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령 수필가(대한민국아카데미미술협회 초대작가)
김가령 수필가(대한민국아카데미미술협회 초대작가)

현대사회에서 컴퓨터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차라리 책이 없어질지언정 컴퓨터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할 것이다. 오늘날 컴퓨터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물건이 되었다. 컴퓨터가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머지않아 책이 사라질 것이라고, 책이 줄어든다면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또한, 복잡하고 어려운 글들은 점점 배제되고 빠르고 짧고 얕은 매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요즘 사람들은 긴 글을 잘 읽지 않는다. 무조건 짧아야 하고 글자보다는 이미지가 많은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 더 나아가 유튜브 영상으로 정보를 얻으려 한다. 이렇듯 길고 깊고 느린 이야기를 싫어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평생 평균적으로 몇 권의 책을 읽을까?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종이책 9.2권 전자책 1권으로, 10.2권에 불과하다고 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평균 통계가 책을 거의 읽지 않는 다수와 소수의 다독가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학력이 높고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독서에 대한 인식과 독서량이 많으며 나이가 들수록 독서를 멀리한다는 조사가 나왔다고 한다. 

독서는 통찰력과 창의력, 나아가 사회성에도 영향을 준다. 간접경험인 독서가 사고력의 확장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38.5%의 학생이 학업 이외에는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독서로만 놓고 보면 한국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퇴보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신문기자 출신 소설가는 우리 사회를 짧고 얕게 보도하다 보면 여러 사연이 담기지 않고 흑백논리로 담기게 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착한 쪽과 나쁜 쪽이 생기고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담긴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 가보면 누구도 착하거나 나쁘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영상 매체로 정보를 접하는 게 글로 접하는 것보다 효과가 작은 이유로 여러 가지 소음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사를 읽으며 정보를 접하기보다 유튜브로 정보를 접하는 게 편하다는 걸 그도 인정했다. 하지만 “영상에 나오는 사람들이 짓는 표정, 주고받는 농담, 영상에 쓰인 자막 등을 단순하게 즐길 뿐 메시지에 주목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어떤 메시지, 이야기, 텍스트의 정수는 글자로만 담을 수 있다며 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에 담긴 글자는 어떤 진실이나 시스템을 요약할 수 없으므로 왜곡될 일이 없어 여러 다른 사연이나 입장을 접해야 할 때 책만한 매체가 없다고 한다.

‘책 형태에 관한 책’에서 저자 사라 드 본트는 “저는 실제로 강의를 하지 않습니다. 저는 글로서 요점을 더욱 뚜렷하고 간결하게 드러낼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 게 최선입니다.…강의를 듣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책이 훨씬 더 좋은 형태의 소통입니다” 라고 적고 있는데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다. 덧붙여 ‘책의 형태로 나온 담화’를 즐겼으면 한다고 추천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책을 많이 읽게 될 때 서로를 존중하고, 더 다양하고, 합리적이고,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은 누군가의 깊은 고민과 생각이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된 작품이고 독서는 이를 이해하면서 함께 고민해보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타인을 이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으며, 세상을 이해할 수 있고, 그 결과 자기만의 길을 찾아나갈 수 있게 된다.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책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옛날에는 책이 양반들의 전유물이었지만 현대인들은 하루도 책을 안 보는 날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렇다면, 앞서 독서량이 적다고 한 건 웬 말인가? ‘책을 본다’는 것은 애나 어른이나 스마트폰을 손에 꼭 쥐고 다니니 하는 말이다. 심지어 요즘 애들 사이에서는 컴퓨터조차 옛날 물건이라고 한다.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폰 단말기 하나면 안 되는 일이 거의 없어 보이며 세상을 읽는 방대한 전자책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독서량에 포함시킨다면 연간 평균 독서량은 대폭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에게 영상보다 책의 감성이 더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히 진화된 책이지만 종이책이 주는 경험이 훨씬 더 강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사람들에게 그 기억을 심어주고 싶다. 내용이든 형식이든 간에 말이다. 그래서 ‘책이 없는 사회’란 아예 상상할 수 없으며 지식을 전달하고 정서를 길러주는 책이, 현 세대의 역사를 미래 세대에 전하는 책임 있는 약속으로서의 책이 우리 곁에서 ‘사라지지 않고’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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