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헌법은 언제 고쳐지나

위원장님!  근로자의 날에 왜 공무원들은 못 쉬게 해요?

아빠! 친구들은 근로자의 날 놀러 간대, 우리도 가자...

여보, 자기가 그냥 연가 내고 둘째 좀 봐줘…. 어린이집 논대….

공무직은 쉰다는데, 공무원은 안 쉰대….

성주영 공노총 부위원장(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조위원장)
성주영 공노총 부위원장(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조위원장)

5월 1일, 대한민국 ‘근로자의 날’은 노동계에서 노동절이라고 부른다. 

이날의 출근길 공무원들은 매우 다양한 군상과 만난다.

‘근로자의 날에 왜 공무원들은 못 쉬는 건지 모르겠다고 투덜대는 사람’, ‘선생님들이 근로자라 쉬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수 없어서 과장님이 눈치 줘도 꼭 연가 내야 한다는 사람’, ‘이런 것 하나 바로 잡지 못하고 뭐하냐고 노조에 불평하는 사람’, ‘취직한 대학 동기 남사친과 여사친들이 오랜만에 모이는데 못 간다고 하는 사람’…

이들 모두 시선이 향하는 곳은 달력이다.

사실 근로자의 날은 관공서도 비공무원(공무직 등)은 근무하지 않기 때문에 비공무원들이 많이 있는 부서일수록 업무 처리가 어려워서 정상적인 업무를 유지하기 위해 공무원들만 안간힘을 쓰는 게 현실이다.

 근로자의 날 출근해야 하는 공무원 중 특히 자녀가 어려 출근을 위해 어린이집을 보내는 부부 공무원 같은 경우는 자녀 돌봄을 위해 둘 중 한 명이 연가를 사용하여 땜질식 휴일을 보내야 한다.

 근로자가 아닌 공무원이 근로자의 날을 왜 운운하냐고 묻는다면, 대한민국의 공무원이 얼마나 불행한 노동자인지를 말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노동자에게 인정해 준 휴일에 정작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한 공무원들이 쉬지 못하는지를 그들의 남편과 아내와 아들과 딸들에게 설명하려면 대한민국 헌법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단지 5월1일, 근로자의 날에 공무원도 정당하게 쉬어야 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헌법에 당연히 우리 사회가 지향할 가치의 하나인 ‘노동존중’과 ‘평등사회건설’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바임에도 아직도 헌법에는 근로자로 명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라떼는 말야 신세대가 초등학교 다닐 때 국민학교를 다녀서 그런지 사실 근로라는 단어가 더 친숙했어. 노동이라고 하면 블루칼라의 힘든 일과 북한 공산주의 노동당이 생각나기 때문이야!”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는 한국전쟁의 아픈 기억 때문인지 대한민국밖에 없다. 선진국들은 노동을 ‘labor’라고 한다. 한정적이고 수동적인 ‘work’보다는 그들 스스로를 위해 생산적 일을 하는 긍정적 의미인 labor를 많이 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고용노동부를 고용근로부라고 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 의미를 부여하여 이렇게 하기로 약속하는 절차 속에 살아간다. 그것이 사람과 사람이 사는 소통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터넷만 두드려봐도 노동활동가들이 말하는 헌법에서 정한 법적 테두리 안에서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그러면 바뀌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최근 노동에 대한 개념을 혁신적인 인간의 사회활동으로 긍정적 시각이 확대되면서 2020년부터 의식 있는 이수진 의원, 안호영 의원, 전주혜 의원 등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근로자의 날 명칭을 노동절로 변경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상황 진행을 확인해 보기 위해 국회 의안 진행 상황을 확인해 보고 한숨이 나왔다. 2020년 7월 22일 접수된 이후 환경노동소위에서 다른 법안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한 것을 회의록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단어 하나를 바로잡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 1923년 5월 1일에 최초로 조선노동연맹회에서 근로자의 날의 근간이 되는 ‘May Day’ 행사가 시작됐다. 광복 이후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대한노총)이 결성된 이후 1957년까지는 5월 1일에 기념행사를 실시하고 1959년부터 대한노총의 창립기념일인 3월 10일을 노동절로 기념했다.

 그러나 1963년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3월 10일을 근로자의 날로 정해 유급휴일로 바꾼다. 이때부터 노동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근로라는 단어를 쓰게 되었다.

그나마 1994년 법을 개정하여 근로자의 날을 3월10일에서 5월 1일로 바꾸어 시행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은 수많은 이해관계를 넘어 보편적인 것과 공익성을 가져야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 공무원은 공무원 헌장을 지키며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공무원도 국민이다. 

 봉사하는 공무원도 봉사 받는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며, 그 첫 걸음이 헌법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로 표현하고 있는 공무원을 노동자로서 인정하는 것이다.

공무원노동조합이 항상 노동절(현 근로자의 날)에 공무원 휴일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봉사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노동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멀리는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와 가까운 일본 및 중국도 노동절에 공무원에게 유급휴가를 주고 있다. 헌법에서 직업공무원제를 채택해서 시행하는 우리나라가 공무원에게 상명하달로 이뤄지는 근로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노동의 의미에 맞는 전문직업인으로서 일하기를 진정으로 기대한다면, 노동절에 공무원 노동자에게 다른 노동자와 같이 휴식을 주고 노동의 대가로서 휴식하는 기쁨을 누리게 하는 조치가 이뤄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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