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령 수필가(대한민국아카데미미술협회 초대작가)
김가령 수필가(대한민국아카데미미술협회 초대작가)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디자인 어워드 A'Design Award에서 2017년을 마무리하며 세계 디자인 강국 순위를 발표했다.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일본. 한국은 14위. 현재 한국 사람들은 중국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는 인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지식이 전무하다. 중국 디자인이라고 하면 “뭐 쓸만한 게 있어?” 하고 오히려 의문을 가진다. 

그러나 중국의 디자인은 중국의 경제성장속도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변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거대한 인구 규모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다음 목표를 ‘디자인’으로 설정했다. 기술이 확보되었으니 디자인으로 승부해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굳건하게 갖추겠다는 의도이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체감한 중국 기업들은 디자인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중국 디자인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전통’이다. 중국 기업과 디자이너들은 중국의 고대 철학인 유교, 도교부터 시작하여 산수화, 수묵, 전통 공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전통을 응용하여 자신들의 디자인 어휘로 창안한다.

이러한 시도들은 지극히 개별적이고 규격화되어 있지 않아도, 중국이라는 거대한 용광로 안에서 융화되며 ‘중화 (中華)’라는 거대한 담론을 형성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디자인이 천하의 중심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서양과는 다른 독자적인 디자인 질서를 창안하며 세계로 뻗어가는 중이다.

중국은 짝퉁으로 치부되던 과거의 오명을 벗고 세계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기술에 기반한 디자인 분야에서 이미 우리를 앞지르고 있다. 전통에 입각한 새롭고, 스마트하고, 클래식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승부에서 승전하고 있다. 

과거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은 이제 ‘세계의 시장’이 되어 세계는 중국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비즈니스를 제대로 하기 힘들게 됐다. 또한,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추진해온 고성장 경제발전 방식을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 질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그동안 중국의 경제발전이 저가의 노동력에 의존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경제 성장의 질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술 혁신과 지식을 핵심으로 한 창의 산업(creative industry)’을 대대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창의 산업은 전례 없는 성장의 기회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창의 산업이란 광고, 건축, 예술 및 골동품, 공예, 디자인, 패션, 영화, 인터랙티브 소프트웨어, 음악, 공연 예술, 출판, 방송 등 13개 산업을 포함한다. 

중국의 국가적 이벤트였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는 디자인 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됐다.

중국은 디자인 산업도시로 베이징, 상하이, 선전을 꼽는다. 상하이시는 ‘10년 내 아시아 디자인 수도, 20년 내 세계 디자인 수도’라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베이징은 1995년에 ‘베이징 산업 디자인 촉진센터(BIDC)’를 설립했다.

현재 베이징에 거주하는 디자이너는 2만여 명에 달하며, 디자인 산업에 종사하는 인원은 25만명, 디자인 전문 교육기관이 30여 개로 디자인 산업발전을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선진시는 2003년 ‘문화입시(文化立市: 문화가 시를 세운다)’라는 모토를 내세워 문화 산업 시스템 변혁을 내세웠으며, 2008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디자인 도시’로 선정됐다.

최근 중국 내에서 인건비가 상승하고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등 제조업 분야의 진출이 한계에 다다름에 따라 대안으로서의 서비스업 진출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비스 가운데 디자인은 향후 발전 잠재력과 한국의 소프트 강국으로서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선 후기의 학자 연암 박지원은 ‘북학(北學)’에 뜻을 두었다. 그는 조선을 개혁해 부국강병한 나라로 만들 수 있다면 청나라의 문물이라도 배워 익혀야 함을 강조했다. 오늘날 우리의 임무는 ‘북학’의 자세로 중국 디자인을 파악하고 같은 동아시아 국가로서 함께 성장해 갈 한국 디자인의 방향을 가늠해 보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추월하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그 시기가 언제냐는 문제만 남았다고 평가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전에는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수 있는 시기를 2040~2050년으로 예상하는 기관이 많았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침체, 중국의 풍부한 외환보유고 등으로 이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늘고 있는 가운데 팬데믹은 2030년경이면 양국 간 GDP는 역전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했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중국은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간과해서는 안 될 중국의 힘이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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