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에 직무급제 가산점 부여 하면서 가속도
연공에 뿌리둔 직무급제…‘무늬만 직무급제’ 지적도
공무원 등 여타 공공부문 정부 움직임에 촉각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건물. 한수원 제공
올 들어 호봉제에서 직무급제 전환을 결정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한수원 제공

연초부터 공공부문에 ‘직무급제’ 바람이 거세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3일 ‘직무중심인사관리 따라잡기’라는 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동서발전 등 대규모 에너지 공공기관들이 속속 직무급제 시행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2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와 관련기업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달 말 호봉제에서 직무급 중심으로 보수체계를 점진적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노사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올해 임금인상 재원을 활용해 직무급 등급 구체화를 거쳐 직무평가급을 신설하기로 했다.

한국동서발전 노사도 지난해 12월 23일 직무급 가산제 도입에 합의한 데 이어 최근 노조가 이 안을 찬반 투표에 올려 70%가 넘은 찬성률로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동서발전은 일반 사무직에 해당하는 4직급에는 ‘직무 가산급제’를 적용하고, 현장 기술직인 6직급에는 ‘승급형 직무급’을 신설, 적용하기로 했다.

호봉제는 근속연수가 쌓이면 매년 기본급이 자동으로 인상되는 구조로, 같은 직무인데도 호봉에 따라 임금에 차이가 나 그동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반면 직무급제는 직무 난이도나 책임 정도에 따라 급여를 다르게 책정하는 제도다. 이를테면 직급이 낮더라도 업무 강도와 난도가 높은 직무를 맡으면 근속 연수·직급과 상관없이 더 높은 연봉을 받는 방식이다.

올 들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도 직무급제를 도입하기로 했고, 한국석유관리원 등 4개 공공기관이 지난해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등 점차 직무급제는 확산되는 추세다.

이는 정부가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직무급제 도입 가산점을 반영키로 하는 등 직무급제를 채택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에도 노동부는 직무급제의 도입 필요성과 절차, 방식 등을 담은 직무중심인사관리 따라잡기라는 지침서를 배포하는 등 민간과 공공 부문에 직무급제 도입을 독려하고 있다.

공직사회에도 총선이 끝난 뒤에는 6급 이하 공무원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호봉제(5급 이상은 성과호봉제) 대신 직무급제를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어 공무원 노동계가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도입되고 있는 직무급제는 호봉제처럼 연공성에 기반한 변형 직무급제가 많이 ‘무늬만 직무급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기존 호봉제를 적용받고 있는 직원들의 수가 많아 직무급제를 바로 도입할 경우 반발과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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