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령 수필가(대한민국아카데미미술협회 초대작가)
김가령 수필가(대한민국아카데미미술협회 초대작가)

“엄마, 저 토마토 싫어하는 줄 아시면서 왜 자꾸 먹으라는 거예요? 안 먹습니다!” 

좋아하는 음식만 먹는 딸아이는 싫어하는 음식을 먹으라고 하면 어김없이 “왜 먹어야 하냐”고 반감을 드러낸다. 좋아하는 음식만 먹어도 얼마든지 사는 데 문제가 없는데 싫어하는 음식을 굳이 먹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맞는 말이다. 딸아이의 단호한 거절에 긴말 필요도 없이 나는 권하던 음식을 내려놓는다. 아이들의 편식하는 습관을 어떻게 하면 고쳐볼까 하고 고민해본 엄마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고집이 쉽게 꺾이지 않는 황소고집이라는 것을.

‘편식’이라고 하면 어떤 특정한 음식만을 가려서 먹는 것인데 좋지 않은 습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에 ‘건식’은 음식을 가리지 않고 많이 잘 먹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올바른 식습관으로 장려해왔다. 그런데 요즘은 애, 어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편식을 하고 있다. 외식이 발달하면서 내 입에 맞는 음식을 골라서 먹게 되었고 사먹는 음식은 메뉴를 선택해야 하니 당연히 집밥보다는 맛이나 음식 종류가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한정된다. 집밥도 이제는 파는 음식처럼 주로 먹는 것 위주로 만들어 먹는다.

그렇다면, 편식은 무조건 나쁜 것일까? 필자는 편식도 편식 나름이라는 생각이다. “채소는 안 먹어.” 또는 “고기는 아예 안 먹어.” 등은 안 좋은 습관이라고 할 수 있지만 “채소 중에서 콩은 안 먹어.”라든지, “콩을 갈아서 주면 먹어.” 또는 “배고플 땐 콩도 조금 먹어.”라는 편식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조리법이나 식사 간격을 조절하면 될 테니 말이다. 이것은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먹느냐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양한 조리법뿐만 아니라 음식에 대한 예의와 바른 식사법도 포함되는 말이다.

인간은 모름지기 ‘잡식’ 동물로 웬만한 음식은 먹게끔 진화되어 왔다. 오죽하면 중국인들은 책상다리만 빼고 다 먹는다는 소문이 나돌았을까. 하지만, 이제는 아무것이나 다 먹으면 안 된다. 남이 준다고 다 받아먹어서도 안 된다. 말이 좋아 건식이지 위장이 안 좋아 건식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가. 먼저 내 몸에 맞는 것인지, 소화해낼 수 있는 것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내 위장을 보호해서 계속 먹을 수나 있을 것이다. 은근슬쩍 마시는 음료에 마약을 타서 건네는 세상이다. 무턱대고 먹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지나친 편식도 좋지 않지만,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많이 먹는 습관 즉, ‘과식’도 좋은 습관은 아니다. 비위가 허한 사람은 ‘소식’하는 경우도 있는데 활동이 많은 아침∙점심은 정량을, 저녁에는 적게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과거에는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이 병의 주된 원인이었지만, 요즘에는 과식을 통해서 여러 가지 병을 얻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동의보감’에서는 ‘설사가 잦고, 소화가 잘되지 않으며, 소변이 탁해지고, 식은땀을 흘리는 등의 증상은 모두 과식해 생긴다’고 했다. 수백년 전에도 과식이 건강에 좋지 않음을 설명한 것이다. 옛 사람들의 건강 비결대로 음식은 배부르게 먹지 않고, 생활은 너무 안일하지 않게 하는 것이 진리인 셈이다.

토마토를 싫어하는 딸은 오늘 점심으로 토마토소스를 듬뿍 끼얹은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었다. 아예 접시를 핥아먹을 지경이었다. 아무리 맛있어도 정량만 먹는 습관이 있는 딸은 덕분에 비만이 되지 않고 정상 체중을 유지한다. 남이 건네는 음식을 덥석 받아먹지 않는 습관도 똑똑해 보인다. 그래서 배탈이 나거나 설사를 하는 일도 거의 없다.

건식이 좋다고 해서 이 세상 음식을 다 먹을 필요는 없다. 싫어하는 음식을 강제로 먹이기보다는 적은 양으로 조리법을 바꿔 맛보게 한 다음 점차 식사량을 늘려가는 방법과 즐거운 식사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편식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는 하다. 편식이 병에 대한 저항력이나 면역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신경질을 잘 내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이 될 수 있고 뇌의 기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편식의 늪에 깊이 빠지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덧붙이자면, 무엇이든 적정선 범주이면 봐줄 만하다.

사람의 몸은 하나의 나라와 같다는 ‘인신유일국’(人身猶一國)이라는 말이 있다. 가슴과 배 부위는 궁실과 같고, 팔다리는 교외와 같으며 뼈마디는 모든 관리들과 같다. 신(神)은 임금과 같고 혈(血)은 신하와 같으며 기(氣)는 백성과 같다. 자기 몸을 건사할 줄 알면 나라도 잘 다스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몸 관리에 필요한 음식 섭취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전한 사회를 위해서 각 계층이 서로 돕고 견제하듯이 건강한 인체는 오장육부의 통제와 협력에 의해 유지된다. 무절제한 식생활을 하면 몸의 균형이 무너져 건강을 해치게 된다. 이처럼 의견의 건식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에서도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과한 편식보다는 서로를 돌아보고 한편으로는 견제하면서 건전성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 스마트한 식습관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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