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영 대한민국공무원총연맹 부위원장(과기정통부공무원노조 위원장)
성주영 대한민국공무원총연맹 부위원장(과기정통부공무원노조 위원장)

공무원 여비가 무엇일까? 공무원이라면 대통령령으로 정한 공무원여비규정을 들여다보며 한숨부터 쉬게 된다. 이 여비규정은 공무(公務)로 여행을 하는 경우에 지급하는 여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공무의 원활한 수행과 국가예산의 적정한 지출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알까? 필자는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추진하는 일들을 수행하기 위하여 공무원들이 어떤 처우를 받으며 다니는지 아시는지요? 이렇게 놔둬도 괜찮습니까?” 

우리가 아는 공무원 출장비의 구성은 일비, 숙박비, 식비이다. 일비에 대한 정의를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대부분 출장 시에 지출하는 커피 값, 출장지역의 교통비, 영수증 수취불능의 금액 등을 통칭한다.

1998년 제정 이후 2010년도까지 1만원하던 일비가 2만원으로 오른 이후 13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대로이다. 식비와 숙박비는 더 심각하다. 정부부처, 특히 부 단위의 부처와 공공기관이 수도권 집중 억제와 분산정책으로 세종특별자치시, 전주, 나주, 진주, 진천 등으로 이전했다.

국토균형발전의 정책효과는 얻었지만, 공무원과 가족의 희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지방 혁신도시의 물가는 서울과 같거나 더 높은 경우도 있어 공무원들이 체감하는 피로도는 매우 높다.

공무원의 숙박비 실비는 말 그대로 허울뿐이다. 왜냐하면, 실비상한액 자체가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7만원, 광역시 6만원, 그 밖의 지역은 5만원이다. 예를 들어 중앙부처가 밀집된 세종은 관련 출장을 온 공무원이 세종에 하나 있는 14만원짜리 호텔에서 숙박하는 것은 꿈도 못 꾼다. 세종은 말 그대로 실비상한액 ‘그 밖의 지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행정수도와 공공기관 이전계획에 따른 혁신도시의 물가를 감안한다면 광역시 이상의 숙박비 적용은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숙박업체 유형별로 숙박비를 조사해 보면 여관은 3만~7만원, 모텔은 5만~9만원, 호텔은 7만~15만원에 달하고, 지역별 비수기와 성수기에 따라 변동이 심해 공무원 여비규정 적용 자체가 불합리하다.

식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필자가 태어난 1972년의 자장면 값을 생각해보면 100원으로 나온다. 공무원 여비규정이 만들어진 1998년의 자장면 값은 3000원이다. 서민의 생활지표가 된 자장면 값은 2023년 현재 9000원이다. 물론 착한 식당을 찾으면 5000원짜리도 먹을 수 있다.

그래도 가장 더디게 오른다는 자장면 값이 이럴진대 아직도 13년 전에 책정된 식대로 출장여비를 책정하는 현실 앞에서 공무원들은 선택지가 없다.

5년간 물가상승률에 따라 표준이 되는 자장면 값도 지역별로 한 끼 식대의 부담은 증가하고 있고, 정액 2만원으로는 아침, 점심, 저녁은 고사하고, 두 끼 때우기도 버겁다.

식대에 직급별로 차별을 두는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 인간의 한 끼 식사를 하는 데 꼭 차별이 필요한가?

출장 가기 싫어하는 공무원이 늘고 있다. 이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공감이 될 것이다. 지난 2년간 대한민국공무원총연맹 국가공무원노동조합에서는 인사혁신처에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해왔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안도 제시했다.

전국단위 숙박비를 현실화해 특별시 및 광역시에만 적용하는 실비 상한액을 공통 8만원으로 올리고, 식비는 직급 차이를 두는 차별 없이 2만 5000원으로 통일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그러나 그때마다 기획재정부라는 ‘벽’에 부닥쳤다. 인사혁신처에서도 공감하는 여비규정의 현실화를 기재부는 무엇 때문에 거부하는 것일까?

모든 정책 결정에 있어서 칼자루를 휘두르는 재정부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의 예산기능과 재정기능을 분리하자는 정권 초기 의견을 따르자면 기재부 권력의 해체로 귀결된다. 100% 공감한다.

공무원 여비규정을 관장하는 인사혁신처가 13년째 그대로인 여비규정을 손질하는 데 기획재정부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진정 묻고 싶다.

여비 몇 푼 아낀다며, 공무원의 발을 무겁게 하고, 자존감을 깔아뭉개 얼마나 큰 이득을 얻겠다는 것인지 기재부에 또 묻는다. 두말할 것 없이 소탐대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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