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노조 이번주 시의장 항의방문키로
여정섭 위원장 “의원 전체 발언 전수조사하겠다”
격앙된 공무원들 1인시위 자청하기도

부산시 청사(왼쪽)과 맞붙어 있는 부산시의회 청사. 부산시 제공
부산시 청사(왼쪽)과 맞붙어 있는 부산시의회 청사. 부산시 제공

“시의회가 의원들 놀이터도 아니고…. 공무원을 대상으로 갑질이 너무 심하네요. 이게 부산시만의 문제겠습니까.”

지난 23일 부산시의회 제279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성숙 시의원이 부산시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딩동댕 질의’가 논란이 되고 있다.

부산시공무원 이번 기회에 속기록 상의 의원들의 발언을 전수조사해 막말이 드러날 경우 내부 논의를 거쳐서 강력 대응할 방침이어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이 의원 관련해서는 이번주 중 시의회 의장에게 항의서를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24일 부산시와 부산시공무원노조 등에 따르면 이성숙 의원은 본회의에서 이병진 부산시 기획관리시장(2급)을 불러 최근 5년간 부산시 소송건을 분석해 문제점을 지적한 뒤 질문을 이어갔다.

이 의원은 “부산시 소송 승소율이 85.3%에 달하지만, 소송 패소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액이 5년간 534억 5000만원으로 연평균 107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한 뒤 “수정산터널·백양터널·북항대교·수영만 요트경기장·생곡 폐기물 연료화 소송 공통점이 4개 있다. 답변해보라”고 퀴즈형식으로 물었다.

이 실장이 “(부산시가) 패소한 것 같다”고 답변하자 이 의원은 “딩동댕. 또 말해보세요”라고 추가 답변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북항대교 실시협약과 관련해 질의하면서 “어제저녁 힌트를 드렸다”고 다그쳤다. 이에 이 실장은 “질문한다는 것은 오늘 아침에 알았고 질문지는 방금 받았다”고 답변했다.

이날 질의응답에서 나온 얘기들은 “문제 하나 내겠습니다.” “딩동댕. 또 말해보세요.” “한 개 맞췄습니다.” “공부 다시 하십시오.” 등이다. 부산시 공무원들은 이를 ‘면박성 조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질의응답 내용이 알려지자 부산 공직사회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부산시공무원노조 게시판에서 한 조합원은 “새파랗게 젊은 의원이 퇴직 1~2년 남은 (머리) 허연 국장을 윽박지르고…노조가 나서서 공무원에 대한 값질 행태에 강력하게 대응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공직자로서 자존감이 팍팍 무너진다. 노조가 이런 일(강력 대응)하라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글을 반문했다.

다른 조합원은 “노조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원하면 1인 시위라도 참가할 의사가 있다”며 노조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여정섭 부산시 노조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주 중 시의회 의장을 방문해서 항의서를 전달할 계획”이라면서 “24일까지 의회 회기니까 전체 회기가 끝난 뒤 전체적으로 의원들 발언을 분석해서 내부 회의를 거쳐서 항의서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여 위원장은 또 “시의원 전체의 문제가 아니고, 개별 의원의 문제라고 보지만, 회의록을 검토한 뒤 문제 발언이 더 있으면 역시 강력히 항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성숙 의원은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한 질문이었는데 공무원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 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한편, 부산시 의회 소식을 접한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시의원들의 갑질이 어디 부사시만의 문제겠느냐”면서 “일부 의원의 갑질은 도를 넘어선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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