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민경제활동 지원이나 시장 실패를 보완할 수 있는 우정사업의 새로운 역할 수립을 위해 정무직 기관장을 통해 소속기관이 아닌 외청으로의 새로운 역할 정립이 절실한 시기다”며 우정청 설립과 정무직 기관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우체국 폐국 다시 시도한다면 강력히 투쟁할 것

전국 3429개 우체국에는 4만 2679명 직원이 일하고 있다. 연간 9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136조원의 금융자금을 운용(국내 2위)하는 최대 정부기업이다. 그런데 개방형 임기제 1급 기관장의 낮은 위상으로는 위기 극복은 물론 우체국의 공익적 기능을 살려나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우체국 폐국과 창구 직원들의 처우 개선 등 현안으로 화제를 옮겨갔다. 올 초 우본은 올 초 전국 직영 우체국의 절반인 677개를 4년에 걸쳐 폐국하겠다고 밝혀 반발을 산 바 있다.

“우체국은 국민 가장 가까이에 존재하는 정부기관입니다. 시대가 흐르고 주위 환경이 바뀌면서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찾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를 내부적인 재정 상황이나 인력 문제에서 해법을 찾으려고, 폐국 운운하는 것은 정부기관의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강력한 투쟁으로 현재 우체국 폐국 진행은 중단된 상태인데 만약 조짐이 보인다면 즉각 연대 투쟁 등을 통해 저지에 나설 것입니다.” 

“창구 직원 근무 환경 개선 목표의 50%도 안돼” 자체 진단

그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창구직원들의 처우개선과 관련한 스스로의 평가는 냉정했다.

“창구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의 피부에 닿는 개선 정도를 점수로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50점도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성 강화를 통한 공직자로서의 자긍심 강화, 인력난 해소, 산업안전보건 여건 개선 등 과제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7기에서 투쟁을 통해 사수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구호를 뛰어넘어 조금이라도 쟁취하고 이루어내는 것,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앞으로의 각오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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